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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 파주 헤이리 음악감상실, 카메라타

롱블랙 6월 30일, 문장채집 no. 460

롱블랙 6월 30일, 문장채집 no. 460

카메라타 : 진공관 스피커와 1만여 장의 LP로 사색의 공간을 만들다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736 


1. 카메라타, 이탈리아어로 '작은방'. 헤이리 카메라타는 50석 규모. LP로 가득찬 음악감상실. 


2. 이곳은 아날로그 공간입니다. 여기 있는 스피커는 19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것이죠. 디지털이 아닌 진공관, 아날로그의 힘으로 소리를 듣는 겁니다. 여기서 나는 소리는 서두르지 않아요. 공중에 뜨지 않고 가라앉아요. 그 다름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카메라타 전경. 스피커를 바라보는 좌석 배치 형태로 음악에 몰입하는 환경으로 구성돼 있다. ⓒ롱블랙


3. 라디오는 연애하듯 진행해야 해요. 단 한 사람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듯 해야 하죠. 이전까지 저는 여러 사람에게 연설하듯 진행했어요. 잘못된 방향이었어요. 이걸 깨달은 뒤, PD 몰래 마이크 앞에 사진을 붙였어요. 그 사람에게 노래를 보낸다는 마음으로 말을 걸었어요. 그렇게 하니 차츰 여유가 생기고,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저의 소질이 보이더군요


4. 음악이란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에요. 말 그대로 감동적인 것이죠. DJ로 일하면서 이따금 눈물을 흘리곤 했어요. 그날의 날씨, 출근 전 가족에게 잘 못했던 장면이 음악과 엮이면서 말이죠. 이걸 느낄 줄 아는 게 나의 소질이구나, 싶었어요.


5. 사람들이 이곳을 활용하는 방식도 다양해요. 꼼짝하지 않고 음악을 들을 필요는 없어요. 큰소리를 내지 않는 일이면 뭐든 괜찮아요. 관객들은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글을 써요. 뜨개질을 하고 노트북을 열어 일을 하기도 하죠. 스마트폰을 들여다봐도 말리지 않아요.


카메라타 외관. 노출 콘크리트 형태의 건물로, 조병수 건축가가 지었다. 회색빛 건물 안에 들어서면 천장 유리로 햇빛이 떨어지는 구조다. ⓒ롱블랙


6. 디지털이 현실이면, 아날로그는 추억. 현실에 발붙이고 살다가도 아날로그를 경험하면 내가 풍족해져요. LP를 예로 들면, CD와 다른 온전함을 느끼게 해 줘요. 커다란 앨범 자켓마저도 소유감을 느끼게 하죠. 풍성한 추억을 안겨주는 겁니다.


7. 인생 경험이 많아도 알면 얼마나 알겠어요. 저는 머릿속에 빈 공간이 많아요. 계속 뭔가를 채우고 싶어요. 저보다 어린 사람과 대화할 때도 빈 공간을 이용하죠. 그들의 말에서 얻은 지식과 정보로 그 공간을 채우는 겁니다.


카메라타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musicspacecamer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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