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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 특별한 보안사항입니다, 보안여관

롱블랙 8월 29일, 문장채집 no. 511

롱블랙 8월 29일, 문장채집 no. 511

보안여관 : 전시장이 된 여관, 변방의 문화를 소개해 35만명을 모으다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799 


1. 보안여관은 2007년 설립된 문화예술기관이자 비영리 단체.  "누구나 쉽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게 한다"는 미션 아래 출발. "처음부터 누구나 올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지향. 그래서 '갤러리''전시'를 암시하는 그 어떤 간판도 달지 않았어요. 플리마켓, 팝업 등도 열며 현대미술 외 다양한 문화를 사람들이 찾도록 했죠"


2. 최성우 대표가 가장 고민한 건 콘텐츠. '이 시대에 필요한 담론'을 담는 것. 그렇게 메이드인부산(로컬), 블루플래닛(바다), 식물계(종 다양성)를 주제로 하는 현재미술 전시가 탄생. 이번 가을에는 '은밀한 선택'이란 이름의 전시 예정. 주제가 쓰레기. "우린 살면서 쓰레기와 관련된 수많은 선택을 하죠. 물건을 버리느냐 마느냐, 옷이 찢어지면 꿰매느냐 마느냐. 그래서 쓰레기를 선택의 문제로 바라 봤어요. 우리까지 분리수거 이야길 할 순 없으니까요. 어떻게 다르게 이야기할지 고민하며 전시합니다"


3. 전시 주제만 독특한 건 아닙니다. 전시 이해를 돕는 콘텐츠 프로그램 기획. "전시는 아무리 주제가 명확해도, 어렵게 느껴져요. 전시를 설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게 프로그램. 듣고, 말하고, 먹고, 마셔요. 전시를 오감으로 이해하는 거죠. 프로그램이 많아, 1년 내내 바쁘게 돌아갑니다"


4. 작가들을 인큐베이팅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올해로 10년째 여는 '두럭'. 젊은 작가를 모아 강좌를 열어주고, 함께 여행도 다녀요. 작가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거죠. 


5. 2017년 '목차' 프로그램. 매주 목요일 2시-6시. 누구든 최대표와 차 한잔. 첫날 30명, 6개월 동안 300명이 넘는 예술인이 그를 찾았어요. "경력단절 여성 작가가 캐리어 가득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들고 왔어요. 펑펑 울며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 놓더군요. 그때 깨달았어요. 보안여관이 그리 대단한 곳은 아니지만, 해야 할 책임과 가치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그걸 소흘히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6. "저희는 굳이 영웅을 찾을 필요가 없어요. 잘 안 알려진 친구들과 의기투합하면, 그 친구들이 성장해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메이저로 가죠. 촉을 세우고 성장할 친구를 살피는 게 보안여관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7. "17년이 지났잖아요. 이제 보안여관이 어떤 곳인지 눈치채기 시작한 거죠. 패가 보일 수밖에 없어요. 다음을 준비해야만 합니다." '보안손님'이란 멤버십이 그 중 하나. "35만명이나 되는 사람 중에 우리의 코어가 얼마나 될지, 궁금해지더군요. 우리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을 만나야 지속 가능한 플랫폼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8. 코어 멤버는 전시를 보고, 보안1942를 넘어와 서점도 가고, 또 다른 전시도 보는 그런 사람. 1년에 3만원 회비를 아깝지 않게 내겠죠. 멤버십에 가입하면 매거진 발송, 음료 할인, 독점 기획 프고그램과 모임도 제공. 


9. 보안1942 건물 4층엔 '몽재'라는 다실을. 베란다 개죠. 검은 배경과 검은 테이블, 흐드러진 분홍색 꽃이 인상적. 좌석은 단 여섯 개. 최대표가 초대한 사람만 들어올 수. 확장판으로 부산에 '오초량'. 적산가옥을 전시 공간으로 만든. 하루에 두 타임, 한 타임에 12명만 받는 철저한 예약제.


17년째 오픈 플랫폼을 운영한 최 대표. 한계를 느낀다. 폐쇄 플랫폼을 탈출구 삼는다. 사진은 몽재. ⓒ롱블랙


오초량은 땅의 흐름을 거부하며 힘들게 개척한 곳이다. 그럴 바엔 땅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을 추천한다. ⓒ오초량 


보안여관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boan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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