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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돕는다, Priblic Artist 장비치

ㅅ스타그램 프로젝트 no.46

1. 사람 이야기만 하는 ㅅ스타그램 프로젝트입니다. (인스타가 메인, 브런치는 거들뿐)
2.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에 맞춰, 100일 동안 사람 이야길 합니다.
3. 우리는 대개 누군가 만든 길을 따라갑니다.
4. 그 길이 '대로' 일수도 있고, 인적 드문 '골목길' 일수도 있습니다.
5. 그러다 내가 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러하길 바랍니다.
6.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길을 만들기 전, 다른 이의 길을 살펴봅니다.
7. 그들 역시 웃고, 울고, 가라앉고, 상승하길 여러 번. 당신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8. 힘내세요.    

[ㅅ스타그램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이름과 사회(일) 몇 년차인가요?

장비치 33년 차

[비치의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chang_bee_chee_/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 일터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제 일터는 현재 한남동에 있고요, 그곳에서의 제 역할은 Priblic Art를 "더 소통이 수월한 무엇"으로 만들어 보는 겁니다.  Priblic Art는 제가 2017년도에 만든 개념인데요, private(개인)과 public(공공) 두 단어를 조합한 것으로 개인에 스며들어 있는 공공의 잔재에 대한 이야기예요. 이 개념을 시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하고 있어요. 


사진, 영상, 설치물로 공간을 채우면서 화두를 던지기도 하고,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단련하는 프로젝트도 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 기도 하는 것이 제 일이에요. Priblic Art는 사회와 개인이라는 대주제 속에서 관계, 연대, 고백, 위로, 용서라는 소주제를 갖습니다. 예술의 치유적 기능에 큰 관심을 두고 다가가기 쉬운 예술, 마음에 도움이 되는 예술을 만들고자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록담 님의 질문지에 답변을 쓰고 있듯이, Priblic Art의 좌충우돌 혼돈의 과정을 부끄럼도 없이 여기저기 공유하는 것도 제 일입니다. 저는 저로 사는 게 일이라, 세상을 보기 시작했던 때부터 사회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33년 차라고 했어요)



3. 지난 3년, 가장 잘 한 일과 그 이유는?

제가 가장 잘한 일은 제가 하려고 하는 일, 하고 있는 일을 그대로 꺼내 놓은 거예요. 정리가 되지 않은 거칠고 부족한 상태를 있는 그대로 여기저기에 올려 두는 일을 하고 있어요. 어느 날 문득 저를 키워준 세상을 돌아봤는데, 말끔하게 정돈이 되어 있는 그 무엇 만이 의미를 갖는 그런 야박한 세상이 아니었고, 어느 누구 하나 귀하지 않은 적이 없던 세상을 살았더라고요. 넘어져 있을 때 함께 주저앉아 있어주기도 하고,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우기도 하고, 정신 차리라고 욕을 해주기도 했던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살았더라고요. 


그런 세상에 대한 믿음으로 큰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그냥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살기로 했어요. 그 전에는 제가 아는 선에서 꽤 전략적인 표상을 입고 그럴싸한 연출 하려고 했었거든요. 습관이 되어버린, 예쁜 포장지 만들기를 그만하자고 다짐했고, 그 이후로는 똥 참는 힘을 다해 있는 그대로를 꺼내 놓고 있어요. 사랑하는 친구들과 하고 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것도, 낯선 컨퍼런스에 가서 Priblic Art 개념을 꺼내 놓은 것도, 기록 상점에서 자화상 프로젝트를 활용한 워크숍을 진행해 본 것도, 동생과 함께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모두 맞닿아 함께 크는 아름다운 세상 덕분입니다.



4. 삶에 있어 아쉬웠던/안타까웠던(실수, 실패 등) 일이 있었을텐데요,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졸업 논문을 찾아오지 않았어요. Priblic Art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공부한 내용과 실험이 담긴 논문이었어요. 제가 다닌 학교는 석사 논문을 수거해서 심사하고, 심사 후에 우수한 논문은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고 나머지는 각자 찾아가는 시스템이에요. 데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애썼고, 손에 잡히지 않고 정리가 어려운 이 뭉치를 개념화하고, 소통 가능한 형태로 스스로를 통역해 내기 위해 애썼는데, 그 수준이.. 논문 제출하기 전에 상태를 봤는데, 너무 수치스럽고 불만족스러웠어요. 논문 심사가 있었고, 통과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다행이라는 느낌보다는 어디 숨고 싶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논문 찾으러 오라는 학교의 통보가 있었는데 안 갔습니다. 그냥 버려지게 두었어요. 제가 제 논문에 행한 이 '외면'이 시간이 흐르면서 '큰 짐'이 되더라고요. 정신승리를 이뤄내기 위해 많은 핑계를 찾아냈는데도, 도저히 용서가 안되더군요. 그래서 스스로를 많이 혼냈죠. 가학적인 시간을 많이 보냈고, 바닥에 붙은 껌 같은 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불안하고 산만한 언어를 사용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고요. 그러다가 코로나 팬더믹의 영향으로, 강제 휴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빅뱅이론 보다가, 쉘든이 하룻밤 사이에 레너드의 아이디어를 논문으로 써내는 장면을 봤는데, 제 논문이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지금 제 논문을 다시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살면서 배우게 된 내용들도 있고, 학교도 이미 졸업해 데드라인도 없으니, 제 속도로 제 성에 찰 때까지 다시 쓰려고요. 다시 쓰겠다 다짐을 하고 자료를 찾아 정리를 하는 중인데요, 이 것 만으로 제가 얼마나 대견한지 몰라요. 결국 나를 불편하게 만든 나의 선택을  "실수였다, 잘못이었다" 고 깔끔하게 인정하고, 내 힘으로 그 잘못을 바로 잡는 거니까요. 내 손을 벗어나 어쩔 수 없는 실수들의 경우엔, 실수로 비롯한 감정들을 마주하고 내 잘못임을 인정하고, 다른 방법으로 다시 해요. 제가 미래의 나를 편안하게 해 줄 유일한 방법입니다. 



5. 슬럼프에 빠진 친구/지인을 보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개인적으로 묻지 않은 조언을 듣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성격이라, 누구한테 무슨 조언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편입니다. 근데 누군가가 "제가 지금 넘어져 무릎이 깨졌는데 어떻게 일어서야 합니까?"라고 묻는다면, 일단은 깨진 무릎 잡고 같이 울고, 어디서 어떻게 넘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잘 듣고, 어디 가려다가 넘어진 건지를 물으면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열심히 달렸기 때문에 넘어진 걸 테고, 넘어진 김에 쉬면서 다친 곳도 살피고, 가려고 했던 곳도 왜 가려고 했는지 생각하다 보면 가벼운 마음, 더 단단한 두 다리가 생기겠지요. 우리는 엄청난 자가 치유의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6. 삶에 흔들리는 지인들에게. 드라마, 책,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미술, 사진 등 이건 꼭 (들어)봐~ 하며. 추천하고 싶은 건? 

디대치먼트 (2011)

빅뱅이론 (2007~2019)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005)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2014, 2017)

트루먼쇼 (1998) 

헤드윅 (2001)

에이 제이 앤 퀸 (2019)

필리다 바로우 (1944-) folly (2017)

Suzanne Lacy (1945- )  Silver Action (2013)

Judy Chicago (1939-) 

The Dinner Party (1974-1979) 

Joseph Beuys (1921-1981) 

Infiltration for Piano (1966)

William Eggleston (1939-) 

The Red Ceiling (1973)

Martin Parr (1952) 

Autoself portrait 

Marina Abrahamovich(1946) 

Nude with Skeleton (2002) :


7.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중 다른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1명을 생각해 보세요. 

1) 장주환 -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예술에 대해 고민하고 실험하는 사람입니다.  

2) 제 남동생이에요. 

3) 왜 예술하는가, 왜 사는가 이 두 질문은 피해지지 않더라고요, 주기적으로 저 두 질문의 늪에 있게 돼요. 장주환이랑은 이런 얘기를 나눌 때 자유로워요. 잊고 있는 내 귀한 점, 잊고 싶은데 너무 또렷한 못난 점 모두를 보게 해요. 그러면 제가 그냥 있는 그대로 가치 있는 무엇이 돼버리는 신기한 경험을 합니다. 그런 얘기가 힘이 돼요. 살아 내면서 겪어야 할 것들에 대해 솔직해지도록 해 줍니다.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갖되, 너무 자만하지 않도록 욕을 동시에 해줘서 그렇습니다. 이상하게 장주환이 한마디 툭하고 던지면 그 말이 씨가 되고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서 뭐든 되더군요. 


8. 당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는(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다수와 소수의 경계선에서 마냥 자애롭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9. 만약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일 인가요?

트로트 가수하고 있을 거 같아요. 일단은 노래하는 게 너무 좋고요, 3분 남짓한 시간에 온갖 추억이 쏟아져 나오고, 소리 지르다 보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그 맛 때문에요. 그리고 음악을 통해서 대신 울어주고, 대신 욕해주는 맛도 느낄 거 같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어르신들께 신명을 드리는 보람도 있을 거 같아요. 


아니면, 청소년 수련원 레크리에이션 강사요. 수련회 오는 학생들한테 깨알 같은 웃음과 꾸덕한 감동을 선사하는 그런 레크리에이션 강사! 도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주일 학교 교사할 때 중고등부 학생들이랑 캠프 가고 그러면 제가 전체 진행 보고 했었거든요, 캠프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도록 진행하는 일도 너무 보람되고, 중간중간 시답지 않은 농담에 학생들이 웃어주면 그것도 너무 좋았고, 학생들이 잘 놀고, 서로 잘 챙기고 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감동적이었어요.  



10. 당신이 가진 여러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센가요?  

저는 포용력이 강점인 거 같아요.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는 수련을 오래 해 왔어요. 저렇게 이야기하는 데는 분명 역사가 있으니, 함부로 나의 자를 들이밀지 말자는 다짐, 수련을 해요. 그리고 그걸 저 자신한테도 해요. 자주 마음이 부서지고 종종 어딘가 불편한 행동 해요. 그러면 집에 돌아와서 그 이유를 찾아요. 함부로 내 행동을 부족하고 모지란 무엇으로 치부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한테 시간을 주는 거예요. 분명 이 어려움에는 역사가 있다 하고, 판단은 보류한 체로 일단 안아주려고 애써요. 


11. 20대(사회 초년생) 당신과 지금의 당신, 생각(가치관 등)의 어떤 부분이 (크게)달라졌나요?

억울함 사라진 거 같아요. 왜 이렇게 세상이 부조리할까, 왜 나만 빼고 다 행복할까 하면서 억울했어요. 세상은 여전히 복잡 시리고, 나 보다 행복한 사람은 여전히 많지만 요새는 억울하지가 않아요. 



12. 당신은 무엇에(or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 갔는데 모두 비울 수 있을 때 보람을 느껴요.  책꽂이에 꽂힌 책을 볼 때랑 다 마신 술병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뭘 먹을지 모르겠어서 고민하고 있는데, 친구가 제가 먹고 싶은 거 딱 찍어서 시켜주면 보람을 느껴요. 두리뭉실 두서없이 꺼내 놓은 말들을 찰떡같이 누가 알아듣고 정리해 줄 때도 보람을 느껴요. 


13. 인생 후반전(50세 전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저는 예술인끼리 서로에게 서로의 존재 자체가 소속감과 유대감을 주는 그 무엇을 하고 싶어요, 해외 아티스트들과 한국 아티스트들이 교류할 수 있는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운영해 보고 싶고, 예술인 실버타운도 하고 싶어요



14. 13)번 질문에 이어, 그것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를 탐방하고 있어요, 예술청 실험적 아트 프로젝트 모임에 참석하면서 예술인이 중심인 새로운 운영에 대해 배우고 있고, 생활 예술이라는 개념을 연구하는 예술연구모임 '이름을 찾는 사람들'을 함께 하고 있고, 동생이랑 예술인 유대를 위한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어요. 


15. (좋은, 작은)습관이 있다면? (없다면, 어떤 습관을 가지고 싶나요?)

저는 매일 운동하는 습관을 갖고 싶어요. 


16. 누군가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면, 어떤 노하우(or 인사이트 / 경험)를 전달하고 싶나요?

1) 준비단계에서는 제가 만난 좋아하는 것을 삶에 녹여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2) 들어가는 단계에서는 이야기들의 정보를 나누고  

3) 펼치는 단계에서는 같은 일화를 다른 주제로 분류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하고 

4) 마무리하는 단계에서는 그런 일상의 이야기 기억, 분류의 방법이 주는 치유적인 기능에 대해 전달합니다. 



17. 당신은 지금 어떤 키워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1) 도전 중인 놈 2) 고민하는 놈 3) 지멋데로사는놈 4) 착한 놈 5) 나쁜 놈 6) 이상한 놈 


18. (신이 지금 나에게) 1년의 시간을 '보너스'로 준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왜 그걸 하고 싶나요?

1년을 어디로 줄 건지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중학교 2학년 때 1년을 주면 시애틀에서 1년 더 살고 싶어요, 2001년부터 1년간 시애틀에서 살았었는데, 너무 아쉬운 점이 많아서요. 고등학교 3학년 때 1년을 더 주면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 안동 여행을 가고 싶어요. 왜 안동이냐면, 저는 안동 장 씨예요. 2009년에 1년을 더 주면, 모든 걸 다 버릴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미친 사랑 해보고 싶어요, 지금 1년을 더 주면, 지금 사는 데로 살래요.



19. (자문자답)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주세요. 이 질문을 듣고 싶고, 그에 대한 답은?

Q - 왜 이걸 한다고 했지? 

A - 창피함에 익숙해지고 싶어서요


20. 요즘 당신이 몰입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그것이 잘 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저 만의 예술 언어를 구축하는데 몰입하고 있어요! 이거 잘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랑 대화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항상 행복하고 늘 건강하시길 기도할게요 :)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장비치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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