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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4) 오히려 빈 공간이 있어, 더 나아질 수 있다

롱블랙 2024년 12월10일 no. 914

롱블랙 2024년 12월10일 no. 914

이충녕 : 박사 대신 유튜버가 된 20대 철학자, "나다움에는 함정이 있다"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1275


1. 제가 생각하는 철학은 '틀을 깨는 힘'을 주는 학문. 전제에 도전하는. 내가 지금 힘들다고 느낀다면, '힘들다는 건 뭘까?'라고 생각. 다만 '내가 왜 힘들까?'는 철학적인 생각이 아님. 그건 이미 전제를 깔아놓고 생각. '힘들다'에 대한 사회적인 의미를 정해놓고 사고하는 거죠.. 기존의 틀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 조금 여유로워 질 수 있습니다. 나와 힘듦과 거리를 두는 거죠.


2. 하이데거는 인간을 '죽음을 - 향한 - 존재'로 표현.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개념을 풀어낸. 죽음은 막연한 미래가 아닌 현재진행형. "지금 이순간이 죽음을 향해 가는 한 지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외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옮고 그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이전의 저는 누구와도 옳고 그름을 가려야만 속이 시원. 하지만 이때 '관점만 살짝 바꿔도, 내 문제가 나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 우리는 희망과 행복의 가능성을 품은 존재이기도 하지만, 절망과 공허를 품은 존재이기도. 나의 긍정적인 면만 보고 희망을 품으면 내 반쪽과만 관계를. 그런 기대에 기초해 인생 계획을 세우면, 머잖아 문제가 생기고요. 나다움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기 긍정보다 더 중요한 건 긍정과 부정을 종합적으로 이해. 내 존재의 한 부분이 아니라 여러 부분을 동시에 들여다보는 거죠. 나 자신에 대한 깊고 종합적인 이해에는 반드시 겸손이 필요. 내가 모르는 것, 할 수 없는 것, 극복할 수 없는 것이 많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4. 희망을 포기한 자리에는 '또 다른 공간'이 생깁니다. 그 공간을 다른 것들로 채울 수. 내 정신이 움직일 수 있는 자리가 생기니, 세상의 다른 좋은 면을 볼 여유도 생겨요. 그러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요.


5. 나는 누구지? 나는 왜 살지? 저는 그 질문은 영영 풀 수 없는 미스터리라고. 영원히 채울 수 없는 빈공간이죠. 저는 그걸 인정하고 살아야 한다고 봐요. 생각보다 나는 단단하지 않고,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받아들이는 거죠. 오히려 '나는 비어있는 존재'라고 받아들이는게 장기적으로 더 큰 힘이 될 겁니다. 빈 공간이 있으니까 '나는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을 수 있어요.


1733625832364e6bb3175bae5a4bc12fc931c0a815.jpg 그는 모든 사람에게 ‘빈 공간’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공간을 억지로 채우려고 노력하기보다, 비어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거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롱블랙


이충녕 인스타(1.2만) https://www.instagram.com/chungco_phil/

이충녕 유튜브 충코의 철학(22.1만) https://www.youtube.com/@chungco_ph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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