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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버질아블로, 편집이 곧 창조다

롱블랙 5월 21일, 문장채집 no. 424

롱블랙 5월 21일, 문장채집 no. 424

버질 아블로 : 당신의 모든 것을 편집하라, 브랜드가 될 것이다(2021.11.30)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124 


1. 버질 아블로는 사상가였습니다. 패션 제품을 창조가기보다, 패션에 대한 메시지를 창조했어요. 그는 "패션은 옷을 짓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짓는 것"이라 말했죠. 


2. 2002년 엄청난 인연이 시작. 시카고의 동네 인쇄소에서 바로 나중에 랩퍼로 대성하는 '칸예 웨스트'를 만난 겁니다. 버질 아블로는 직접 만든 디자인 도안으로 티셔츠를 제작하던 곳이었고, 데뷔를 준비하던 칸예 웨스트는 음악과 문화를 이해하고 콘텐츠를 디자인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죠. 그는 이후 아블로에게 앨범과 무대세팅, 마케팅 총괄을 맡깁니다.


2002년 칸예 웨스트와의 만남은 건축학도였던 버질 아블로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아블로는 2010년 칸예 웨스트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돈다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


3. 그가 패션에 눈을 뜨게 된 건 두 인물 덕분. 네덜란드 건축가 렘콜하스와 루이비통 총괄 디자이너가 된 마크 제이콥스. 그는 마크 제이콥스가 그래픽 아티스트 스테판 스프라우스 등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브랜드를 대중화시킨 데서 자신의 길을 본 겁니다.


4. "나는 '패션'이 나를 위한 것도, 대중을 위한 것도 아닌, 먼 곳에서 일어나는 지적이면서도 상류 문화에 해당하는 그런 것으로 알고 있었다. 패션을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 그 정도 장벽은 있어야 패션이 중요하게 느껴지니까. 그런데 미국인 마크 제이콥스가 갑자기 등장해 그만의 방식으로 높고 낮음을 표현하고, 신비감과 장벽을 허물어버렸다. 그게 나의 북극성이 됐다."


5. 디자이너로서 아블로의 능력은 '편집력'. 그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옷을 참고해 그 속에서 강조할 점을 골라 엮어내는 능력이 출중. 사람들은 그의 편집력에 열광. 2012년 '파이렉스 비전'은 그의 편집력으로만 만든 브랜드. 그는 챔피언 티셔츠와 바지, 폴로 럭비 라인 옷을 사와서 'PYPER' '23'같은 로고를 덧대어서 되팔았습니다. 40달러짜리 티셔츠를 500달러에 팔았어요. 인기가 엄청났고 한국에서는 지드래곤이 즐겨 입었어요.


6. 아무것도 없는 데서 무언가를 발전시켜나가는 방식의 디자인은 과거의 산물이다. 종이 위에 그린 선이, 지금까지 한 번도 정확히 이런 방식으로 그려진 적 없다고 해서 더 나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목표는 사물을 강조하는 것이다. 내가 협업을 많이 하고, 참조도 많이 하는 이유다. 그래서 내 창작품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지는 거다.


7. 오프화이트는 2013년 런칭한 고급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본사를 이탈리아 밀라노에 세웠어요. 그는 개념을 구현하는 것, 패션을 매체로 인식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잘했어요. 오프화이트 제품은 그 자체가 매체였어요. 버질 아블로의 철학을 전하는 매체였죠.


따옴표 안에 영문 서체로 용도를 적어넣은 오프화이트의 부츠들. 버질 아블로는 이런 타이포그래피가 사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종의 예술이라고 정의했다. ⓒ오프화이트


8. 승승장구하던 오프화이트가 럭셔리 패션계를 넘어 대중에게 단숨에 각인되는 사건. 2017년 나이키와 협업 프로젝트 '더텐'. 나이키의 상징적인 신발 10개를 버질 아블로가 재해석한 프로젝트. 지금의 리셀 문화를 본격적으로 키운 인물은 버질 아블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이키와 오프화이트가 협업한 프로젝트 더텐The Ten. 버질 아블로는 나이키의 상징적인 스니커즈 10개에 이름을 적어넣고 주황색 케이블 타이를 달았다. ⓒ나이키



9. 2018년 루이비통이 버질 아블로를 남성복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 루이비통 164년 역사 중 처음으로 흑인을 디자이너로 앉혔다고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언론을 뒤덮었어요. "버질 아블로 이후 루비이통의 남성복은 완전히 이미지가 달라졌어요. 기존의 경계를 허물고 데님 소재의 점퍼 같은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유럽의 정통 패션 디자이너들이 수십년 걸려도 바꾸지 못할 변화를 단숨에 일으킨 거예요"


2018년 버질 아블로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으며, 루이비통은 젊고 힙한 이미지를 얻게 된다. 사진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니고NIGO와 루이비통이 협업한 데님 의류 콜렉션. ⓒLouis Vuitton


10. 자신의 스튜디오에 앉아 다트를 던지며 그게 과녁에 명중하기만 기다리지 마세요. 여러분이 실제로 다트판까지 걸어가면 직접 다트를 과녁에 꽂을 수 있어요. 그게 오프화이트의 성공 비결입니다. 



11. 내가 학생일 때 누군가가 '네가 선택한 길은 모두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해줬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작품들은 자연스럽게 규율을 넘어섰습니다. 자신만의 길을 과감하게 개척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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