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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실, 바로 언어

롱블랙 2024년 12월9일 no. 913

롱블랙 2024년 12월9일 no. 913

빛과 실 : 한강, 폭력과 고통에 대한 질문과 그 너머의 사랑을 말하다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1283


1. 소설을 시작하던 시점과 같은 사람일 수 없는, 그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변형된 나는 그 상태에서 다시 출발합니다. 다음의 질문들이 사슬처럼, 또는 도미노처럼 포개어지고 이어지며 새로운 소설을 시작하게 됩니다.


2. 학살에서 살아남은 뒤, 사랑하는 사람의 뼈 한조각이라도 찾아내 장례를 치르고자 싸워온 사람. 애도를 종결하지 않는 사람. 고통을 품고 망각에 맞서는 사람. 작별하지 않는 사람.


3. 필멸하는 존재로서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몸을 가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합니다.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 실에 연결되어 주었고, 연결되어 줄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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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시간으로 7일, 스톡홀름의 한림원에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서 강연하고 있다. 약 32분 간의 강연에서 그는 “하나의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산다"고 표현했다. ⓒNobel Prize Outr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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