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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 화알짝 핀 북클럽, 지문희

ㅅ스타그램 프로젝트 No. 74

1. 사람 이야기만 하는 ㅅ스타그램 프로젝트입니다. (인스타가 메인, 브런치는 거들뿐)
2.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에 맞춰, 100일 동안 사람 이야길 합니다. 오늘이 74일째.
3. 우리는 대개 누군가 만든 길을 따라갑니다.
4. 그 길이 '대로' 일수도 있고, 인적 드문 '골목길' 일수도 있습니다.
5. 그러다 내가 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러하길 바랍니다.
6.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길을 만들기 전, 다른 이의 길을 살펴봅니다.
7. 그들 역시 웃고, 울고, 가라앉고, 상승하길 여러 번. 당신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8. 힘내세요, 당신.

[ㅅ스타그램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이름과 사회(일) 몇 년차인가요?

지문희 10년 차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 일터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영어교재 편집자부터 공부방 운영도 하다가 현재는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북클럽문학동네 멤버십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3. 지난 3년, 가장 잘 한 일과 그 이유는?

가장 잘한 일은 회사를 그만두지 않은 일입니다. ^^ 제가 좀 실행력이 빠른 편인데, 이게 단점으로 작용할 때가 많아서 무언가 오래 하는 걸 참 어려워하더라고요. 하지만 지난 3년 간 회사를 그만두지 않은 덕에 북클럽을 무사히 3기까지 론칭했고 그 덕분에 너무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과 추억이 많이 쌓였습니다.



4. 삶에 있어 아쉬웠던/안타까웠던(실수, 실패 등) 일이 있었을 텐데요,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모든 게 과한 부담으로 작용하던 고등학교 때, 좋은 말과 유쾌한 격려로 늘 힘이 되어주셨던 한문 선생님이 계셨는데요. 제가 고3 여름방학 때 일이 생겨서 조금 방황도 하고 아예 공부를 놓은 적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대학도 기대했던 곳으로 가진 못했고 학교에 다시 찾아가기도 부끄러워져서 나중에 좋은 곳에 취업하면 찾아가야지, 그래야지 다짐하다가 결국 선생님이 지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친구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후회가 되는 일입니다. 이별은 늘 갑작스러울 테니 단단히 준비한다고 해서 허망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그때 이후로는 고마운 순간은 꼬박꼬박 표현하자고 다짐하고 있어요. 한 달에 고마운 이들을 생각하면서 산 선물들이 거의 월급에 10%를 차지한답니다. (아쉽게도 그걸 전해주기까지 여러 난관과 시간의 고개가 있어서; 묵혀있는; 박스가 상당합니다.ㅠ)


5. 슬럼프에 빠진 친구/지인을 보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우선 푹 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잠을 푹 자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고민과 번뇌가 꽤 많이 가라앉더라고요. 어지러운 머릿속이 불순물 가득한 강물이라고 상상해보세요. 투명한 비커로 한 컵 떠서 천천히 이끼들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보세요. 보통 잠을 자고 나면 위로 맑은 물만 남 듯 조금은 개운해지는 게 있어요. 분명히. 그러고 나서는 행동을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맑은 정신으로 이제 이 불순물들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보는 거죠.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가는 거 같아요. 너무 마음이 괴로울 때는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거나, 시간을 정해두고 계속해서 떠오르는 상념을 메모장에 적는 방법도 있죠. 저는 슬럼프에 빠질 것 같을 때마다 치킨을 먹고 푹 잡니다.



6. 삶에 흔들리는 지인들에게. 드라마, 책,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미술, 사진 등 이건 꼭 (들어)봐~ 하며. 추천하고 싶은 건? 왜요?

질문을 보는 순간 최근 본 꽃보다 누나 예능이 생각났어요.  예전에는 10분 정도 보다가 영 흥미가 가지 않아서 채널을 휙휙 넘겼던 프로였는데요, 최근에 김희애 님이 너무 호감이라 다시 찾아보니 확실히 다른 부분들이 보이더라고요.


멋모르고 의욕만 앞섰다가 몇 번의 호통에 주눅 들어 버린 신입의 모습의 이승기 님 (엄청난 성장캐가 됩니다. ㅎㅎㅎ) 주위를 배려하다 결국 스스로가 무너져 내리기도 하는 김희애 님, 문제해결사로 나서서 늘 밝은 에너지를 전파하지만 사실은 너무 아픈 사람인 이미연 님, 어린 나이부터 산전수전 겪어 무서운 선배가 되었지만 실은 여리고 외로운 윤여정 님.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감상입니다만) 제가 이렇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예능을 볼 줄 몰랐는데, 다 보고 나서는 묘하게 심지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사회적 위치가 어디에 있든, 성향이 어떻게 다르든지 간에 꼭 나를 닮은 아픈 손가락을 볼 수 있는 예능입니다.  


7.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중 다른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1명을 생각해 보세요.

우상희, 김현지

문학동네 북클럽문학동네팀에서 발송부터 CS와 이벤트 기획, 프로모션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함께 일한 지 일 년 정도 되는 팀원입니다.

기획 회의를 할 때 확실히 저보다 20대 독자들의 동향을 잘 파악하고 그것을 제게도 잘 전파해줍니다. 문화 탐방에도 지침이 없어서 늘 주말 동안 한 일을 듣는 월요일 회의가 정말 재미있고요. 또 선의를 가지고 본인 업무에 빠져들어서 정신없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나태해지는 순간 정신이 확 차려집니다.

두 분의 성향이 다르면서도 함께하는 지향점은 같아서 팀이 앞으로 나아갈 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균형을 잡고 업무를 추진할 수 있더라고요. 요즘 가장 제 행동에 영감과 영향을 많이 주는 사람들입니다.


8. 당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는(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자기 전에 행복했던 소소한 일을 두런두런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내가 감당할 수 있고, 내가 꾸릴 수 있는 1인분의 삶 (동반자와 함께한다면 2인분이겠지만요)을 꿈꿉니다.  



9. 만약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일 인가요?

캐릭터 케이크를 만들고 있을 거 같아요. 우선 빵을 좋아하고, 귀여운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해서 캐릭터 케이크를 만드는 일을 할 것 같아요. 실제로 두 달간 배워본 적도 있는데 확실히 재미있더라고요.


10. 당신이 가진 여러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센가요 (장점, 고유성 등)?  

청력. 듣기 싫은 이야기는 금방 흘려버리는 망각력이 합해지면서 ‘듣고 싶은 것만 잘 기억하는 청력’이 저한테는 굉장히 뛰어난 능력인 것 같습니다. 보통 행사나 북카페에 몇 시간이고 앉아있으면 독자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현안의 개선점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뽑아낼 때 도움이 되었습니다.  




11. 20대(사회 초년생) 당신과 지금의 당신, 생각(가치관 등)의 어떤 부분이 (크게)달라졌나요?

예전에는 무엇이든, 선과 악이 있다고 너무 강하게 믿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인간관계에서도 선과 악의 구도에서 판단했던 거 같고요. 그런데 지금 보니 상황에 따라 선과 악은 다를 수 있구나, 이제야 깨닫고 있습니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명확하게 나누기는 굉장히 어렵고 또 그렇지도 않다는 걸 배웠어요. 착하고 나쁘고 가 아니라,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지금의 나와 맞고 맞지 않는 것의 차이구나,라고 생각하는 저의 생각이 달라진 부분입니다.


12. 당신은 무엇에(or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저는 무언가 기획하고, 조성했을 때 그걸 너무나 즐겁게 이용하고 경험해주는 사람들을 볼 때 보람을 느껴요. 오늘 내보낸 이벤트나 기획이 내일 여러 사람들의 SNS에 올라올 때, 굉장한 보람을 느낍니다.


13. 인생 후반전(50세 전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공부방 겸 북카페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책도 좋아하고, 빵도 좋아하고, 아이들이 배우는 모습도 좋아하니 후반전에는 제가 좋아하는 삼요소를 적절하게 함께하고 싶어요.



14. 13)번 질문에 이어, 그것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준비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매주 좋은 카페를 가고 있습니다. 진지하게 메뉴도 살펴보고, 부지도 보고 마치 내년에 카페를 열 듯 열심히 다녀요.  


15. (좋은, 작은)습관이 있다면?

자기 전에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해요. 작지만 내일 그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설렘으로 즐겁게 잡니다. (물론 내일은 내일의 소용돌이가 저를 삼켜; 연락도 하지 못한 채로 하루가 늘 끝나지만요)


16. 누군가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면, 어떤 노하우(or 인사이트 / 경험)를 전달하고 싶나요?

멤버십 회원들과 즐겁게 노는 방법



17. 당신은 지금 어떤 키워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문희책방 #삼행시  #드립


18. (신이 지금 나에게) 1년의 시간을 '보너스'로 준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왜 그걸 하고 싶나요?

서울에서 차로 5시간 떨어진 곳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싶어요.(그곳이 어디든 적당한 부동산이 있다면 ㅎㅎ) 그리고 그곳에서 좋은 단골 카페를 정해서 한 달 동안 벽돌 책만 주구장창 읽고 싶습니다. 몇 년 전 회사를 잠깐 쉴 때 한 권씩 읽었던 벽돌 책이 나중에는 참 도움이 되더라고요. 출판사에 다니지만, 신간은 매일매일 쏟아지니 정작 책을 진득하게 읽을 여건은 좀처럼 마련하기 어렵더라고요. 독서 근육을 키우기에는 벽돌 책만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19. (자문자답)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주세요. 이 질문을 듣고 싶고, 그에 대한 답은?

Q -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은?

A - 저는 아무래도 행동파이기에 행동하지 않고 계속 불평을 하는 사람들(특히 뒤에서…) 힘들어합니다.  생산적인 비판은 용기 있는 실천의 밑거름이지만 습관적으로 불평하는 사람은 함께하는 사람들의 의욕도 꺾는 것 같아요. 나중에는 이걸 그렇게까지 힘들어할 필요가 있나, 혼자 고민해보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저와는 잘 맞지 않는 사람의 결인 것 같아요.  


20. 요즘 당신이 몰입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그것이 잘 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팀웍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제가 작년 말부터 체력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팀원의 힘과 가치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는데요. 동시에 올해 초, 지금 함께하는 팀원분들이 얼마나 대단하고 멋진 사람들인지 순간순간 감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분들의 가능성과 성장은 제가 얼마나 좋은 환경과 동력, 인사이트를 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좋은 팀장이 되어주는 것.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팀워크. 그에 필요한 업무 툴과 업무 방식을 고민하고 또 몰입하고 있어요. 제가 팀원들에게 일 년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이게 잘 된다면 저는 인생의 후반전을 조금 일찍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요.



21. (마지막) 당신의 이야길 읽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돌아보니 책 이야기 하나 없는 출판인의 이야기였습니다. 책 추천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디엠 주세요  : )  지금 이 글을 읽은 분의 이야기에 맛있는 양념이 되어줄 좋은 책을 추천해드릴게요.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지문희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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