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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 반복되는 감정을 문장으로, 단어로 치환한다

롱블랙 2024년 5월31일 no. 750

롱블랙 2024년 5월31일 no. 750

존 케닉 : 산더, 케놉시아. 감정 신조어를 만들다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1085 


1. 한때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지금은 버려져서 조용한 곳. '케놉시아'. 더 이상 독창성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두려움은 '베이모달랜'. 나이가들수록 시간이 점점 더 빨리 흐르는 느낌은 '제노시네'. 개인이 300개 넘는 단어를 만들다니.


2. 그가 처음 만든 단어는 '오스티스'. '가을의 첫 징후를 보고 느끼는 애석하고 미묘한 마음'. 가을을 뜻하는 'autumn'과 징조를 뜻하는 'auspice'를 합쳤어요.


3. 시작은 내가 얼마나 유별난 인간인가를 보여주는 자학 개그 같은 거였어요. '나는 왜 혼자 이런 이상한 감정을 느낄까'하는. 하지만 작은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니, 내가 삶에서 놓치거나 무시했던 감정들이 보였어요. 단어를 만드는 것이, 나의 내면과 소통하는 방법이 된 거죠.


4. 그가 좋아하는 단어, 아네모이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시절에 대한 향수. 50년대 미국 영화나 음악 속 그 특유의 감성에 노스탤지어를 느끼곤. 


5. '산더'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이 주인공이라 믿으며 살고 있고, 그들 삶에서 나는 그저 엑스트라일 뿐이라는 깨달음'. 


존 케닉의 감정 노트. 그는 2006년부터 감정을 붙잡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일기와 달리 상황이나 맥락은 제외하고, 감정에만 집중해 글을 적는다. ⓒ존 케닉


6. 그는 반복되는 감정이 보이면 문장으로 정리. 그게 곧 새로 생길 단어의 정의가 돼요. 그 후 그 단어에 어울리는 이름을 찾아 나섭니다.


7. 마음이 아픈 이유 중 하나는 감정이 너무 모호하고 내가 제어하지도 못하고 원하지 않을 때 오고 가기 때문인 거 같아요. 하지만 주체적으로 내 감정을 언어로 풀어내고, 이름을 붙이고, 나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인다면? 그 감정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듭니다.


미국의 소설 작가 존 그린은 세상으로부터 멀어지는 느낌이 드는 감정에 ‘밤 기분Night feeling’이라는 자신만의 별명을 붙였다. 특정 감정에 이름표를 붙여주면 그 느낌이 찾아왔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Unsplash


8. 미딩. 무리 근처에 있지만 딱히 거기에 속해 있지는 않는 데서 오는 고요한 즐거움. '다들 함께 있고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고 안심한 덕분에, 보이지 않는 행복감과 완전한 소속감을 느끼는 동시에, 그곳에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그곳에 있다는 흥분을 느끼게 된다'. 도란도란 거실에서 이야기 나누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방에서 혼자 듣고 있을 때 드는 감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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