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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을 갈아 타다, 레어로우 이은재

ㅅ스타그램 프로젝트 no.83 

1. 사람 이야기만 하는 ㅅ스타그램 프로젝트입니다. (인스타가 메인, 브런치는 거들뿐)
2.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에 맞춰, 100일 동안 사람 이야길 합니다. 오늘이 83일째.
3. 우리는 대개 누군가 만든 길을 따라갑니다.
4. 그 길이 '대로' 일수도 있고, 인적 드문 '골목길' 일수도 있습니다.
5. 그러다 내가 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러하길 바랍니다.
6.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길을 만들기 전, 다른 이의 길을 살펴봅니다.
7. 그들 역시 웃고, 울고, 가라앉고, 상승하길 여러 번. 당신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8. 힘내세요, 당신.

[ㅅ스타그램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이름과 사회(일) 몇 년차인가요?

이은재. 15년 차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 일터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14년간 네이버+라인을 다니며, 브랜드 마케팅, 공간기획, 캐릭터 비즈니스를 했고, 최근에 rareraw로 이직을 하여, coo를 맡아 회사를 키우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3. 지난 3년, 가장 잘 한 일과 그 이유는?

14년 차에 휴직을 결정한 부분 같네요. (아.. 좀 더 일찍 했어야 했을까요?) 휴직을 한 덕분에, 아주 이기적으로 쉴 수 있었고, 스스로에 대해 좀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고, 결국 이직까지 하게 되었으니까요. 



4. 삶에 있어 아쉬웠던/안타까웠던(실수, 실패 등) 일이 있었을 텐데요,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팀장을 너무 일찍 달았어요. 그리고 뭘 정말 잘해서라기보다, 그냥 보스가 더 진급을 해야 해서 얼결에 함께 올라가버린 거죠. 팀원들은 대부분 저보다 나이가 많았고, 저는 당연히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죠. 평가도 걸레 같았고, 욕도 많이 먹었어요. 막판에 보스가 사라진 이후에는 배신도 당하고. 무슨 드라마 같은 일을 여러 가지 당했는데, ㅎㅎㅎ 아무튼 그때는 엄청 힘들고, 세상 다 못된 사람들만 있는 것 같고. 상처도 많았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제가 잘못한 게 많더라고요. 


윗사람만 보고 있고. 같이 일하는 사람의 마음을 들어주는 것도 별로였고. 욕먹을만했더라고요. 이후에는 안 그러려고 노력했죠. 이후 만난 팀원들과는 평생 갈 인연도 만들었고. 위와 아래 중간에 끼이는 자리에서 위만 보는 리더들이 많은데, 그러면 안된다는 걸 깨달았죠


5. 슬럼프에 빠진 친구/지인을 보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특별히 해 줄 조언이 있을까요. 옆에 있어주는 게 제일 좋죠. 이러쿵저러쿵 잔소리해봤자, 잘 들리지 않아요. 결국 본인 몫이고, 슬럼프에 빠졌건, 골치 아픈 일을 겪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분 힘이 되더라고요. 적어도 저는. 



6. 삶에 흔들리는 지인들에게. 드라마, 책,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미술, 사진 등 이건 꼭 (들어)봐~ 하며. 추천하고 싶은 건? 왜요?

흔들리는 삶이 그냥 당연한, 디폴트 값이다. 생각하는 게 제일 좋은데. 그건 득도잖아요. 득도는 너무 어려운 거고. 득도 비슷하게라도 하려고 애쓰면서 사는 건데. 저는 쓸모없는 짓을 하는 걸 추천해요. 회사나 인생에서 대부분 너무 맞는 말만 하고,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모두가 그럴싸하게 '응응'이라고 끄덕일만한 일을 하면서 살려고 애쓰잖아요

그럼 사람이 좀 삐뚤어지는 거 같아요. 특히 공부 잘하던 친구들의 습성 있잖아요. 맞는 말 위주로 하려는. 그럼 더 삐뚤어지는 거 같아요. ㅎㅎㅎ 남이 이해 못해도 조금 이상한 짓, 바보 같은 짓,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그런 걸 하고 나면, 밸런스가 조금 맞는 느낌이 있어요. 저는 최근까지 끓인 물을 만들어 팔려고 애쓰다가, 결국 잘 안되었고, 데이비드 호크니의 300만 원짜리 책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아직 못 샀어요. 너무 비싸서. 


7.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중 다른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1명을 생각해 보세요.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저만 알 거예요. 



8. 당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는(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월 천이 꽂히는 삶을 원해요. 요는, ㅋㅋㅋ 생계가 걸리지 않고. 일주일에 약 2-3일의 일만 하는데, 월 천 정도가 꽂힐 수 있다면, 저의 삶은 상당히 풍요로울 거 같아요. 계속 쓸모없고 이상한 짓을 하다가, 그게 운 좋게 터지면, 그걸 또 열심히 하는 거죠. 이게 지향점인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상당히 하드보일드 합니다. 


9. 만약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일 인가요?

저는 전생에 유럽의 돈 많은 아줌마였을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종종 해요. 취향이랄까. 좋아하는 것들이 좀 그쪽 영역에 가까워요. 집을 꾸미고, 책을 읽고,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으며 수다를 떨고, 영화와 정치, 세계정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해요. 지적 허세가 있어요. 그런데 실제 하는 일은 전혀 다르거든요. 특히나 공간일 할 때,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분들 보면서, 아주 솔직하게 저렇게 살고 싶지 않다. 가능한 한 우아하게 살고 싶다-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문과생이라 현실세계에서 쓸모가 많이 없는 편이거든요. 그나마 강연을 하거나, 운 좋게 강의 같은걸 나갔을 때 스스로의 만족도가 좋은 편이었어요. 다행히 듣는 쪽도... (생략) 그래서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10. 당신이 가진 여러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센가요 (장점, 고유성 등)?  

회복탄력성이 좋은 편이에요. 골치 아픈 일들은 빠르게 잊어먹는 편이고, 과거의 일보다, 현재의 일에 더 집중하는 본능이 있어요. 잘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빠르게 합리화하고, 잘하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관대해요. 그리고 자기 객관화에 강한 편이에요. 제가 한 것도 못한 건 못했다고 쉽게 인정하는 편이에요. 


11. 20대(사회 초년생) 당신과 지금의 당신, 생각(가치관 등)의 어떤 부분이 (크게)달라졌나요?

크게 달라진 것 같진 않아요. 사람은 근본적으로 잘 안 바뀌는 거 같아요. 맞춰가며 사는 거죠. 맞출 수 있는 레인지가 나이를 먹으면서 넓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는 점점 좁아지기 마련인데.. 그래서 득도가 어려운 거겠죠. 


12. 당신은 무엇에(or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내가 만든 무언가를 누군가가 잘 사용할 때. 



13. 인생 후반전(50세 전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정말 모르겠습니다. (절망) 제가 고등학생 때, 저희 아버지는 제가 대학에 못 갈까 봐 진지하게 고민하셨고, 제가 대학생 때, 저의 어머니는 얘가 취직을 못할까 봐 진지하게 고민하셨어요. 저도 제가 네이버에 갈지도 몰랐고, 공간 만드는 일을 할지도 몰랐고, 심지어 브라운과 샐리!!!! 캐릭터 비즈니스를 하리라곤 꿈에도 몰랐습니다. 해외에 들락날락거리며 외국사람들을 대상으로 돈을 벌지도 몰랐고, 심지어 지금 가구회사로 왔습니다만, 이것도 전혀 예상했던 바가 아닙니다. 저는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 흘러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흘러 흘러 가지 않을까... 하고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14. 13)번 질문에 이어, 그것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혹은 당신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예상 못하는걸 위해 준비 할리 만무하죠. 지금은 제가 다니는 가구회사를 세계에서 가장 멋있게 만들고 돈을 엄청 많이 벌겠다는 야망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15. (좋은, 작은)습관이 있다면? (없다면, 어떤 습관을 가지고 싶나요?)

어떤 생각을 하면, 그걸 글로 정리하는 편입니다. 그게 없었으면 저는 제가 아니었을 거예요. 



16. 누군가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면, 어떤 노하우(or 인사이트 / 경험)를 전달하고 싶나요?

저는 꽤 이기적인 편이어서, 누구를 위해 강의한다기보다, 제 생각을 정리하는 단초로 삼으려고 강의를 해 왔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쓸모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14년간 일해온 직장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한 번 정리해서 이야기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17. 당신은 지금 어떤 키워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이상한 아저씨가 되고 싶다. 우아하고 건강하게 늙고 싶다. 가끔은 멋있고 싶다. 


18. (신이 지금 나에게) 1년의 시간을 '보너스'로 준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왜 그걸 하고 싶나요?

지금의 1년은 보너스라고 인지하지 못하겠지요. 진정한 보너스는 죽기 직전 받는 인센티브 1년 같은 걸 텐데. 굳이 보너스 없이도 아쉬움이 그다지 없는 인생이길 바랍니다. (그래도 질문의 취지에 부합해야 한다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맛있는 걸 먹고 싶습니다.) 



19. (자문자답)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주세요. 이 질문을 듣고 싶고, 그에 대한 답은?

질문 : 이 설문은 대체 언제 끝나는가.  

답 : 언젠간 끝나리라. 


20. 요즘 당신이 몰입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그것이 잘 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어떤 새로운 걸 만들어서, 그걸 새롭게 성공시키는 건 굉장히 어렵습니다. 요새의 성공 공식은, 어떤 레거시를 이어받아, 그걸 요새 스타일로 재구성하는 편이 타율이 높습니다. 레거시의 종류는 참으로 여러 가지일 텐데요. 제가 관심 갖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이걸 재구성하고 싶어요. 돈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 포기하기 상당히 쉬운데. 안 그러고 싶은 마음입니다. 결과는,, 글쎄요. 누군가 열광하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거겠지요. 


21. (마지막) 당신의 이야길 읽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평범한 직장인의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인터뷰에 응해 준 이은재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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