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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 최고의 고객 커뮤니티, 할리데이비슨의 HOG

롱블랙 7월 27일, 문장채집 no. 483

롱블랙 7월 27일, 문장채집 no. 483

할리데이비슨 : 혼다에 밀렸던 미국 바이크의 자존심, 130만 커뮤니티로 부활하다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765 


1. 2023년 7월16일 오후 1시, 미국 밀워키 시내로 바이크 7000대가 쏟아져. 이 축제 할리데이비슨 창립 120주년을 기념해 연 '홈커밍 페스티벌'이었어. 나흘동안 무려 8만명이 이 축제를 찾았대.


2. 1903년 밀워키 허름한 창고에서 시작. 두 창업자 윌리엄 할리와 아서 데이비슨의 성을 합쳐 이름을 만들었대. 2023년 연 매출 60억 4900만 달러(약 7조 7800억). 전년 대비 12% 상승. 매출보다 멋진 건 브랜드 영향력. 2023년 4월, 포브스 선정 '소셜임팩트 브랜드' 순위 9위. 닌텐도(12위)나 삼성(14위)보다 위. 할리데이비슨은 크루저 모터사이클(속도감보다, 장거리를 안정적으로 여행하기 위해 적합한) 시장의 압도적 1위.


3. 차제가 무겁고, 배기량이 크고 시끄러운 엔진으로 유명. 할리베이비슨 회원끼리는 '고동감'이라는 용어로 소리를 표현. 한번 이 느낌을 맛보면, 가벼운 일반 바이크는 좀처럼 탈 수가 없다는.


4. 1960년대 위기. 혼다를 앞세운 일본제 바이크의 공격. 미국 내 점유율이 75에서 5로 곤두박질. 가장 큰 원인은 품질. 기름이 새고 툭 하면 고장. 불량률이 무려 50%. 혼다는 겨우 5%. 브랜드 이미지도 극과 극. 퇴역 군인들이 할리를 몰고 떼 지어 다니면서 소동을 벌였지. <사이클> 잡지는 그들을 '시대에 뒤처진 돼지들'이라 조롱.


5. 1981년 반격 시작. 우선 혼다를 공부. 혼다 공장까지 견학. 그들의 공장은 깨끗했고,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어. "일본인에게 밀려난 것은 우리보다 뛰어난 관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로봇, 문화, 아침체조, 사가 때문이 아니다. 사업을 이해하고 디테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자기 분야에 정통한 관리자가 그런 결과를 만들었다"


6. 할리데이비슨의 리브랜딩을 이끈 핵심적인 인물, 클라이드 페슬러. 1977년 광고/홍보 매니저로 입사. 2002년 부사장으로 은퇴. 그는 입사 직후, 바이크 랠리에 참여해 할리데이비슨 고객을 만났어. 일주일 내내 미국 전역에서 열성적인 바이커 4만 5000명이 몰려들었지. 페슬러는 이들을 보며 '탈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팔아야겠다'고 생각. '브랜드 체험'을 팔기로.


1981년, 할리데이비슨은 AMF로부터 회사를 다시 사들였다. 핵심 제품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The Eagle Soars Alone" 캐치프레이즈 ⓒHarley-Davidson


7. 1983년 HOG(할리오너스그룹) 발족. 지금은 전 세계 130만명이 가입한 세계 최대 바이커 단체. 회원 모으는 건 어렵지 않았어. 일단 할리를 구매하면 1년 호그 회원권을 무료로 제공. 첫해 3000명에 불과하던 호그 회원은 4년 만에 10만명 돌파. 회원이 모였으니, 놀거리가 필요. 랠리를 열기 시작. 회사는 행사가 끝날 때마다 패치나 배지를 회원들에게 배포. 회원들은 배지를 보며 자연스럽게 대화 시작. "오, 작년에 모뉴멘트 밸리에 가셨군요~"


호그 회원들은 다양한 패치나 배지를 가죽 재킷에 붙였다. 할리데이비슨의 특정 행사를 기념하거나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Harley-Davidson


8. 프로모션 비용의 70~80를 신규가 아닌 기존 고객에게 투자하는 과감한 의사결정. 


9. 호그 회원들의 소속감은 상상 초월. 회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연회비 45달러(5만7천원)을 내고, 연간 150차례 열리는 바이크 랠리에 참가. 이런 소속감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1) 자유와 지위를 부여 - 

호그 구성단위는 '챕터'. 우리말로 하면 '지부'. 전 세계 1400여개 이상의 공식 호그 챕터. 한국에는 강남, 한남, 부산, 원주 등 11개 챕터. 각 챕터는 자율적으로 선출한 대표, 이사 등 리더 그룹이 이끌어. 랠리나 후원 행사도 챕터들이 알아서 기획하고 운영. 리더는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경쟁이 치열. 할리데이비슨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고객을 모으되, 커뮤니티를 고객이 이끌어가도록 권한을 주는 거야


2) 자부심과 경쟁심을 부추겨라 -

이 세상에 똑같은 할리는 없다. 그만큼 개조할 영역이 많은 할리. 더해 다양한 종류의 액세서리와 의류를 출시. 매장의 액세서리 카탈로그는 분량이 800페이지에 달할 정도. 실제 할리의 매출 22%는 오토바이가 아닌 다른 상품에서 발생. 그래서 호그 회원들은 만나기만 해도 이야기가 넘쳐. 획일적이지 않고, 자유로운 할리만의 감성 코드를 형성하는데 성공


3) 사회적 미션으로 소속감을 만들어라 -

호그가 랠리 외 중시하는 활동 2가지. 하나는 안전 교육, 또 하나는 자선활동. 실제로 호그는 미국 근육병협회를 후원. 1980년부터 2020년까지 누적 1억 1000만 달러(1400억) 모금. 


10. 탄탄한 팬덤. 하지만 고민. 핵심 고객층이 4050 남성. 젊은 세대는 할리를 부담스러워해. 비싸. 그리고 도시에서 타기에 너무 크고 시끄럽다는 평. MZ들은 폐 끼치는 걸 싫어하잖아. 할리는 결단. "모든 제품을 전기 바이크로 바꾸겠다"고. 2020년 새로운 CEO 요헨 자이츠의 결정. 할리의 이사회 멤버로 10년간 활동하며 '지속가능한 경영'을 주문했던 인물. "우리는 공룡으로 죽고 싶지 않다.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는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 최근 밀워키 본사 주차장 등의 부지를 시민을 위한 생태 공원으로 짓겠다고 발표. 주민들과 HOG가 교류하는 자연 친화적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2019년 첫 전기바이크 라이브와이어LiveWire를 출시. CEO 요헨 자이츠는 할리의 전 제품을 전기 바이크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Harley-Davidson


할리데이비슨 인스타(561만) https://www.instagram.com/harleydavid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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