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2023년 12월 1일 no. 593
롱블랙 2023년 12월 1일 no. 593
원형들 : 고수 맛/이끼 모양 케이크 힙지로부터 레드벨벳까지 사로잡다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903
1. 이색적인 디자인의 디저트. 이 디저트의 '오브제화'를 이끄는 두 브랜드. 패션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만든 누데이크, 을지로 골목길에서 시작된 원형들. 원형들은 2021년 7월 을지로에서 문을 연 디저트 바.
2. 레드벨벳, 주얼리 브랜드 스톤헨지, 디자인 매거진 엘르데코 등과 협업. 2023년 3월에는 더현대서울에서 팝업까지. 김지나 대표는 쇼핑몰 CEO, 박용준 대표는 로봇공학자.
3. 힙지로카페가 뭐냐? 묻는다면, 고개를 들어 원형들을 보라!고 말하고 싶. MZ와 레트로, 신상 카페와 옛 건물,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비주얼의 디저트. 이 모든 이질감의 총합이 원형들.
4. 기획단계에서 더 자유롭기 위해서는 비전공자가 되려 효율적. 자유로움이 뒷받침될 때 새로움이 개발되니까요.
5. 박대표는 회사에 들어가거나 연구원이 되기보다, '내 것'을 만들고 싶었던. 식당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직접 가게를 차리기도. 2016년 우연히 을지로에서 낡은 건물 하나 발견. '힙지로'란 말도 없을 때. 노후한 거리와 도시의 현란함 묘하게 어울리는 을지로에 매료. 아무런 아이디어도 없이 자리 계약. 1년 뒤 그 자리를 채운 건 카페 겸 와인 바 '섬광'. 그곳의 기획을 도운 사람은 아내이자 공동 창업자 김대표.
6. 두 사람은 빈 건물에 앉아 그림을. 어떤 사업을 할까 보다 이 공간에 어떤 컨셉이 어울릴까를 고민. 그렇게 공간과 어울리는 이미지를 떠올리다 도달한 그림이 '홍콩에서 마피아들이 아지트로 삼은 화려한 공간'. 다행히 섬광은 트렌드세터와 인플루언서들에게 먼저 발견.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는 그들 눈에 든 거죠.
7. 2021년 7월 섬광 아래에 디저트 바 '원형들' 오픈. 섬광2가 되긴 싫었어요. 아예 다른 색과 느낌을 주려했어요. 아예 다른 브랜드로 여기자, 정체성을 구분하자는 마음으로 기획. 와인을 뺀 자리에 케이크. 주막만 한 크기의 홀 케이크. 김대표가 발견한 빈틈. "나를 위한 선물 같은 느낌으로, 작은 조각 케이크는 선물이라기엔 불완전해 보이고, 큰 홀 케이크는 부담. 그래서 주먹만 하지만 완전한 케이크를 만들자 생각했어요"
8. 영국에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만두가게같은 느낌을 구현. 흰색과 소라색의 철제가구로 그래서 서구적인 느낌을 더했어요.
9. 시그니처인 '고수 케이크'가 아이즈매거진에을 비롯 각종 미디어에 소개. 원형들은 새로움을 먼저 찾아내야 하는 미디어의 눈에 띈. 케이크답지 않은 모양새, 상큼한 레몬 시트에 훅 끼치는 고수 맛. 그야말로 '뒤통수치는' 디저트. 출시 1년도 안돼서 3300개 넘게 팔림. 손님들은 '나도 도전해봤다'며, 고수 케이크 리뷰를 하나의 모험기처럼 공유.
10. 메이저한 케이크는 잘하는 분들이 너무 많. 10명 모두에게 사랑받겠다는 생각을 버렸어요. 우리 취향의 새로운 무언가를 내놓으면, 두세 명은 비슷한 취향일 거라고 믿었어요.
11. 계속해서 기괴함과 충격으로 승부 보는 브랜드가 될 수도. 그건 쉬워요. 나무랑 식물만 계속 꽂아대면 될 테니. 거기에 갇히고 싶지 않았어요. '늘 다른 걸 하는 브랜드'로 여겨지는 게 더 중요.
12. 기획부터 완성까지. 원형들의 케이크는 '비주얼' 중심. 김 대표는 '사진 찍혔을 때의 케이크 모습'을 염두에 두고 기획해요. 원형들 케이크가 '먹을 수 있는 아트'가 되길 바라기 때문. 사람들이 원형들 케이크를 보고 작품의 의도와 스토리텔링을 떠올렸으면 해요.
13. 갈수록 케이크의 한계를 없애고 싶어요. 많은 작가님,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관점이 넓어졌어요. 지금까지 새로운 모양새의 케이크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소재를 다뤄보고 싶어요. 3D프린트를 이용한다거나 케이크에 피어싱을 걸어본다거나.
14. 일상 풍경에는 묘한 향수가. 언젠간 없어질 것 같은 아련함. 을지로에 자리잡은 것도 같은 맥락.
15. 모든 브랜딩의 시작은 단어. 만화를 보다가, 책을 읽다가, 꽂히는 단어가 있으면 꼭 수집해요. 단어는 구체성을 만들어 주거든요. 초록색이면 좋겠다 보다 초록색 이끼였으면 좋겠다 는 말이 더 구체적으로 아우라를 만들죠. 원형들 이란 단어에 조화, 균형, 안정감이란 가치가 깃든 첫처럼.
16. 케이크도 브랜딩이 되고 있어요.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 없죠. 디저트까지 브랜딩되는 시대가 온 거.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들 사이에서 원형들이 꽤 괜찮은 이름이길 바랄 뿐.
원형들(4만)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wonhyeongdeul/
섬광(1.2만)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seomgwangb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