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스타그램 프로젝트 no.60
1. 사람 이야기만 하는 ㅅ스타그램 프로젝트입니다. (인스타가 메인, 브런치는 거들뿐)
2.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에 맞춰, 100일 동안 사람 이야길 합니다.
3. 우리는 대개 누군가 만든 길을 따라갑니다.
4. 그 길이 '대로' 일수도 있고, 인적 드문 '골목길' 일수도 있습니다.
5. 그러다 내가 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러하길 바랍니다.
6.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길을 만들기 전, 다른 이의 길을 살펴봅니다.
7. 그들 역시 웃고, 울고, 가라앉고, 상승하길 여러 번. 당신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8. 힘내세요.
1. 이름과 사회(일) 몇 년차인가요?
김미소 14년 차
[미소님의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misoxmiso/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 일터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국악(거문고)을 전공했다. 악기에는 재능도 뜻도 없어 일찍이 공연기획으로 우회했다. 창작국악을 하는 예술단체를 만들어 운영하다가 울산 월드뮤직페스티벌을 통해 축제에 입문했다. 이후 잔다리 페스타, 화엄음악제 같은 음악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줄곧 해왔다. 공연기획사, 음반사, 공연장에서 일하며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문화예술과 관련한 정책 및 현장 연구에도 간간히 참여한다.
2018년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사무국장을 맡았고, 2019년부터 피스트레인의 총감독/사단법인 피스트레인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매년 6월 강원도 철원에서 2박 3일간 진행되는 음악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3. 지난 3년, 가장 잘 한 일과 그 이유는?
퇴사. 직장을 뒤늦게 들어갔다. 줄곧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했었다. 정기적인 시간에 출근해 1년 내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직장생활은 2014년 1월~2017년 7월까지, 3년 7개월을 했다. 공연기획사에서 2년, 공연장에서 1년 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여러 공연을 할 수 있었지만, 공간이 한정적이다 보니 기획할 수 있는 공연이 규격화되었다. 점차 지루해져 갔다. 퇴사를 하고 다시 독립기획자로 돌아왔다. 퇴사 초기 초조하고 불안했지만,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밀려왔다. 공연, 축제, 레지던시, 문화예술 프로젝트, 정책 연구 등을 숨 가쁜 시간 속에 피스트레인과도 만났다.
4. 삶에 있어 아쉬웠던/안타까웠던(실수, 실패 등) 일이 있었을 텐데요,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코로나가 찾아온 지금. 올해 피스트레인은 7월 18-19일로 예정되어 있다. 코로나로 인해 2달을 연기했고 및 규모는 축소했다. 3일에서 2일로, 10개국 34팀에서 국내 21팀만이 출연한다. 지난해 피스트레인 슬로건이 '서로에게 선을 긋기 전에 함께 춤을 추자'였다. 올해 페스티벌 현장에는 물리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이트 내에 적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선이 그어진다. 서로에게 선을 긋고 각자 춤을 춰야 할 판이다. 누군가에게는 1년에 2박 3일이겠지만, 1년에 단 한 번을 위해 사무국의 10여 명, 연계된 200여 명의 스태프들이 꼬박 일 년을 준비하는 일이다. 준비한 많은 것들 중에 일부를 포기하고, 덜어내고, 수정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여건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피스트레인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dmzpeacetrain/
5. 슬럼프에 빠진 친구/지인을 보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아.묻.따 "아무것도 묻거나 따지지 않을게.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같이 해줄게." 슬럼프에 빠져있거나 방황하는 내 지인이 내게 건넨 말이다. 아무것도 묻거나 따지지 않고 조용히 경치 좋은 곳에 데려가 밥과 술을 사자! 예상치 않은 환기에서, 새로운 길이 보인다.
6. 삶에 흔들리는 지인들에게. 드라마, 책,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미술, 사진 등 이건 꼭 (들어)봐~ 하며. 추천하고 싶은 건? 왜요?
1) Recomposed by Max Richter: Vivaldi's Four Seasons
서늘하지만 서정적인 리히터 특유의 톤이 덧입혀져 17세기의 고전음악은 동시대의 음악으로 완벽하게 변신한다. 분주하고 고독한 도시의 사계절이 유유히 흐른다. 서울성곽쯤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거나, 한강 다리에서 해질녘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의 정서와 비슷하다. 도시생활에 과열된 머리나 마음을 식히기에 적합한 음악이다.
2) 사계를 들어도 밤잠 못 이룰 때는 막스 리히터의 <Sleep>을 듣자. 사람들의 숙면을 돕기 위해 만든 8시간짜리 음악으로 신경과학자와 함께 잠과 음악의 상호작용에 관해 연구까지 해 만든 앨범이다.
3) Joni Mitchell <Both Side Now>(1969) | <Both Side Now>(2000)
조니 미첼의 1969년 버전의 <Both Side Now>와 2000년 버전을 번갈아 듣는다. 26살의 조니미첼과 그 후로 31년 뒤의 조니미첼을 동시에 만나는 셈이다. 앳되고 맑은 조니미첼을 듣다가, 허스키한 보이스에 삶의 질곡이 그대로 묻어나는 조니미첼을 듣다 보면, 사뭇 경건해진다. 수많은 불안과 흔들림을 관통해 여전히 자기 자리에서 노래하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4) 문태준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흔들리고 있는 내게, 지인이 선물해 준 책이다. 나직하게 소리 내 읽거나 필사하다보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호수
당신의 호수에 무슨 끝이 있나요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한 바퀴 또 두 바퀴
호수에는 호숫가로 밀려 스러지는 연약한 잔물결
물 위에서 어루만진 미로
이것 아니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7.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중 다른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1명을 생각해 보세요.
1) 이선철 | 감자꽃 스튜디오 대표
2) 이선철 대표는 그가 4학년 때 김덕수패 사물놀이와 인연을 맺어 10년간 기획일을 맡았다. 이후 서른 살에는 '폴리미디어'라는 음반기획사를 창업해 자우림, 긱스, 어어부 프로젝트, 롤러코스터 등의 음반을 제작했다. 30대 후반이었던 2002년 건강상의 이유로 돌연 강원도 평창의 폐교 노산분교를 빌려 감자꽃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19년째 여전히 감자꽃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로컬에 있는 청년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벌이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문화예술 경영/관광/로컬 창업 등 다양한 분야의 멘토로 활동하고 계신다.
3) 20대 초반 운영했던 예술단체의 공연에, 늘 학생들을 데리고 와주셨다. 이후 연이 드문드문 이어지다 퇴사하고 첫 프로젝트였던 '국제 다원예술 레지던시 첩첩산중'을 감자꽃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해외 및 국내 작가 20인과 평창 감자꽃 스튜디오에서 40일을 살며 작업했다. 기성세대가 '꼰대'로 등식 되는 요즘 같은 시절,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가를 많이 배운다. 늘 '허허' 하는 웃는 모습으로 사람을 환대하는 것. 주변인들을 잘 관찰하고 서로의 욕구나 필요를 연결하는 것. 정무적 감각을 발휘하여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유대하는 것.
8. 당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는(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홍익인간, 널리. 인간 세계를. 이롭게.
위는 너무 거창하고, 적어도 내가 하는 일이 문화예술 씬에 보탬이 되는 일이면 좋겠다.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조금 더 순수한 순수 예술, 조금 더 대중을 위하는 대중문화를 만들고 널리 알리고 싶다.
9. 만약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일 인가요?
기자. 숨겨진 것들을 발견하고, 제대로 알리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
10. 당신이 가진 여러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센가요?
치열함. (=후벼파기)
치열한가? 만족스러운가? 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
11. 20대(사회 초년생) 당신과 지금의 당신, 생각(가치관 등)의 어떤 부분이 (크게)달라졌나요?
20대 때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일도, 관계에 있어서도.
지금은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냥 내가 하는 일에, 내가 맺는 관계에 온 마음을 다 쓰면 된다. 그 과정이 떳떳하면 된다. 대단한 성공이 아니어도 되고, 긴밀한 관계가 유지되지 않아도 괜찮다.
12. 당신은 무엇에(or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상상했던 것들이 예상대로 실현될 때. 준비했던 것들이 맞아떨어질 때.
13. 인생 후반전(50세 전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업과 관련해서는
공연/문화예술계 인력 양성. 어렸을 때부터 예중, 예고 나와서 예술대학 나오고 사회에 나왔을 때의 고립감과 좌절감이 상당했다. 모두 다 실기 전공의 예술가가 아닌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직업교육, 생존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관련한 아카데미를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업과 관계없이는
국수 말아주는 심야책방. 고단한 영혼들을 위한 국수 말아주는 심야 책방을 운영하고 싶다. 한 그릇 뜨끈하게 먹고, 음악도 듣고, 위로되는 문장들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공간. 북바, 북클럽 들은 많이 생겼어도 아직 국수 말아주는 곳은 없더라.
14. 13)번 질문에 이어, 그것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우선 축제 기획과 관련한 책을 쓰려고 하고 있다. 가깝게 매해 사무국을 새롭게 꾸리고, 자원활동가들과 만난다. 많은 친구들이 '축제'로 문화예술계에 입문하기도 하고, '축제'에서의 경험 자원을 통해 문화예술과의 관계 맺기를 꾸준히 하더라. 개론서나 워크북이 아닌, 축제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와 사람들을 기록한 책을 쓰고 싶다.
15. (좋은, 작은)습관이 있다면?
매월초 서점에 가서 월간지 구입하기. 최근 다양한 매거진들이 발행돼서, 그때그때의 관심에 맞게 사서 본다. 최근 들어 사서 쟁여만 둔다. 예전처럼 오리고 붙이고 스크랩하고 메모하고 그런 부지런함을 좀 떨어야겠다.
16. 누군가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면, 어떤 노하우(or 인사이트 / 경험)를 전달하고 싶나요?
피스트레인을 만들어가는 과정. 축제의 시작, 축제를 만들어가는 과정,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 동시대 평화를 발견하고 탐색해 가는 과정들 ... 을 잘 기록해 나누고 싶다.
17. 당신은 지금 어떤 키워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1) 피스트레인
2) 독립프로듀서
3) 공사다망 미스킴
18. (신이 지금 나에게) 1년의 시간을 '보너스'로 준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왜 그걸 하고 싶나요?
기회가 된다면 해외 1년 정도 나가서 자체 레지던시를 진행하고 싶다. 어학도 하고, 조금 더 골똘한 시간이 필요하다.
19. (자문자답)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주세요. 이 질문을 듣고 싶고, 그에 대한 답은?
Q. 지금 '기쁨'이 있나요?
A. 2019년에서 20년 넘어오며, 행복 말고 '우리 서로 기쁘자'라고 이야기했었다. 작년 말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니 일년 중 가장 환하게 웃고 있는 날이 피스트레인과, 잔다리페스타를 하는 시간이었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것들이 꽤 '기쁨'이구나.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내달리고 가 힘든 시간. 기쁨으로 내달리고 싶다. 7월, 다시 환하게 웃고 싶다.
20. 요즘 당신이 몰입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그것이 잘 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하는 공연예술의 현재,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연예술의 미래 변화하는 시대, 변화하는 콘텐츠들을 살피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대면과 비대면 사이에서 어떤 콘텐츠들을 만들고 유통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실험, 프로젝트들을 진행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근본적으로는 달라진 환경 내에서도 오프라인에서의 공연예술 하기, 축제하기. 함께 부대끼기. 이러한 것들이 인간 삶에 왜 필요하고 지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21. (마지막) 당신의 이야길 읽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건강과 기쁨이 가득하시길!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김미소 님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