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2025년 2월7일 no. 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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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 엔지니어 엄마가 만든 스쿨버스, 30년 대기업 독점 시장을 깨다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1335
1. 미국 1등 스쿨버스 기업은 '퍼스트 스튜던드'. 계약한 교육구만 1100곳, 보유 버스만 4만 4000대. 1913년에 시작해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 줌은 그로부터 101년 뒤 2014년에 만들어졌어요. 시장에 의미있는 균열을. 한 교육구는 30년 만에 스쿨버스 업체를 줌으로.
2. 리투 나라얀은 실리콘밸리 엔지니어. 인도 출신 이민자. 창업 전에는 야후, 이베이에서 프러덕트 매니저로. 두 자녀를 키우는 30대 워킹맘. 그런데 2013년 경력단절위기. 다름아닌 스쿨버스때문. '유치원 스쿨버스가 고장 나 딸아이의 하교를 할 수 없다' 등. 그때마다 대안을 찾느라 바빴어요. 이런 일이 잦았어요. 흥미로운 건 30년 전 인도에서 자길 키운 어머니도 똑같은 문제를. "어머니는 이런 이유로 직장을 그만뒀어요. 이건 세대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문제라는 걸 깨달았어요"
3. 리투는 시장에 뛰어들기전 '가능성'부터 확인. 2014년 4월 '리프티'라는 이름의 홈페이지 오픈. '우버처럼 앱으로 차량을 불러 아이 등하교를 맡길 수 있다'는 설명. 그다음 리투가 살던 팔로알토 지역의 부모 그룹에 이메일을. 하루 만에 300명이 넘는 부모에게 연락이. 그 뒤 리투는 서비스의 1호 운전자가. 아이를 직접 태우고 운전하는 건 물론, 종일 부모들과 대화하며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뭔지 파악. 이때 부모들이 집요하게 묻는 부분이. 바로 '어떤 사람이 운전기사가 될 것인가'.
4. 부모들의 니즈를 알자 집중할 부분이 명확. 리투는 운전기사 자격 검증을 최우선 목표로. 기준은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수준'. 후보 기사의 지문을 받아 신원 조회. 3년 이상 무사고 경력, 범죄 경력이 있는지도 확인. 그렇게 완성한 줌. '투명한 기사 정보'를 공유. 신뢰를 얻은 다음부턴 순조로웠어요. 2016년 1월에 본격적인 앱을.
5. 투자도 순항. 그러다 2019년 줌은 돌연 서비스 종료. 접은 건 아니고, 핵심 타깃 변경. 부모가 아니라 학교를 고객으로 삼기로. 자연스레 사업 모델도 바뀌었어요. 아이들 대상 일대일 택시가 아닌 미국 학교에 스쿨버스를 공급하는 업체가 되기로. 이유는 학교 공략 비즈니스가 더 유리. 2018년부터 줌은 조금씩 학교와 협업. 학교마다 1~2개씩 두는 '서브 노선'을 파고들었죠. 소수 학생을 위해 65~90인승 대형 버스를 두는 건 부담. 줌은 그런 학교를 찾아가 suv와 15인승 승합차로 설득. '우리는 학생 수에 맞춘 차량을 운영할 수 있다'고요.
6. 사업 피봇은 제가 내린 결정 중 가장 어려운 것. 창업 서사를 버리고, 부모를 위해 특별히 만든 제품을 보내야 했죠. 저도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제품을요. 하지만 그게 회사를 위한 선택. 그래야만 한다는 걸 알았어요. 내가 어디어 왔는지에 너무 집착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볼 수 없다면, 그건 옳은 길이 아닙니다.
줌은 2018년부터 학교와 협업하기 시작했다. 소수의 학생이 이용하는 서브 노선에 자사의 SUV, 봉고차를 배치하는 방식이었다. 다음 해인 2019년에는 아예 학교에 스쿨버스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모델을 바꿨다. 사진은 줌이 서비스하는 차들. ⓒ줌
7. 창업자들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어려운 고객을 설득하려면, 그들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 리투의 행보에 대한 한 기자가 쓴 글
8. 리투는 현장으로. 2020년 퍼스트와 재계약을 앞둔 오클랜드 교육구에서 입찰 공모. 그걸 보자마자 해당 교육구를 찾아다녀요. 그리고 세 가지 문제를 찾았어요.
1) 실시간 추적 : 학부모 민원, 저희가 없애드리겠습니다.
2) 전기버스 : 정부 지침, 저희가 대신 해드리겠습니다.
3) 노선 최적화 : 비용절감, 말하지 않아도 줄여드릴께요.
9. 실리콘밸리엔 SISP(Solution In Search of Problem)라는 말이. 해결책을 정해놓고 문제를 찾는다는 뜻. 잘못된 사업 운영을 지적할 때 쓰는 말. 적잖은 창업자들이 자신이 만들고 싶은 걸 정해 놓고, 고객의 문제를 거기에 맞추는 실수를 반복. 리투는 그 실수에 빠지지 않았어요.
10. 창업자로서 불확실성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자 임무. 모호함과 불확실성은 우리를 도전하게 하고, 새로운 발견을 하게 하며, 성장할 기회를 발견할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