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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 반짝이는 나이 듦, 인공지능 서비스 기획자 성등

ㅅ스타그램 프로젝트 no.82

1. 사람 이야기만 하는 ㅅ스타그램 프로젝트입니다. (인스타가 메인, 브런치는 거들뿐)
2.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에 맞춰, 100일 동안 사람 이야길 합니다. 오늘이 82일째.
3. 우리는 대개 누군가 만든 길을 따라갑니다.
4. 그 길이 '대로' 일수도 있고, 인적 드문 '골목길' 일수도 있습니다.
5. 그러다 내가 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러하길 바랍니다.
6.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길을 만들기 전, 다른 이의 길을 살펴봅니다.
7. 그들 역시 웃고, 울고, 가라앉고, 상승하길 여러 번. 당신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8. 힘내세요, 당신.

[ㅅ스타그램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이름과 사회(일) 몇 년차인가요?

성등 17년 차

[등님의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light.deung/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 일터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들을 해왔어요. 대중적으로 알려진 서비스로는 다음 카페, 블로그, 카카오택시 등이 있고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 혹은 태어나자마자 떠나보내야 했던 수많은 서비스들이 있어요. 얼마전 부터는 (을지로에 있는 통신회사) 인공지능 부서로 이동 하여 새롭게 일을 배우고 있어요.


3. 지난 3년, 가장 잘 한 일과 그 이유는?

낯선대학 '올출'이요. 느슨한 연결, 낯선대학은 55명의 학생들이 1년 동안 매주 월요일마다 각자의 인생, 일, 취향 등을 이야기하는 대학교예요. 1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 모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올출(all 출석)' 이라고 해요. 1년 동안 매주 월요일 저녁 수업을 빠지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의지도 있어야 하고 노력도 있어야 하고 운도 있어야 하죠. (퇴근 중에 급작스럽게 회사에서 연락이 온다거나, 여름휴가 기간 등을 상상해보세요 :D )  

올출은 제게 '꾸준함'이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줬어요. 그 무엇은 바로 '시간의 힘'인데요. 꾸준한 이의 뒤에는 두텁게 쌓인 시간의 힘이 버티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것은 마치 인생의 중요한 비법을 본 기분이었어요.



4. 삶에 있어 아쉬웠던/안타까웠던(실수, 실패 등) 일이 있었을 텐데요,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제 인생은 실수와 실패로 점철되어서 대체 어떤 소재를 꺼내야 할지 잠시 타이핑을 멈추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실수와 실패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고 저는 지금 잘 살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어떻게 (극복) 했느냐 인 것 같은데 저는 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애썼어요.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등 은 사실 내가 가장 잘 알아요. 마음의 소리를 듣고 스스로를 마주했을 때, 그 실수와 실패로부터 편안해지고 그 모든 것들과 손잡고 다음 단계로 향할 수 있는 성장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5. 슬럼프에 빠진 친구/지인을 보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슬럼프에 빠진 친구가 있다면 자연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함께 산책을 하고 친구가 손 내밀면 닿을 곳에서 제게 주어진 하루를 묵묵히 살아갈래요. 음. '조언'이라는 표현을 '위로'로 바꾸어도 될까요? 하지만 사실 그것마저도 자신이 없어요. 왜냐하면 세상에는 가늠하기 조차 힘든 슬픔과 절망이 있다는 것을 배웠거든요. 때로는 사람의 언어나 사람이 만든 그 무엇보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그 사이사이 쏟아지는 햇살, 보슬보슬 내리는 빗방울 이런 것들이 오히려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은, 각자에게 주어진 고단한 하루하루를 '함께'  잘 살아내주는 모습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위로가 된다고 생각해요.



6. 삶에 흔들리는 지인들에게. 드라마, 책,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미술, 사진 등 이건 꼭 (들어)봐~ 하며. 추천하고 싶은 건? 왜요?

영화 '컨택트' (arrival, 2016) 이 영화는 마치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과 같은 시야를 인생에 대입해줘요. 지금 코 앞에 들이닥친 상황으로부터 끝없이 줌아웃을 하여 인생 전체를 보게 되었을 때, 흔들리는 것은 삶이 아니라 내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돼요. 아. 기왕이면 영화 원작 소설인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도 같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드니 빌뇌브 감독이 영화를 너무 잘 만들긴 했지만, 한 글자 한 글자 눈으로 읽어서 마음에 닿을 내용들도 있거든요.


영화 '마션' (2015) 위에 추천한 '컨택트'와는 정 반대 지점의 시야를 주는 영화예요. 아무도 없는 우주에서 1분 1초 뒤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고 심지어 매번 모든 것이 틀어져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제 정말 끝이구나' 싶을 거예요. 포기하고 죽을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지를 영화 마션에서 말해줘요.


7.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중 다른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1명을 생각해 보세요.

필립스코리아 이사로 계신 나형옥님이요. 낯선대학 4기에서 만난 언니예요. 

언니를 만나면 내 인생의 여섯 페이지 뒤를 미리 보는 상상을 해요. 불안할 때 안정감을 주는 것이 정보인데, 언니는 저에게 그런 분이에요. 얼마 전 언니와 대화를 나누는데 '밝고 명랑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늘 '눈이 반짝이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했었는데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동지를 만난 것처럼 뛸 듯이 기뻤어요. 이제는 누구를 닮고 싶다. 누구처럼 살고 싶다는 이상형을 따로 그리지는 않지만 여자로서, 직장인으로서, 인생의 친구로서 언니와 함께 시간을 걷는다면 밝고 명랑하고 눈이 반짝이는 할머니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8. 당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는(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스스로에게 솔직한 삶이요. :)


9. 만약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일 인가요?

배우요! 저는 다양한 삶에 호기심이 많고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안타깝게도 엄청난 음치 박치 몸치에다가 감정이 표정에 다 드러나서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 연기조차 안 되는 존재네요. 흠... 하지만 어쩌면 아주 어쩌면 어릴 적부터 꾸준하게 갈고닦았다면 '시간의 힘' 이 가능하게 해 줬을지도 모르잖아요? 흐흐



10. 당신이 가진 여러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센가요 (장점, 고유성 등)?  

모자람이요. 모자라면 모자라는 데로 인간미 있고 모자라면 또 채우려고 열심히 살기도 하고 그래요.



11. 20대(사회 초년생) 당신과 지금의 당신, 생각(가치관 등)의 어떤 부분이 (크게)달라졌나요?

어릴 땐 떡볶이와 튀김 중 선택을 하듯 '더 좋은 것'과 '좋은 것' 중 선택을 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좋은 것'과 '안 좋은 것' 중 선택을 했어요. 그리고 인생은 '아픈 것'과 '덜 아픈 것' , '슬픈 것'과 '덜 슬픈 것' 중에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도 알려주었고 그 선택지는 정말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알아가고 있어요.  


인생은 그렇게 끝없는 선택의 연속인데, 그 선택의 기로에서 멈췄을 때의 시간을 슬럼프라고 하는 것 같아요. 어떤 선택이어도 괜찮아요. 심지어 가끔은 선택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에요. 무엇이 되든 선택을 함으로써 그 시간을 넘어 다시 걷기 시작했고, '인생에 정답은 없단다.'는 그 닳고 닳은 말이 무엇인지 이제 개미 똥꼬만큼은 알 것 같아요.


12. 당신은 무엇에(or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죽기 전에 후회하거나 미련 남을 일을 리스트에서 지울 때요.



13. 인생 후반전(50세 전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공동체를 만들거나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엔 그 일이 교육이라 생각했는데, 어떠한 일(업)으로 표출될지는 저도 제가 궁금해요.


14. 13)번 질문에 이어, 그것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혹은 당신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건강한 개인이 모여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요. 가장 기본이 되는 몸과 마음의 안녕을 위해 요가명상을 꾸준하게 수련하고 있어요. 그리고 누구나 부담 없이 요가명상을 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북촌의 아담한 한옥에서 '한옥요가명상(@hanok.yogameditation)' 이라는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해요.


저를 포함한 3명의 선생님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작은 마당에 있는 산수유나무는 사시사철 다양한 한옥의 얼굴을 만들어줘요. 요가명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분들도 한옥이 주는 아늑함에 편하게 머물다 가실 수 있어요.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로 '당신과 나는 다르지 않습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이 '나마스떼(namaste)에요.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결국 하나이다 라는 요가명상의 메시지가 결국 제가 추구하는 공동체의 가치로도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15. (좋은, 작은)습관이 있다면? (없다면, 어떤 습관을 가지고 싶나요?)

거의 매일 일기를 써요.


16. 누군가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면, 어떤 노하우(or 인사이트 / 경험)를 전달하고 싶나요?

'해야' 한다면 ;;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나를 내던지는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직장에서는 9년 차 재직자에게 2달의 안식휴가를 주는데, 이때 뉴욕에서 '2달 살기'를 했었고, 작년에는 통영에서 '한 달 살기'를 했었어요. 짧게는 10kg 배낭을 메고 3박 4일 동안 60km를 걷는 피엘라벤 클래식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고요. 저는 이런 식으로 꾸준히 주기적으로 완전히 '나'를 비워내는 시간들을 만들어 왔던 것 같아요. 그 방법은 위에 언급한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나를 내던지기> 였고요.


우리는 때론, 완전히 '나'를 비워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라는 것은 스스로 정의하는 '나'도 있지만 타인이 정의하는 '나' 관계가 정의하는 '나' 사회, 문화, 직업 등 수많은 요소들이 모여 '나'를 정의해요. 그 모든 것들이 깨쳐진 상태에서의 '나'란 누구일까요? 그 시작점에 선다는 것은 뿌해진 자동차 앞유리를 와이퍼로 닦아내는 것과 같아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 새롭게 혹은 더 몰입하여 선택할 수 있게 돼요. 만일. 아무도 모르는 곳에 내던져지는 것이 조금 두렵다면, 제 경험담을 공유드릴게요. 뭐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17. 당신은 지금 어떤 키워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1) 건강한 2) 또라이  음... 3개 이상이요? 이미 충분한데 :) 아 그러면 마지막 단어는 3) 충분하다


18. (신이 지금 나에게) 1년의 시간을 '보너스'로 준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왜 그걸 하고 싶나요?

여행이요. 직장인의 삶은 시간과 재화를 맞바꾸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신이 '보너스'로 시간을 준다는 것은 그 시간을 재화와 맞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 해석할게요. 그렇다면 전, 여행을 가고 싶어요. 20대 대학생 때 꼬질꼬질 가난하게 했던 40여 일의 배낭여행을 다시 하고 싶어요. 철 냄새 가득한 야간열차를 타며 유럽의 국경을 넘나들었던 여행이요. 낡은 쿠셋에 몸을 싣고 덜컹거리는 리듬에 따라 창밖의 풍경이 오르내리는데, 하나의 나라를 뒤로 보내며 지는 땅거미와 새로운 나라를 맞이하며 보았던 새벽이슬과 일출이 그리워요. 두 팔과 다리가 건강할 때, 다시 한번 그렇게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요. 아. 어쩌면 유레일이 그동안 신형으로 바뀌었을 수도 있겠군요! ('ㅅ')a


아 그래서 저 요즘 스페인어 배워요. ¿Hola?   



19. (자문자답)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주세요. 이 질문을 듣고 싶고, 그에 대한 답은?

Q 어떻게 살고 싶어?

A 오롯하게, 그리고 함께


20. 요즘 당신이 몰입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그것이 잘 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지금 하고 있는 일 (IT 서비스 기획) 이요. 저는 저의 다양한 면과 다양한 호기심을 사랑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마음을 담아 몰입하고 싶어요. 한 때는 번아웃과 긴 슬럼프로 다시는 이 일 쳐다도 보지 않겠다며 결심하고 마케팅 등 다른 직군의 업무를 했던 적도 있지만, (물론 아주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렇게 돌고 돌아 깨달은 것은, 저는 이 일을 좋아해요. 좋아하니까 잘하고 싶었고, 잘 안되니까 그렇게 절망하고 원망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일'만 보았다면 이제는 건강하게 잘 몰입하려 해요. 이에 따라 기대하는 결과는... 글쎄요? 엄청 많을 것 같아요. 적어도 신문물이 나왔을 때 당황하는 할머니보다는 두 눈을 반짝이며 만지작 거리는 할머니가 될 것 같아요. 모든 시간은 소중해요.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고, 좋아하는 이 '일'에 몰입한다는 것은 내가 내 시간에 대한 존중감을 표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면 그 시간의 힘이 무엇이 되었든 제게 결과를 주겠죠.


21. (마지막) 당신의 이야길 읽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만만치 않은 인생, 잘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성등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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