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910) 어쩌면 딴소리와 딴짓이 살길이다! 시인 문보영

롱블랙 2024년 12월5일 no. 910

롱블랙 2024년 12월5일 no. 910

시인 문보영 : 농담과 헛소리를 시에 담아, 텍스트힙에 중심에 서다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1274


1. 진심은 마음속에 있고, 언어를 통해 끄집어내는 거라고 믿었는데 일단 너저분하게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은 다음에 거기서 진심을 찾는 게 시 같았다.. 나도 모르는 말들을 미친 듯이 쏟아냈는데, 뱉고 나니, 거기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래서 진심은 너저분한 거구나 싶었다.


2. 사람들은 '시가 쓸모없다'고 말하는데, 그 말을 기분 좋은 말입니다. 저는 평소에 제가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내가 아무리 쓸데없어 봤자 시만큼 쓸모없겠냐 싶고 그런 생각을 하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173329129716f429590c15d5eb6e10ffd8e4d74dba.jpg 장난꾸러기라 불리는 문보영 시인이 명랑한 자세로 글을 쓰고 있는 모습. 소파 위 분홍 돼지는 그의 애착 인형이다. ⓒHae Ran

3. 오로지 시만 쓰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다 숨을 돌리게 된 거예요. 잠시 연필을 내려놓자 그간 쌓였던 피로가 절 압도했어요. 근데 글쓰기 외 할 줄 아는게 하나도 없다 보니, 번아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몰라 공황에 빠져 버린 거죠.


4. 규칙을 잃은 시인의 생활, 엉망이 됐습니다. 잘 자지도, 먹지도 못했어요. 불안과 우울을 쫓으려 글쓰기에도 매달려 봤습니다. 하지만 더 안 되겠다 싶더래요. 시인은 스스로 다짐. 잘 살려면 '잠도 밥도 글도 소통도 규칙적으로 하자'고.


5. 세상과 친한 사이. 문 시인이 바라는 길. 2023년, 8년 차에 그는 세상과 친해지는 법을 배웠어요. 미국 아이오와에서 열린 국제 작가 프로그램에 참여. 그는 해외에서 바깥 세상과 만나길 다짐하자 다른 풍경이 들어옵니다. 세상은 의외로 친절. 아이와 같은 천진함도 기꺼이 환영받았죠.. 언어가 서툴러도 '헤아림'으로 사람과 연결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17332922522688b759278a958b4dfe7f7d5c4ddebe.png

아이오와 작가 프로그램에 다녀와, 2024년 출간한 그의 에세이 『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 그의 작품 중 가장 많은 현실 인물들이 등장한다. 문 시인은 아이오와에서 보낸 시기를 ‘성장’이라고 정의했다. ⓒ한겨레출판


6. 어쩌면 딴소리가 핵심이고 딴짓이 살길인지도. 직선으로 파인 길로만 걸을 때, 시는 모퉁이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여지없이 발을 건다. 시라는 놈은 늘 그런식을 우리의 삶에 출몰해 의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문보영 시인 인스타(9198) https://www.instagram.com/opendooropenit/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909) 브랜딩이 단단해야, 일본 리테일에서도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