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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영향력의 확장 위즈덤 2.0, 마음보기 유정은

ㅅ스타그램 프로젝트 no. 94

1. 사람 이야기만 하는 ㅅ스타그램 프로젝트입니다. (인스타가 메인, 브런치는 거들뿐)
2.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에 맞춰, 100일 동안 사람 이야길 합니다. 오늘이 94일째.
3. 우리는 대개 누군가 만든 길을 따라갑니다.
4. 그 길이 '대로' 일수도 있고, 인적 드문 '골목길' 일수도 있습니다.
5. 그러다 내가 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꼭 그러하길 바랍니다.
6. 이 프로젝트는 내가 길을 만들기 전, 다른 이의 길을 살펴봅니다.
7. 그들 역시 웃고, 울고, 가라앉고, 상승하길 여러 번. 당신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8. 힘내세요, 당신.

[ㅅ스타그램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umyfriends/  ]


1. 이름과 사회(일) 몇 년차인가요?

유정은, 18년 차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 일터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지금은 마음챙김 명상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마음챙김 명상을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까 고민하다 보니, 2016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마음챙김 명상 앱을 만들었어요. 그때부터 작은 스타트업(마보) 대표를 하고 있습니다. 더해 마음챙김 명상이 개인의 행복에 국한된 것이라는 통념을 바꾸려고 노력하다 보니 마음챙김에 기반한 글로벌 컨퍼런스인 <위즈덤 2.0 코리아>를 한국에 론칭하게 되어 행사 총괄까지 하고 있습니다. 


마보앱 구글 플레이에서 올해를 빛낸 보석 같은 앱 선정


커리어의 전반부는 TNS라는 마케팅 리서치 회사에서 마케팅 리서처로 시작해서 영국에서 조직, 인사 석사 유학 후 돌아와 IBM, Accenture, PwC에서 조직, 인사 컨설팅 일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컨설팅에) 회의를 느끼고 인생에서 오춘기를 겪을 때쯤, 안전한 도피처로서 택했던 서울대 조직심리학 박사 과정 도중에 정말 우연히 만났던 책 한 권,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구글의 전직 엔지니어 출신 차드 멩 탄이 쓴 마음챙김 명상에 관한 책)’이 저를 지금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네요. 


지포즈에서 챠드 멩 탄을 소개하고 있다.


3. 지난 3년, 가장 잘 한 일과 그 이유는?

<위즈덤 2.0 코리아>를 2020년 3월에 론칭하기로 결심한 것, 그리고 신천지 집단감염 발병 소식이 들렸던 지난 2월 18일, 행사를 올 하반기로 연기하기로 결심한 것.  


위즈덤 2.0 코리아를 한국에서 처음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참가인원수나 규모에 집착하는 휘발성 이벤트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 닥친 일들에 쫓기다 보니 수많은 다른 행사들과 비슷하지만 ‘마음 챙김’이라는 그럴듯한 향수를 뿌린 또 하나의 그냥 컨퍼런스를 만들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거의 3달간 강제 정지를 당하고 보니 우리가 왜 위즈덤 2.0을 시작하려고 했는지 그 본질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더군요.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은 위즈덤 2.0 코리아를 통해 위즈덤 2.0 코리아의 가치에 공감하는 자원봉사자들과 참가자들, 그리고 초청에 흔쾌히 응해 주신 국내외 연사들이 실제로 자신의 삶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연결되는 경험을 주는 것이었어요. 


위즈덤 2.0에서 말하는 ‘위즈덤(지혜)’는 기술의 시대에 인간으로서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살아있는 지혜거든요.  그래서 지난달부터 위즈덤 2.0 코리아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어요. 우리 자원봉사자들과 참가자들이 함께 북클럽을 만들고, 채식 스터디 그룹도 운영해요. 얼마 전에는 위즈덤 2.0 재팬팀이랑 함께 하는 온라인 밋업 시간도 가졌어요. 그 어느 때보다 두 나라의 정치적 상황은 안 좋지만 그럴 때일수록 우리는 서로 연결되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제 위즈덤 2.0 코리아는 10월 16일, 17일 메인 행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전에 이렇게 다양한 활동들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커뮤니티로 성장할 것이고, 그 시도와 과정 자체만으로 이미 성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4. 삶에 있어 아쉬웠던/안타까웠던(실수, 실패 등) 일이 있었을 텐데요,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생각해보니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실패’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 인생에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경우가 많았네요. 앞서 차드 멩 탄이라는 사람의 책을 우연히 발견하여 읽게 된 계기도 당시 랩실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박사 과정을 그만두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하나 머리가 복잡했던 시기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가 제목이 재미있어 집어 들게 되었던 것인데, 그것이 정말 제 인생을 바꾸었으니까요.  


인생에서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의 열린다는 말을 믿는 편이라 일이 잘 안 풀릴 때의 좌절은 잘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내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다른 사람들에게 섣부른 판단으로 상처를 주거나 화를 내거나 했던 일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네요. 마음챙김 명상을 수행하지만, 아직 제 수행이 부족해서 실수를 하기 전에 알아차리지 못하고, 혹은 한 후에 알아차리니 더 미안할 밖에요. 이건 그냥 앞으로 평생 수행하면서 아쉽고 안타까운 순간을 줄여 나가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5. 슬럼프에 빠진 친구/지인을 보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옛날 컨설턴트의 삶을 살던 유정은은 상대방이 간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뼈 때리는 충고를 하는 것이 그 사람을 진정 돕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할 거예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까칠하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었죠. 그런데 마음챙김 명상을 하면서 배운 것은 스스로 도움을 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은 물이 가득 찬 항아리에 그냥 물을 계속 퍼붓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럼 물을 퍼부으려 노력하는 내 마음에도, 그리고 그것을 들어야 하는 친구의 마음에도 서로에 대한 ‘섭섭함’이 생기더라구요. 친구가 슬럼프에 빠져 보이지만 도움을 구하지는 않는다면 그냥 맛있는 것을 같이 먹으러 가겠어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어주겠죠. 아마 마음속으로는 수많은 조언을 하고 있겠지만 가능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들어주려는 묵언 수행을 할 것 같아요. 


마보 나라, 잠보


6. 삶에 흔들리는 지인들에게. 드라마, 책,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미술, 사진 등 이건 꼭 (들어)봐~ 하며. 추천하고 싶은 건? 왜요?

20대, 30대에는 삶이 흔들릴 때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어요. 가서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아무런 정보 없이 눈이 마주치는 책을 골라 퇴근 후 읽었던 것이 무식하게 일에 치여 살던 20대와 30대의 작은 숨구멍이었죠. 


1)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by 헬렌 니어링> 

어쩌다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20대에 이 책을 만난 것이 큰 행운이었네요. 바로 실천주의 경제학자인 스콧 니어링과의 삶을 회고한 작가이자 실천가 헬렌 니어링님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20대 후반에는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의 동반자적 사랑과 스콧 니어링이 존엄하게 죽음을 맞는 방식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면 이 책을 다시 꺼내 든 지금은 정말 이런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들여다보고 용기를 얻고 있습니다.  


2) <죽음의 수용소에서 by 빅터 프랭클> 

이 책은 30대 초반에 제 삶이 흔들릴 때 만난 책입니다. 얼마 전 우리 마보앱에 온 30대 중반 남자분이 사연을 보낸 적이 있어요. 좋은 대학교에, 좋은 직장에,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직장에서도 누구보다도 인정받고 있는데 뭔가 불안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쉴 수가 없고 명상을 해도 그때뿐, 마음이 답답하다 했어요. 그분에게 이 책을 권하며 저에게는 30대 초반에 그런 시기가 있었다고 고백했어요.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지쳐갔고 뭔가 목표가 사라진 기분이었어요.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생존자로 유명한 심리학자입니다. 그는 로고테라피, 즉 의미치료를 통해 우리의 삶에서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외적인 성공이나 편안함은 오히려 본질을 놓치게 하는 장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도 흔들리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3) <깨달음 이후의 빨랫감 by 잭 콘필드> 

이 책은 30대 후반에 제가 명상에 대한 회의감, 명상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회의감으로 괴로워할 때 마음챙김 명상수행에 대한 본질을 알려준 책입니다. 제 수행은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뉠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은 후 너무나도 운이 좋게도 이 책을 쓰신 잭 콘필드 님을 직접 만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죠. 명상을 시작한 사람들이라면 한번 정도 들었을 만한 말이 있어요. “선생은 학생이 준비가 되었을 때 나타난다.” 잭 콘필드 님의 모든 명상책들을 명상을 하시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4) <액티브 호프 by 조안나 메이시> 

가장 최근에 읽게 된 책이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저의 관심사, 제 인생의 가치와 목표와 가장 맞닿은 책이에요. 코로나19이후 우리의 삶이 무언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이 돌아가는 일에 암담함을 느끼고 계시는 분들은 꼭 이 책을 읽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전 이 책을 자녀들을 둔 부모님들이 읽어 보셨으면 해요. 우리 아이들이 커서 어떤 세상을 살도록 할 것인가가 지금 우리의 손에 달려 있으니까요. 


7.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중 다른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1명을 생각해 보세요.

이 질문에 수많은 분들이 떠오른 것을 보면 참 행운아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다른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라니.


1) 지금 가장 가까이서 저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사람은 제 파트너입니다. 함께 명상을 수행하면서 서로의 거울이 되어 미처 꾸미지 못한 맨 얼굴을 드러내게 하고 겸손해지도록 쓴소리도 아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공’에 대한 정의가 비슷하고, ‘어떤 삶의 방식이 우리에게 맞는 것일까?’에 대한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친구와 함께 라면 20년 전에 꿈꾸던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의 삶이 그냥 막연한 꿈이 아니라 우리 삶의 길 위에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까이서 본 사람 중 가장 자신이 믿는 것과 생각하는 것, 그리고 행동하는 것을 일치시키려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2) 제가 가장 존경하는 명상도반이니, 다른 분들에게도 함께 수행하자고 추천하고 싶네요. 물리적으로는 멀지만 마음으로 가까이서 저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을 주는 사람은 저의 명상 스승이신 트루디 굿먼 님과 잭 콘필드 님이십니다. 두 분은 미국 통찰 명상의 1세대 선생님들이시고 수많은 명상 선생님들의 스승이십니다. 제가 마음챙김 명상과, 명상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회의감에 이 길을 떠나려고 할 때 우리는 이미 시작된 수행을 멈출 수 없다는 것과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길이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신 분들입니다. 무엇보다 이 두 분이 일상에서 서로에게, 그리고 저 같은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신 지혜와 자비심을 근거리에서 지켜보며 이 길에 대한 확신을 다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더 많은 분들께 이 두 분의 가르침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스승님, 잭 콘필드 님과 트루디 굿만 님


8. 당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는(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앞서 얘기한 헬렌 니어링의 책에서 가져온 구절을 인용하고 싶네요. 

1)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

2)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라

3)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4) 집, 식사, 옷차림을 간소하게 하고 번잡스러움을 피하라. 

5) 날마다 자연과 만나고 발 밑에 땅을 느껴라. 

6) 농장일 또는 산책과 힘든 일을 하면서 몸을 움직여라. 

7) 근심을 떨치고, 하루를 살아라. 

8) 날마다 다른 사람과 무엇인가 나누라. 혼자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무엇인가 주고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를 도와라. 

9) 삶과 세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라. 할 수 있는 한 생활에서 유머를 찾아라

10) 모든 것에 내재해 있는 하나의 생명을 관찰하라

11) 모든 피조물에 애정을 가져라


챠드 맹 탄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한 생일


9. 만약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일 인가요?

지금도 제가 하는 일은 크게 ‘마음챙김 명상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올바르게 알린다.’라는 틀 안에서 계속 달라지고 있어요. 다만 어떤 일을 하든 삶 속에서 하는 수행 자체가 가장 중요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10. 당신이 가진 여러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센가요 (장점, 고유성 등)?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힘. 그것을 듣고 나면 앞 뒤 재지 않고 저지르고 보는 힘. 아, 그리고 또 제 파트너에 의하면 자기 인식이 뛰어난 편이라고 하네요. 다른 사람을 흉보는 것처럼 나 스스로를 흉볼 수 있어요. (‘너 방금 얘기하면서 잘난 체한 거야. 인정받고 싶었구나?’ 식으로 저 자신과 대화해요. ㅎㅎ) 그런데 아직은 이미 그렇게 한 뒤에 알아차리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요. 수행을 좀 더 하면 그런 마음이 올라올 때 먼저 알아차릴 수 있겠죠? 



11. 20대(사회 초년생) 당신과 지금의 당신, 생각(가치관 등)의 어떤 부분이 (크게)달라졌나요?

심리학 개론을 들으셨다면 익숙할 만한 매슬로우의 욕구단계 이론, 기억나시나요? 20대와 30대의 저는 ‘Self Esteem(자기 존중)’ 단계와 ‘Self Acutalization(자아 실현)’ 욕구 사이의 어딘가에서 늘 ‘재미’ 있으면서도 ‘성취감’을 느끼며 남들에게 ‘인정’ 받는 일을 원했던 것 같아요. 


20대는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혹은 남들이 보기에 더 멋져 보일까?’, 30대는 남들의 눈에는 덜 신경 쓰는 대신 ‘내 가슴이 설레는 ‘재미’ 있는 일은 무엇일까?’에 따라 움직였죠. 30대 때 인생의 오춘기를 맞아 ‘나’라는 사람에 대해 파고들면서 내 욕구에 충실했고 내 가슴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움직였어요. 그런데도 참 이상하게도 늘 공허했죠. 재미와 설렘은 필연적으로 익숙함과 지루함으로 연결되더라고요. 


그런데 마음챙김 명상을 시작하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묻게 되었고 이제는 삶이 늘 재미있고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세상엔 고통이 있고, 그 고통을 마주할 때 나보다 더 큰 세상과 연결된다는 것을요. 마음챙김 명상은 처음에 스스로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작업이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참 신기하게도 ‘나’의 중요성이 점점 옅어지고, 나의 관점이 외부로 향하게 되는 시기가 오는 것 같아요. 


12. 당신은 무엇에(or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얼마 전 함께 위즈덤 2.0 코리아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 자원봉사자 팀의 한 분이 저에게 “대표님과 함께 있으면 제가 꿈으로만 생각했던 기회들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것을 느껴요.”라고 불쑥 이야기해주었는데 그 순간 가슴속 깊숙한 곳에서 감사의 마음이 올라왔어요. 


2019년 위즈덤 2.0 샌프란시스코 무대에서 위즈덤 2.0 코리아 & 재팬 론칭을 알리는 모습


사실 저도 2014년 처음 샌프란시스코에서 위즈덤 2.0에 참가할 때만 해도 이 컨퍼런스를 2020년에 한국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더 빨리, 그리고 이렇게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이 컨퍼런스를 현실화시키고 있는 것을 보면 문득문득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건 한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모든 조건들과 상황이 맞아떨어져야 되는 거예요. 큰 그림에서 보면 나는 그냥 큰 퍼즐의 한 조각일 뿐이거든요. 명상 앱 마보를 처음 만들 때도 그랬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치밀한 계획이나 앱 전문가의 도움 없이 그냥 시작했는데 거짓말처럼 귀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죠. 


제가 작은 눈덩이를 만들었는데 이 눈덩이가 저와 같은 것을 믿는 사람들,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점점 커지기 시작하고 그 사람들에게 또 다른 눈덩이를 만드는 희망을 줄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끼고 있어요.


위즈덤 2.0을 함께 준비하는 사람들


13. 인생 후반전(50세 전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20대 내 행동을 결정하는 축은 남들의 시선이었고, 

30, 40대는 내 마음이 설레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으니.

50대부터는 내가 세상에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라 세상이 나에게 필요로 하는 일이 무엇일까 더 고민하고 싶어요. 내 그릇에 맞게요. 


위즈덤 2.0 KOREA에 유튜버 박막례 님도 참여 예정이었다.


성취에 초점을 둔 삶은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삶이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부터라도 작은 것부터 실천하며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고 세상에 피해를 주지 않고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14. 13)번 질문에 이어, 그것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혹은 당신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서울의 마지막 남은 달동네라고 불리는 소박하고 사람 냄새나는 동네에 마보홈이 생기고 있어요. 아직은 정말 너무 초기단계라 꿈같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처럼 단순하게 살며 삶과 일, 수행이 함께 하는 삶에 대한 작은 실험을 시작해보려고 해요. 아마 인생의 프로젝트가 되겠죠. 


마보팀 전체 워크샵


그리고 또 하나,  위즈덤 2.0 코리아가 있어요. 위즈덤 2.0 코리아를 통해 마음챙김 명상이 그냥 혼자 눈 감고 방석 위에 앉아 ‘이너피스’, ‘난 행복해.’라고 되뇌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어요. 마음챙김 명상에는 우리의 내면의 힘을 길러 세상의 고통을 바라보고 그 고통을 줄이기 위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자는 행동이 수반되어야 한다구요. 제 50대 이후의 계획을 위해 사실 자원봉사자 분들을 지금부터 세뇌(?)하고 있어요. 10년 안에 우리 자원봉사자분들 중에 제 2대, 3대 위즈덤 2.0 코리아 디렉터가 나와서 그들이 꿈꾸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어요.


위즈덤 2.0 샌프란시스코


15. (좋은, 작은)습관이 있다면? (없다면, 어떤 습관을 가지고 싶나요?)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하기. 물 마시기. 명상하기.

솔직히 평생 꾸준히 제대로 한 운동이 없어서 운동하는 습관을 좀 만들고 싶어요.


16. 누군가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면, 어떤 노하우(or 인사이트 / 경험)를 전달하고 싶나요?

ㅎㅎ 저에게는 지금 이것이 제 직업이라 강의를 ‘해야’ 할 때가 많죠. 제 노하우는 ‘내가 경험한 것, 내가 알고 있는 것’ 딱 그만큼만 나눈다는 것입니다. 누구를 가르친다는 생각을 가능한 내려놓고요. 명상을 알리다 보면 정말 온갖 질문을 다 받아요. 아주 개인적인 것에서부터, 온갖 형이상학적 질문까지 말이죠. 그런데 제가 ‘머리’로 이런 질문들에 다가가려는 순간 제 마음이 늘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나요. 



2년 전 존경받는 명상 선생님인 샤론 샬즈버그 님의 강연에서 그분이 누군가의 질문에 ‘지금 내가 생각하는 바로는… 나중에 변할지는 모르지만…’ 이라고 답변을 시작하시는 것을 보고 정말 지혜로우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진실인 걸 알리되 그것이 나중에 틀리거나 변할 수도 있다고 늘 생각해요. 


17. 당신은 지금 어떤 키워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와우 이 질문이 가장 어렵네요. 나도, 주변의 상황들도 늘 변할테니까요. 그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나를 정의하는 말을 생각해야 한다면 ‘겉과 속이 같은 사람’ 이라는 ‘느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18. (신이 지금 나에게) 1년의 시간을 '보너스'로 준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왜 그걸 하고 싶나요?

2012년 컨설팅 회사를 나와서 박사 과정을 시작하기 전 약 한 달 동안 파나마에 작은 섬에서 원주민 아이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했었어요. 말이 봉사지 스패니시를 쓰는 그 아이들과 말이 하나도 안 통해서 그냥 놀아주고 밥 챙겨주는 게 다였죠. 



그때는 마음챙김 명상에 대해서 알기 전이었는데 그 한 달 동안 저는 ‘지금 이 순간을 산다.’는 것과 ‘조건없이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것을 제 생애 처음으로 온전히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후에 마음챙김 명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큰 자산이 되었어요.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누구나 그 순간 행복을 허용하면 온전히 그것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경험한 것이었으니까요. 만약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곳으로 돌아가 그 조건 없는 줌과 받음의 경험을 다시 해보고 싶네요. 


19. (자문자답)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주세요. 이 질문을 듣고 싶고, 그에 대한 답은?

Q - 지금 이 순간 솔직한가?  

A - 네… 대답이 길어져서 힘들지만 가능한 솔직하게 쓰고 있습니다. ㅎㅎㅎ


20. 요즘 당신이 몰입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그것이 잘 되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위즈덤 2.0 코리아 1회를 무사히 마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어떤 형태든 오래오래 더 많은 사람들의 손으로 계속 이어져 나가도록 하는 것.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차드 맹 탄 과 함께.


21. (마지막) 당신의 이야길 읽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남들의 인생 이야기를 읽고 그들의 발자국을 보며 수많은 갈래길들이 있음을 보되, 결국 내 인생은 내 두 다리로 걸어야 함을 기억해주세요. 누구나 자기 내면에 자신만의 나침반이 있어요. 그 나침반을 발견하고 인생을 스스로 걸어갈 두 다리의 힘을 기르는 것. 그것이 마음챙김 명상의 시작입니다. 하루에 5분만이라도 조용히 앉아 스스로의 내면으로 돌아오시기를!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유정은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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