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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 인생의 선택이 쌓이면 내가 되어간다, 임경선

롱블랙 7월 26일, 문장채집 no. 482

롱블랙 7월 26일, 문장채집 no. 482

임경선 작가 : 창작가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가 좋아야 한다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766 


1.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다. 나 자신과 대화하고 내가 뭘 원하는지를 묻다 보니, 주제들이 떠오른다. 


2. 마케팅적 사고가 도움이 됐어요. 낱개 칼럼이 아닌, 연재용 칼럼 10개로 시작한 것도 이유가. 반복 노출이 있어야, 광고 효과가 있다는 걸 았았으니까요. 마케터는 혼자 일하지 않습니다. 협업을 중시해요. 사람들이 저와 일하고 싶게 하려면, 그들의 일을 편하게 해줘야 해요. 


3. 병이 절 작가로 만들었어요. 차선이었던 글쓰기가 최선으로 변해갔죠. 칼럼이나 에세이를 묶어 책으로 내봤는데, 생각보다 잘 팔리는 거예요. 어라, 싶어 소설도 내봤는데 잘 됐고요. 그러다 보니 신문 라이오 방송 등에서 절 불러줬어요. 회사로 돌아갈 타이밍을 잡지 못했죠.


임 작가는 본인의 업력을 1기, 2기, 3기로 나눈다. 1기에서는 시키는 글을, 2기에서는 본인이 쓰고 싶은 글을, 3기에서는 문체가 확실한 글을 쓰고 있다. ⓒ롱블랙


4. 머리가 아닌 마음이 시키는 걸 써야 해요. 세상이, 환경이, 트렌드가 이렇다고, 젊은 독자들이 좋아한다고 맞추면 안 됩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확신에 찬 이야기를 써야 해요. 그래야 a4 100장을 채울 수 있어요.


5.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스스로에게 지지 않으면서 남 잘되는 것엔 신경을 끊고 끊임없이 나를 책상 앞에 갖다 놓는 것, 그뿐. 



본인이 확신에 찬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말하는 임 작가. 트렌드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롱블랙


6. 일상의 선택이 쌓이면 습관이나 루틴이 되고, 라이프스타일의 선택이 쌓이면 취향이 된다고 했다. 인생의 선택이 쌓이면? 점점 '나 자신'이 되어간다.


7. 나는 살아가면서 내가 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내가 나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을 필요로 한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몰입하는 기분은 생생히 살아서 숨 쉬고 있다는 실감을 안겨준다. 그렇게 조금씩 걸어 나가는 일, 건전한 욕심을 잃지 않는 일은 무척 소중하다. 결국 열심히 한 것들만이 끝까지 남는다.


임 작가에게 생각은 어떤 문제를 직시하고, 그것에 대해 정리하는 것이다. 이 생각이 결국 새로운 소재가 된다고, 임 작가는 말한다. ⓒ롱블랙


8. 작가에게는 반드시 롤 모델 작가가 있어야 합니다. 없으면 길을 잃어요. 뭔가 막힐 때, 그 사람의 책을 읽으며 '난 이런 느낌의 글을 쓰고 싶었지' '이런 세계를 구현하고 싶었지' 생각을 다시 떠올리거든요.


9. 우리 모두는 더없이 소중한 영혼가 그것을 감싸는 깨지기 쉬운 껍질을 가진 알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저마다 높고 단단한 벽과 마주하고 있다. 바로 '시스템'이라는 벽. 내가 소설을 쓰는 단 한가지 이유는 영혼의 존엄을 부각시키고, 거기에 빛을 비추기 위함이다. 우리 영혼이 시스템에 얽매여 멸시당하지 않도록 늘 빛을 비추고 경종을 울리는 것, 그것이 소설가의 책무다.


10. 그간 많은 일본 작가들이 술 마시고, 파괴적으로 생활하며 영감을 찾곤 했어요. 그런데 하루기가 나타나면서 소설가도 루틴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죠. 그는 매일 정해진 루틴대로 스케줄을 소화해요. 운동도 매일하죠. 저 역시 그의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11. 하루키가 저렇게 열심히 쓰는데, 나도 해야지 뭐 어쩌겠어. 더해 하루키 작품을 보면서 '내가 놓은 장소에서 다시 한번 힘을 내자'라고 마음을 잡았어요.


임 작가의 책장 한편을 가득 채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들. 그녀에게 무라카미 하루키는 롤 모델이자, 책을 꾸준히 낼 수 있게 돕는 페이스메이커이다. ⓒ롱블랙


12. 전 일부러 저를 반기지 않는 곳에 가서 강연을 해요. 군부대, 공공기관 같은 곳들이죠. 그곳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나를 모른다'는 기분을 느낄 때, 자유로워져요. 오히려 제가 좋다는 사람들이 있을 때, 숨이 막혀요. 작가는 독자들의 온기와 설탕 발림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나야 해요. 거기에 길들여지면 작가는 망해요. 세상이 가혹하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13. 나 자신을 냉정한 현실에 내몰련 무너지진 않을까? 그래서 창작자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가 좋아야 해요. 종국에 나를 지키는 건 나이기 때문.


1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길을 가겠다는 마음이 중요해요. 이 비합리성과 무모함이 저를 가장 '저답게' 만드는 지점. 너무도 아름답고 인간적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의 뒤에 나오는 것들이야말로 저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거 같아요.


15. 전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운이라는 건, 일단 엄청 애써야 옵니다. 그럼 이를 지켜보는 사람이 도움을 줍니다. 일단 해보세요. 퇴고를 끊고 몰입해 보시기 바랍니다. 애쓰는 것 없이는 아무것도 없어요.


임경선 작가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kyoungsun_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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