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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진적 과부화 추구, 금융맨 최호진

ㅅ스타그램 프로젝트 no.37


1. 사람 이야기만 하는 ㅅ스타그램 프로젝트입니다. (인스타가 메인, 브런치는 거들뿐)
2.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에 맞춰, 100일 동안 사람 이야길 합니다.
3. 우리는 대개 누군가 만든 길을 따라갑니다.
4. 그 길이 '대로' 일수도 있고, 인적 드문 '골목길' 일수도 있습니다.
5. 그러다 내가 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러하길 바랍니다.
6.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길을 만들기 전, 다른 이의 길을 살펴봅니다.
7. 그들 역시 웃고, 울고, 가라앉고, 상승하길 여러 번. 당신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8. 힘내세요.    

[ㅅ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이름과 사회(일) 몇 년차인가요?

최호진이고요. 사회생활 16년 차가 됐습니다. 

[호진님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mchojin/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 일터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2018년까지만 해도 저는 평범한 금융사 직원이었습니다. 14년 동안 금융사에서 재무, 상품, 광고, 신사업, 디지털 혁신 등 다양한 업무를 했네요. 짧은 기간 동안 이것저것 하다 보니 제대로 하는 것은 없는...  불현듯 진짜 나의 모습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 작년 초 휴직을 하게 되었고요. 지금은 휴직 2년 차로 복직을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3. 지난 3년, 가장 잘 한 일과 그 이유는?

휴직입니다. 휴직은 제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휴직 기간 동안 정말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았어요. 매일 글을 썼고 , 회사 밖 사람들과 만나 새로운 것을 배웠어요. 지난여름에는 아이들과 함께 두 달 넘게 여행을 다니기도 했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진짜 나의 모습과 만날 수 있었어요. 진짜 내가 바라는 모습, 좋은 아빠로서의 모습. 그리고 일하는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을 고민할 수 있었어요. 물론 여전히 미완의 고민이지만 충분히 많은 것을 생각하고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4. 삶에 있어 아쉬웠던/안타까웠던(실수, 실패 등) 일이 있었을 텐데요,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중학교 때부터 꿈이 아나운서였어요. 저랑 잘 맞을 것 같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 같기도 했고요. 열심히 준비해서 아나운서 시험을 봤어요. 그리고 보기 좋게 미끄러졌어요. 그때 다시 도전하지 않고 은행에 취직했어요. 살면서 그때 과감하게 다시 도전하지 못했던 게  아쉬울 때가 많았어요. 눈 딱 감고 1년 더 도전했으면 어땠을까라는 후회가 많이 남았어요.  아쉽게도 그때 도전을 접었던 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살았어요. 가슴속에 응어리를 남긴 채 그냥 회사를 다녔던 것 같아요. 가슴 한편에 아쉬움을 간직한 채 말이죠. 그러던 중에 MBC의 암흑기가 도래했어요.(저는 MBC 아나운서만을 꿈꿨거든요) MBC가 두 명의 사장 때문에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하는 아나운서들이 하나둘 TV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체념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극복한 거라기보다는 그냥 잊어버렸던 것 같네요. 



5. 슬럼프에 빠진 친구/지인을 보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글쎄요. 조금 어려운 것 같은데요. 너무 슬럼프에 빠져나오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럴수록 더 슬럼프에 빠지기 마련이니까요. 그 시간을 그냥 묵묵히 견뎌내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싶어요.  대신 한 달 동안만이라도 뭔가 하나를 꾸준히 해봤으면 좋겠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 본다거나, 일어나서 이불을 갠다거나, 매일 만보씩 걷는다거나 등등의 것이요. 슬럼프와 상관없는 가급적이면 몸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것을 해 봤으면 좋겠어요. 하루도 쉬지 않고 하다 보면 한 달이 훌쩍 지나가 있을 거예요. 


6. 삶에 흔들리는 지인들에게. 드라마, 책,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미술, 사진 등 이건 꼭 (들어)봐~ 하며. 추천하고 싶은 건? 왜요?

김민식 PD님의 <매일 아침 써봤니>를 추천드려요. 저는 김민식 PD님이 갖고 계시는 긍정의 에너지를 참 좋아하는데요. 이 책에서 긍정의 에너지가 많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파업 때문에 힘든 와중에도 글을 쓰면서 다시 소생하는 PD님의 마음가짐도 읽을 수 있었고요. 책에 나오는 아래 문구는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답은 어디에도 없어요.(Answer is nowhere) 답은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Answer is now,here)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 되듯이, nowhere에 쉼표 하나만 찍으면 ‘now, here!’가 됩니다.  <매일 아침 써봤니>중에서


http://www.yes24.com/Product/Goods/57904485

김민식 피디님과 호진님


7.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중 다른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1명을 생각해 보세요. 

1) 저와 이름이 같으신 장호진 님을 추천해요.  

2) 호진님은 현재 서울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사업을 꾸리고 계신데요. 몇 년 전만 해도 그는 평범한 회사원이셨어요. 회사 생활에 염증을 느낀 그는 아내와 동시에 퇴사를 하고, 400여 일 동안 세계일주를 떠나게 돼요. 아르헨티나에서 우연히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며칠을 보내게 된 그는 여행자와의 만남에 매력을 느끼고 서울에서도 여행자들을 만나는 일인, 에어비앤비 호스트로서의 새로운 삶을 사시게 됩니다. 실제로 만난 건 두 번뿐이지만 두 번의 만남을 통해 그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최근 제게 많은 영감을 주고 계셔요.  지금 코로나로 인해 많이 힘드신 상황인데요. 호진님은 최근 자기가 이 일을 왜 하게 됐는지 처음의 마음을 돌아보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속에서 자기가 정말 설레었던 가치를 발견하며 희망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고 하셨는데요. 제게는 그런 그의 의연함이 너무 대단해 보였어요. 흔들릴 때 저도 그처럼 초심을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고요.  


8. 당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는(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제가 지향하는 삶은 “점진적 과부하”를 추구하는 삶이에요. 저는 어제의 나보다 발전하는 오늘을 살고 싶은, 성장의 욕구가 꽤 큰 사람이에요. 그런데 마라톤을 하다 보니 의욕에 앞서 오버페이스를 하게 되면 나중에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성장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빨리 성장하기보다는 서서히 오래도록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저의 몸과 마음에도 조금씩 과부하를 주려고 해요. 



9. 만약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일 인가요?

글쎄요. 뭘 하고 있을지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나운서 꿈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아나운서가 됐었을 수도 있었을까요? 


10. 당신이 가진 여러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센가요 (장점, 고유성 등)?  

꾸준함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한 번 약속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특히 그 약속이 “제 자신”과 한 경우라면 더욱 그래요. 뭐든 한 번 마음먹은 것은 그래서 끝장을 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제가 작년에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쓴 것(몇 번 빼먹은 날이 있긴 합니다만)과 꾸준히 달려서 1,700km를 달린 것이었는데요. 매일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저에게 큰 성취감을 주는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도 꾸준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저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그냥 꾸역꾸역 해보려고요. 


11. 20대(사회 초년생) 당신과 지금의 당신, 생각(가치관 등)의 어떤 부분이 (크게)달라졌나요?

20대 때 저는 모든 것을 이기고 지는 것의 이분법적 논리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기고 지는 싸움에서 항상 이겨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주목받는 것도 좋아했기에 이겨서 당당히 1등의 자리에 올라가는 것을 즐기곤 했죠. 거기에 올라가야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도 여전히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커요. 그리고 승부욕도 남들에 비해 강한 것 같고요. 하지만 점점 그런 것들을 내려놓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휴직을 하면서 그 마음이 많이 사그라들었어요. 이긴다, 진다라는 개념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마라톤을 하면서 더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완주를 목표로 하는 마라톤에서는 모두가 승자거든요. 자기만의 페이스대로 꿋꿋이 가는 게 중요하지 누구보다 잘 달리는 게 크게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그 속에서 모두가 위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삶이라는 레이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12. 당신은 무엇에(or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글쎄요. 누군가에게 제가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할 때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제가 쓴 글에 영향을 받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는 댓글을 받았을 때, 제가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분들께서 만족 할 때, 저와 대화를 나눈 분이 저의 충고를 고맙게 받아들일 때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13. 인생 후반전(50세 전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글을 쓰면서 지친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진정한 한량이네요. 


14. 13)번 질문에 이어, 그것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세 가지를 하고 있어요. 

1) 매일 글을 쓰고 있고

2) 사람들과 함께 한 달 습관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어요. 

3) 버킷리스트 100개 만드는 모임도 운영하고 있고요. 


호진님의 버킷리스트 워크샵 안내 (이미지는 no.30 인터뷰어 한정혜 님이 만들었다)


15. (좋은, 작은)습관이 있다면?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있어요. 집에서 나갈 때, 버스에서 내릴 때, 밥 먹고 나올 때 제가 있던 자리를 한 번 보고 오는 거죠. 덕분에 삶도 자주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16. 누군가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면, 어떤 노하우(or 인사이트 / 경험)를 전달하고 싶나요?

글쎄요. 가장 하고 싶은 강의는 “글쓰기” 강의예요. 평범한 대기업 차장이 블로그를 꾸준히 쓰면서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글을 꾸준히 (잘 쓰는 거 말고) 쓰는 저만의 노하우에 대해서도 나눠보고 싶고요. 그런데 사람들이 저의 글쓰기 강의를 들으러 올까요? 언제나 이상과 현실은 괴리가 있는 것 같아요. 


하하하 꼭 글쓰기가 아니어도 제 휴직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기도 하고, 버킷리스트 100개를 만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기도 해요. 아이들과 여행 가는 팁도 이야기할 수 있고요. 공부 잘하는 법도 준비해 볼까요? 불러만 주면 뭐라도 다 할 수 있어요. 어떻게 안될까요?



17. 당신은 지금 어떤 키워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꾸준한 사람,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 그리고 웃기는 사람이요. 

저는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쓸데없이 진지할 때가 너무 많아요. 남들이 저를 보면서 많이 웃었으면 좋겠어요. 


18. (신이 지금 나에게) 1년의 시간을 '보너스'로 준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왜 그걸 하고 싶나요?

목표나 목적 없이 1년 살아보고 싶어요. 아직도 목표나 목적이 없이 지내면 인생을 낭비하는 것 같고, 누군가에게 죄를 짓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마음 내키는 대로 1년을 그냥 지내보고 싶어요.  


19. (자문자답)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주세요. 이 질문을 듣고 싶고, 그에 대한 답은?

Q - 꿈이 뭐예요?  

A - 저는 사람들에게 제가 가진 것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무기력에 빠져 있거나, 번아웃이 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그런 저의 모습을 아내와 아이들이 존경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싶고요. 근데 써놓고 보니 뭔가 저만 너무 진지한 거 같네요. 저는 진지충입니다



20. 요즘 당신이 몰입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그것이 잘 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요즘 저는 책을 쓰는 일에 몰입하고 있어요. 저의 휴직 이야기를 하나씩 정리해보는 중이에요. 휴직을 하고 저는 세 명의 "나"와 만날 수 있었어요. “그냥 나”, “아빠로서의 나”,”일하는 나” 이 바로 그 세명이었는데요. 이것을 중심으로 제가 느끼고 배웠던 것들을 정리해보는 중이에요.  우선 잘되면 책이 나올 거고요.(책이 나오면 록담 님의 홍보 부탁드릴게요.) 책이 잘되면 재미난 일도 벌어지겠죠? 우선 책이 잘 나올 수 있게 노력해 보려고요.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최호진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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