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장인 열전] 5. 전)한화이글스 김정민 과장

2025년 소싱인페어 특별행사 소싱인스토리 현장 리뷰

굿즈장인들이 품었던 좀 특별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2025년 소싱인페어 특별행사로 진행된 소싱인스토리 이야기 입니다.

이번 행사에는 총 10명의 굿즈 장인들이 함께 해 주셨습니다. 그 중 6명의 이야기를 플라잉웨일 브런치에 공개합니다. (4명의 이야긴 여러가지 이유로 공개가 어렵게 되었어요. 양해부탁드립니다)


[ 굿즈 장인들의 좀 특별한 이야기 _ 연재 소개]
1. 소싱인페어는 35년 된 코엑스 주최주관 행사입니다. 국제판촉물전시회가 전신입니다.
2. 2022년부터 플라잉웨일은 코엑스와 협업해 굿즈컨퍼런스(소싱인스토리)를 기획/진행해 왔습니다.
3. 올해는 전하영 아트라이터님이 플라잉웨일 파트너로 참여해, 이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4. 순서는
1) 노플라스틱선데이 _ 이건희 대표
2) 서울디자인재단 (해치 굿즈) _ 서혜영 팀장
3) 독도문방구 _ 김민정 대표
4) MPMG MUSIC (쏜애플 굿즈) _ 최성민 팀장
5) 한화이글스 _ 김정민 과장
6) 바반투 (불교굿즈) _ 김서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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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이글스 리브랜딩과 굿즈 전략>, 前 한화이글스 김정민 과장


바야흐로 굿즈 전성시대, 그중에서도 유독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굿즈엔 어떤 스토리들이 숨어 있을까요? 단순히 아이템을 넘어 하나의 서사와 세계관을 만드는 굿즈 장인들은 또 어떤 인사이트를 품고 있을까요? 어느덧 4회째인 국내 유일 굿즈 컨퍼런스 <소싱인스토리>


다섯 번재 현장리뷰는 前 한화이글스 김정민 과장님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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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 한화이글스 리브랜딩을 기획 및 주도했던 한화이글스 김정민 과장. 현재 한화생명 스포츠마케팅팀에서 브랜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17년만의 브랜딩이 기획되기까지


‘40년간 이어져 온 브랜드 정체성을 성공적으로 계승했다’. 지난 2024년, 무려 17년 만에 진행된 한화이글스 리브랜딩에 대한 평가입니다. 리브랜딩 이후엔 구단의 성적도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요. 새로워진 로고와 슬로건으로 한화이글스에 색다른 기운을 불어넣은 리브랜딩은 과연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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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2. 리브랜딩 전의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는 ‘수리’. 한화이글스 대표 캐릭터로, 날지 못하는 아기 독수리라는 컨셉답게 귀여운 외형이 특징이다.


한화이글스, 하면 떠오르는 동물은? 야구를 잘 몰라도 대부분 독수리를 떠올릴 겁니다. 실제로 2017년부터 한화이글스의 마스코트는 아기 독수리를 모티브로 한 ‘수리’였어요. 아직 스타 플레이어가 없고 성적도 만족스럽지 못하던 시절, 늠름하고 용맹한 캐릭터를 선보이면 공감을 얻지 못할 거란 판단 하에 탄생한 앙증맞은 캐릭터였죠. 기존의 한화이글스 브랜딩은 이 수리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수리를 활용한 굿즈와 콜라보 덕에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2년까지도 매출의 일정 부분을 보완할 수 있었대요.


류현진, 문동주 등 스타 플레이어들의 등장 이후엔 플레이어 브랜딩도 진행됐어요. 가족 단위 관람객들과 여성 팬을 겨냥한 캐릭터 굿즈가 대표적이었죠. 이렇게 제작된 기존 굿즈들은 반응이 꽤 좋았지만, 내부적으로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어요.


“디자인이 예쁜지 안 예쁜지를 떠나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느냐가 문제였어요.

대부분의 굿즈에 한화이글스 로고가 박혀 있는데, 과연 이 유니폼을 입고 슈퍼에 가거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런 고민을 거쳐 우리의 로고가 팬들의 일상 속에 침투하지 못하면 매출과 확산성 모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고, 결과적으로 로고들을 전면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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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3. 리브랜딩 이후의 로고가 적용된 신규 유니폼. 팬들의 일상에 무리 없이 녹아들 수 있는 것을 목표 삼았다.


그렇게 해서 대대적인 리브랜딩이 시작됩니다. 로고로서는 17년 만의, 유니폼으로서는 10년 만의 변경이었어요. 마침 창단 40주년과도 맞물리며 한화이글스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기회이기도 했죠.


그 결과는? 1년 반 동안의 리브랜딩 프로젝트 이후, 한화이글스는 지난해 매출을 단 3주만에 달성합니다. 말 그대로 폭발적인 성과였어요.



리서치x데이터x설득으로 만들어낸 리브랜딩


하지만 모든 성과 뒤엔 수많은 노력과 고충이 숨어있는 법. 리브랜딩 과정 역시 끝없는 리서치와 데이터, 설득의 반복이었습니다. 브랜드를 대표해 온 이미지를 변경한다는 건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가장 먼저 필요했던 건 당위성을 확보하는 일. 그래서 로고 변경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두 가지 가설을 세우고,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수집했대요. 우선 팬들과 시각 디자이너, 교수 등 4,4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죠. 그 결과 현재의 브랜드 이미지는 올드하다는 평가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얻었어요.


사실 당연한 일이었어요. 당시 사용 중이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2007년에 만들어졌고, 대전에 위치한 구장 역시 1964년 개관 이후 리모델링을 반복하며 사용해 왔으니까요. 시각적·공간적 경험이 브랜드 인식에 반영되는 만큼, 이러한 경험을 모두 바꿔야 한화이글스의 브랜드 이미지도 변화할 수 있다는 근거와 함께 17년 만의 리브랜딩이 결정됩니다.


그 다음 단계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팀 꾸리기. 김정민 前 과장의 머릿속에는 6개월 가량의 조사 끝에 생각해둔 로고 디자인이 있었대요. 필요한 건 그 디자인을 구현해 줄 사람이었죠.


“저는 야구 유니폼은 서체가 9할이라고 생각해요. 곡선의 미세한 각도 하나하나까지 완성도가 높아야만 시간이 흘러도 그 가치가 변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뉴욕의 스포츠 전문 서체 디자이너 매튜 울프에게 연락했습니다. MLB, NBA 등 다양한 디자인을 담당했던 만큼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운좋게 함께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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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4. 한화이글스의 새로운 브랜드 전략. 어떤 방식으로 목표를 이룰 것인지 구체적인 방식을 제시해야 ‘한화다움’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후에는 디자인의 뿌리가 되어줄 브랜드 전략을 세웁니다. 앞으로 어떤 한화이글스가 되고 싶은지, 팬·선수·구단 직원들을 대상으로 각각 설문조사를 진행했어요. 그 결과 얻어낸 건 다음 3가지 답변.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이라는 것, ‘이글스’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독수리’라는 것, 한화이글스만의 특징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는 내용이었죠. 독수리라는 매개체를 활용해 ‘어떻게 우승할 것인지’ 구체화된 문장을 만들어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자는 전략도 여기서 탄생해요.


“그 뒤로 한 달 정도 독수리에 대해 정말 많이 조사했어요. 그러다 한 논문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검독수리에게 GPS를 달고 비행을 시켰는데, 얘가 난기류 속에서 오히려 상승을 가속했다는 거예요.

이게 딱 한화이글스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난기류 속에서 헤매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직면해서 뚫고 성장하는 독수리처럼 고난과 역경을 모두 이겨내고 우승할 거라는 서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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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5. 난기류를 활용하여 상승가속한다는 독수리의 특성에서 착안한 브랜드 슬로건 ‘Ride the St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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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6. 로고 디자인을 위한 수많은 시도의 흔적들. 부리, 발톱, 깃털 등 독수리의 곡선을 녹여내고자 했다.


‘비행기는 난기류를 만나면 양력을 잃지만 독수리는 오히려 난기류를 활용하여 상승가속한다.’ 그 사실에서 착안해 마침내 브랜드 슬로건이 만들어진 후, 뉴욕과 대전을 오가며 로고 디자인이 진행됩니다. ‘한화다움’을 더하기 위해 우승 연도였던 1999년도 로고를 계승하고, 발톱과 부리 등 독수리가 지닌 곡선을 한껏 녹여서요.


이렇게 완성된 디자인은 유니폼 등의 굿즈뿐 아니라 신축구장에도 적용됩니다. 원정 팀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는 홈 어드벤티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온 경기장을 오렌지색으로 물들였고, 전광판 위에 7m짜리 거대한 독수리 조형물도 설치했어요. 구장 자체를 독수리가 내려다보는 둥지처럼 만들고 싶어서였죠. 무려 한 달간의 설득을 거쳐 어렵게 이뤄낸 일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경기 때마다 방송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시그니처가 되었대요. ‘개인 SNS 계정을 닫아야 할까’ 고민했던 게 무색할 만큼 리브랜딩에 대한 팬들 반응도 뜨거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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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팬들의 반응은 현장 질의응답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리브랜딩을 시작 단계부터 쭉 지켜봐 왔다는 한 팬은 ‘기획 단계부터 상사들을 계속해서 설득했던 과정이 인상깊었다’며 설득의 노하우를 질문했어요.


“가장 중요했던 건 자기 확신이었어요. 이 결정이 한화이글스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란 걸 저 스스로 확신해야 했거든요.

총 10번 넘는 보고 과정을 거쳤는데, 이걸 왜 이렇게 결정했는지, 저건 왜 저렇게 결정했는지, 누군가 제게 질문했을 때 저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게끔 굉장히 많은 자료들을 조사하고 공부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1년 반 동안 정말 고민이 많았지만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었던 건 그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비용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내 디자이너가 아닌 해외 디자이너에게 작업을 의뢰한 이유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어요.


“한화이글스 로고는 기본적으로 영문 바탕이에요. 그런 만큼 영문 서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디자이너와 함께하고 싶었어요. 로고나 유니폼은 한번 만들어지면 20년 가까이 사용되는데, 오랜 시간 동안 불편함 없이 사용하려면 정말 최고의 완성도가 요구되거든요.

스포츠 디자인만 10년 넘게 해 온 사람으로서 일반 디자이너와 스포츠 디자이너는 또 다르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스포츠 전문 디자이너가 있는 MLB 쪽으로 눈을 돌렸고, 이후 해당 로고를 국문화하는 과정은 국내 디자이너와 함께했습니다."


2025 KBO 정규시즌을 2위로 마무리하며 누구보다 확실한 변화를 보여준 한화이글스. 그 변화의 발판이 되어준 리브랜딩에 대해 내밀하게 들어볼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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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미니 인터뷰


Q. 오늘 강연 중에서 ‘설득’이라는 키워드가 반복해서 등장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장기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그렇지만, 특히 17년 만의 리브랜딩 같은 프로젝트는 정말 엄청난 것이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의견을 더하는 분들이 많아요. 거기에 흔들리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임원들을 설득하는 데 가장 집중했어요. 이건 디자이너의 역량과도 연결될 것 같은데요, 단순히 예쁘게 그리는 걸 넘어서 잘 설명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반응이 좋지 않다면 거기에 실망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왜 반응이 좋지 않은지, 어떻게 해야 더 좋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해요.


Q. 리브랜딩 이후의 변화를 가장 실질적으로 느끼는 건 팬들일 것 같습니다. 어느덧 리브랜딩 2년차, 가장 마음에 남는 팬들의 반응이 있었다면요?


‘디자인 뽑느라 독수리 사진 정말 많이 찾아보셨겠다’, ‘담당자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겠다’는 댓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요. 단순히 디자인이 예쁘다는 걸 넘어서 숨은 과정을 이해해주시는 것 같아 좋았어요.

진짜 팬들은 고생한 걸 알아봐 주시는구나, 느꼈고요. 스스로 확신이 없으면 설득을 밀고 나가기가 쉽지 않은데, 팬분들의 응원이 너무 감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댓글을 달아준 분들께 몰래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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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전하영님

1)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jjeonneo/

2) 웹사이트 https://jeonhayeong.creatorlink.net/

하나의 색으로 채운 100명의 세계보다 열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10명의 세계를 꿈꾸는 사람. 2017년부터 아트와 디자인의 관점에서 취재·인터뷰·칼럼 등 콘텐츠를 제작해왔으며, 글로벌 아트 플랫폼과 미술투자 플랫폼을 거쳐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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