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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고 앞으로 가야금, 주보라

ㅅ스타그램 프로젝트 no.92

1. 사람 이야기만 하는 ㅅ스타그램 프로젝트입니다. (인스타가 메인, 브런치는 거들뿐)
2.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에 맞춰, 100일 동안 사람 이야길 합니다. 오늘이 92일째.
3. 우리는 대개 누군가 만든 길을 따라갑니다.
4. 그 길이 '대로' 일수도 있고, 인적 드문 '골목길' 일수도 있습니다.
5. 그러다 내가 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러하길 바랍니다.
6.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길을 만들기 전, 다른 이의 길을 살펴봅니다.
7. 그들 역시 웃고, 울고, 가라앉고, 상승하길 여러 번. 당신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8. 힘내세요, 당신.

[ㅅ스타그램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이름과 사회(일) 몇 년차인가요?

주보라, 대략 15년 차

[보라님의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juboraharp/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 일터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가야금이라는 악기를 도구 삼아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통음악과 꽤나 아카데믹한 곡목들을 공부했고, 지금은 그것들을 뿌리 삼아 저의 이야기를 제 방식대로 풀어내고 있네요. 일터는 어디든지 이고, 역할은 소리를 흘려보내는 것.


3. 지난 3년, 가장 잘 한 일과 그 이유는?

억지로 세운 원대한 계획 없이 내 앞에 다가온 하나하나의 상황에 집중한 것. 지금 내 앞의 상대에게 집중하고,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면 좋은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것과 같아요. 나의 현재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내 마음의 소리를 가만히 들으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다음 상황이 열리곤 해요. 사실 나이가 들수록 조급해져서 더 어렵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고 싶네요.



4. 삶에 있어 아쉬웠던/안타까웠던(실수, 실패 등) 일이 있었을 텐데요,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지난 일을 잘 기억 못 하는 편이에요. 특히 나쁜 일은요. 편하게 살죠? 


5. 슬럼프에 빠진 친구/지인을 보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슬럼프에 빠진 일 이외의 하루 루틴을 만들어보세요.  


예를 들자면, 아침에 일어나서 전기포트에 물을 끓이고 - 커피 원두를 글라인더에 직접 갈아서 - 곱게 접은 필터에 안 흘리도록 톨톨톨톨 담아 - 조금 식은 뜨거운 물을 졸졸졸 - 커피를 내린 후 - 마실 컵에도 뜨거운 물을 부어 따뜻하게 데우고 - 맘에 드는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이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잠시 핸드폰으로부터 거리를 둔다. 대신 종이로 된 신문이나 책을 읽거나 만지작 거린다. 읽어도 됨. 



6. 삶에 흔들리는 지인들에게. 드라마, 책,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미술, 사진 등 이건 꼭 (들어)봐~ 하며. 추천하고 싶은건? 왜요?

1) 영화 Big Fish : 아 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 그렇다면 나도!라는 생각을 갖게 될 수 있어요. 

2) 미술 윤형근의 작품 : 긴 시간 동안 같은 맥락의 깊고 어두운, 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의 그림 앞에 서보아요. 왜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국립현대미술관 _ 윤형근] https://www.mmca.go.kr/pr/blogDetail.do?bId=201808060000100

3) 음악 주보라의 계절 中 바람의 노래 : 그런 분들의 귓가에 들려지길 소원하는 마음으로 만들었거든요.

4) 유튜브 BOVIHARA 보비하라 명상 : 자신과의 오롯한 시간을 안내받을 수 있어요!



7.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중 다른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1명을 생각해 보세요.

지금 바로 딱 떠오는 인물은 비하(VIHA)


그는 요가 수련을 이끌면서, 명상의 시간을 나누는 사람이에요. 저는 몇 년 전 요가를 시작했는데, 그녀의 수련시간 중 눈물이 흐르는 경험을 했더랬죠. 나의 선생님이자 친구, 지금은 함께 유의미한 명상 컨텐츠를 만들어가는 조력자.  


그의 꿀 목소리. 당신도 듣는다면 바로 동의하실 거예요. 목소리가 가진 힘이 있어요. 그 안에 담긴 이야기 또한 고요하지만 강력하죠. 그 에너지는 그녀가 살아온 삶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조용히 따라가다 보면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어요.


8. 당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는(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균형감과 지속성



9. 만약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일 인가요?

미생물을 연구하는 하얀 연구실에 앉아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제가 제 자신을 말리지 않으면 정말 1mm의 차이도 쉽게 용납하지 못하는데요. 연구실에서는 그 쾌감(또는 스트레스 라고 합니다) 강제적으로 제공될 것 같아요. 헤어 나오지 못할 듯.


10. 당신이 가진 여러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센가요 (장점, 고유성 등)?  

즉흥성과 유연성. 약점이 될 때도 있는데요, 전 마메드러요 :)



11. 20대(사회 초년생) 당신과 지금의 당신, 생각(가치관 등)의 어떤 부분이 (크게)달라졌나요?

그때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죠, 하하! 어떠한 ‘영향력’을 갖고 싶었어요. 세상을 좀 더 선하고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단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것들을 희생시킬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했죠. 마흔이 다 된 지금도 사실 중심에 있는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가야금이라는 도구를 놓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 것이겠죠.  달라진 것은 “균형: Balance”를 위한 선택.  음악가로서의 주보라, 가족과 사회의 일원으로써의 주보라, 나 자신으로써의 주보라 등 몇 가지 소중한 역할(role) 가운데 균형을 맞춰가면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가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사랑하는 이들의 원을 끝없이 확장해가고 싶고요 >.<



12. 당신은 무엇에(or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보람’이라는 단어를 ‘행복’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내가 연주한 음악을 들은 누군가가 “아, 당신의 음악을 들으니 나도 무언가 하고 싶어 졌어요”라고 말해줄 때.


13. 인생 후반전(50세 전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그건 오십 세가 되어서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워낙에 계획적이지 않은 사람이라 ;;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의 손가락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한) 어딘가에서 누군가와 가야금으로 나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거예요.  이십 대의 저는 한해 한해 서른을 기다렸었고, 서른이 되는 시점부터 오십을 바라보기 시작했거든요. 오십의 아름다움으로 무대 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14. 13)번 질문에 이어, 그것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혹은 당신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그래서 저는 다시 “전통”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제 음악의 뿌리, 기본으로 돌아가 그것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고 싶어요. 그러고 난 후에 뻗어 나오는 새로운 줄기와 피어나는 꽃, 그리고 맺히는 열매들은 지금과는 분명히 다르겠죠. 저도 제가 기대가 됩니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해온 것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뭐 추천해 주실 일 없나요?!!


15. (좋은, 작은)습관이 있다면? (없다면, 어떤 습관을 가지고 싶나요?)

‘생각과 감정을 글로 적어 내려 가는 것’  화가 나거나 좌절을 할 때에도, 감격과 감동의 순간을 지날 때에도 (고심해서 고른)(외관이 중요함) 저만의 노트에 빼곡히 또는 짤막하게 내 안에서 생겨나는 무언가를 남겨두어요. 부정적인 감정은 해소가 되고, 따뜻한 순간들은 기록이 되죠. 그리고 때때로 다시 꺼내어 읽어보곤 하는데, 뭐랄까 나 자신의 역사책 같은 기분이에요. 그 안에서 새로운 음악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SNS가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조금 소원해졌는데, 이 인터뷰를 계기로 다시 제 삶으로 데려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네요! 



16. 누군가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면, 어떤 노하우(or 인사이트 / 경험)를 전달하고 싶나요?

가야금에 대해 강의하는 것이 아마 가장 쉽겠지요.  하지만 기회가 있다면 자신이 직접 음악을 만드는 경험을 나누고 싶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했던 시절에 ‘즉흥음악 만들기’라는 클래스를 해본 적이 있거든요. 본인이 연주할 수 있는 악기를 각자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어 보는 거예요! 뭔가 왁자지껄 시끄럽고 즐거울 것 같지 않나요?! 


17. 당신은 지금 어떤 키워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1) 주보라 2) 따스한 가야금 3) 보라색 우주



18. (신이 지금 나에게) 1년의 시간을 '보너스'로 준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왜 그걸 하고 싶나요?

돈도 같이 주시나요? 하하하  1년의 시간과 그에 따른 돈을 보너스로 준다 해도 이 코로나의 시대에는 불가능하겠지만, 세계일주. 여행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또는 해방이라고들 말하잖아요. 하지만 돌아오면 다시 똑같은 일상, 반복되는 문제들 속에 살아가게 되지요. 그렇다면 나는 왜 계속해서 여행이 하고 싶은가, 여행으로부터 얻는 것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용기”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 같아요, 여행의 시간은! 1년을 세계일주 한다면 나머지 인생을 정말 매우 진짜 너무나 미치도록 흥미진진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19. (자문자답)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주세요. 이 질문을 듣고 싶고, 그에 대한 답은?

Q - 당신, 잘 살고 있나요? 

A - 모르겠어요. 잘하고 있어 라고 생각할라치면, 어느새 잘 모르게 되는 상황의 연속이네요. 예전에는 그럴 때마다 너무 두려웠는데, 이제는 알아요. 멈추지 않고 용기를 가지고 계속해서 나아간다면 또다시 확신에 찬 시즌을 만나게 된다는 것을. 힘내요.



20. 요즘 당신이 몰입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그것이 잘 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YouTube의 명상채널 [BOVIHARA/보비하라명상] 

명상을 리드하는 인물 ‘VIHA’와 그 흐름을 따라 음악을 연주하는 저의 이름 ‘BORA’의 조합이에요. 단순하고 쉽게 만든 이름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엄청나기도 하지요. 두 우주의 결합이니까요. 저는 프리랜서로 살아오면서, 그 이전에 한 인간으로 살아오면서 저를 이끈 힘이 바로 “명상: Meditation”이라고 생각해요. 홀로 카페에 앉아 내 안에서 생겨나는 것들을 글로 적어 내려 가는 시간들,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되어주는 성경(Bible)을 묵상하는 시간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그 시간들이 [명상의 시간]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바깥세상을 바라보느라 한없이 흔들리는 상황으로부터 시선을 내 안으로 돌려 이 곳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잠잠히 살펴보는 것. 또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와 힘을 준다구용!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한 시간이라고 믿어요. 그리고 이 채널이 많은 이들의 인생여행에 있어서 사려 깊은 가이드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어요! 지금은 둘이서 소소하게 만들어가고 있는데, 좀 더 자라나면 꽤 좋은 장비와 시스템을 갖추고 싶기도 하고요, 사람들과 안전한 곳에서 함께 얼굴을 맞대고 이 시간을 만들어가고 싶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두 사람이 할머니의 모습이 되어서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와 음악을 나누며 앉아있는 모습이 보고 싶네요. 


21. (마지막) 당신의 이야길 읽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나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몸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선택’하면서 살아갑시다!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주보라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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