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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독서엔 트레바리, 피아노엔 위드피아노

롱블랙 4월 6일, 문장채집 no. 382

롱블랙 4월 6일, 문장채집 no. 382

위드피아노 : 어른을 위한 피아노 학원, 멤버십 피즈니스를 발견하다.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639 


1. 2007년 국내 최초 성인 대상 피아노 학원 '위드피아노' 오픈. '피아노와 함께 즐거운 일상을 되찾자'는 뜻. 마케팅 수단은 본인. 스냅백에 그래픽 티셔츠 입은 아저씨가 당시 가장 유행하는 음악을 피아노로 연주. 1000곡 넘게 싸이월드와 유튜브에 올렸죠. 영상 하단에 학원 웹사이트 주소와 곡의 의미를 달았어요.


2. 소문이 금방. '세상에서 가장 프리한 피아노 학원'. 몰려오는 수강생을 감당할 수 없어, 대출로 대학로 낡은 건물 4층에 학원을. 1년 사이 수강생이 백여 명까지. 매일 저녁 6시부터 12시까지 모든 시간이 매진. 지금은 원장 50명, 스텝 400명의 국내 최대 규모 성인 피아노 학원으로.


3. 성인에게 아이들처럼 바이엘과 체르니를 숙달시키면 80~90%은 석 달도 못버티고 나갈. 대부분 그만두는 이유가 '재미없어서'. 기본기 명분이 피아노를 질리게. 일단 흥미를 가지게 해야. 그래서 모든 커리큘럼은 한 달씩만 짜는. 성인은 지갑 사정이 넉넉치 못하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언제든 그만 둘 수. 일 년 넘게 등록하는 아이들과 다름.


4. 목표를 가볍게. '좋아하는 곡 하나만 완벽하게 떼자'. 작은 성취감을 경험한 이들은 다시 찾아와요. 성인이 가장 갈망하는 건 '성취감'. '내가 해냈다'는 느낌. 직장에선 쉽게 얻지 못해요. 성인들의 목적이 분명. 프로포즈를 위해, 워크샵 장기자랑을 위해, 기분 전환을 위해.


5. 정해놓은 커리큘럼이 없어요. 그래서 '일단 수강생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해요. 피아노 학원을 찾아온 이유를 파악하고 니즈에 맞춰 레슨해야.


6. 연습실에서 새어 나오는 선율이 모여, 학원 분위기가 완성. 상담하러 온 순간 '내가 좋아하는 곡'부터 고민하기 시작해요. 피아노의 쓸모를 터득. 거리감이 확 줄어들죠. 학원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요. 레슨 공간이 아닌 목표를 '도와주는 곳'.


7. 강사들을 설득하는데 오래 걸렸어요. 배어온 방식이 아니다보니. 거꾸로 거슬러 가보자고 제안. 수강생이 '곡 연주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는 것도, 피아노에 흥미를 느끼게 하기 위한 방법. 영상을 간단히 편집해 선물하면 SNS에 올려요. 


8. 어른들은 스승이 아닌 '러닝메이트'를 원해요. 기분과 취향 가치관을 함께 따라가 주는 곳만이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9. 위드피아노는 '놀기 좋은 학원'으로 소문. 음주 연주회부터 야유회, 루프탑 콘서트, MT, 자작곡 콘테스트까지. 커뮤니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피아노 만으론 수강생을 잡아둘 수 없어요. 피아노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야. 그러니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많. '왜 안 늘까' 자책. 그걸 극복하도록 돕는 건 '사람'. 피아노가 아니어도 학원에 와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치유. 어른은 누구나 외롭습니다. 교류할 환경을 만들고 안 만들고는 작지만 큰 차이.


10. 이곳이 커뮤니티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취향 공동체'이기 때문. 대화의 물꼬를 트기 쉽죠. 

위드피아노 88 피아노데이 현장. 루프탑 무대에서 수강생이 준비한 곡을 연주하고 있다. ⓒ위드피아노


11. 코로나 3년, 학원이 '휴식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동안 커뮤니티 활동이 멈췄는데 매달 5~6000명대로 수강생이 유지되었고 폐업률도 0. 이게 가능했던 건 '오는 것만으로 즐거운 학원'으로 포지셔닝. 학원을 쉬다 가는 공간으로 활용. 모든 수강생은 전국 60여개 지점을 드나들 수. 커피를 마시며 약속을 기다릴 수. 비를 피할 수. 라운지에 모인 분들과 저녁을 먹으러 가기도. 


위드피아노 상암점에 위치한 미니 바. 수강생들은 이곳에서 간단한 스낵과 음료를 즐기며 담소를 나눈다. 수강생이 원하면 매니저가 칵테일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위드피아노


12. 우리가 '재밌다'고 느끼는 모든 경험 중엔, 우연히 완성된 것이 하나도 없어요. 언제나 기획자가 있죠. 원장님과 강사진이 그런 분들. 특유의 즐거운 분위기가 유지되려면, 일하는 이들이 엄격한 행동 원칙을 지켜야 해요. 강사분들에게 수강생을 '따라가는' 레슨을 부탁합니다. 절대 지시나 강요를 해선 안돼요. 


13. 우릴 따라하는 곳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똑같은 시스템으로 우릴 따라잡을 수 없다고 생각. 사업은 뭘 하느냐가 아닌 '누가 하느냐'가 중요. 위드피아노엔 '사람의 고민을 거친 결과물'이 가득. 좋은 피아노를 골라 들이고, 수강생 연주 영상을 DSLR로 찍어 선물하고, 프로포즈를 도우려 지권과 수강생이 풍선을 불고. 보이지 않는 차별화죠. 


14. 피아노와 미술을 함께 배우는 '위드피아레트'도 운영 중. 피아노 바도 계획 중. 그랜드 피아노가 놓은 펜션도 만들고 싶어요. 

위드피아노 여름 MT 현장. 수강생들이 테라스에서 맥주를 즐기며, 피아노를 번갈아 연주하고 있다. ⓒ위드피아노


위드피아노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withpiano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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