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로젝트 no.113
인터뷰 프로젝트 시즌2
1. 시대가 하 수상합니다. 막막하고, 막연하고, 어쩌다 멘붕까지.
2. 대개 상황과 배경에 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각자의 스타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보여요.
3. 자신의 <생각과 노력>을 존중하는 것. 퍼스널 브랜딩이 아닐까 싶어요.
4. 모두가 따라 하는 정답의 시대에서 각자의 해답을 찾고 만드는 개인의 시대.
5. 여기 다양한 해답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6. 당신도 당신만의 답을 찾고 있겠죠? 그 노력이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닿기 바랍니다.
모두가 잘 사는 걸 의도하고 애씁니다. 감사합니다. 록담 드림.
1. 안녕하세요. 먼저 이름과 '밥벌이' 몇 연차인가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최여정입니다. 매년 연초, 근로 계약서를 쓰는데 올해 16호봉이 되었더라구요. 16이라는 숫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뭐 그런 감정이 함께 넘실대었던 기억이 납니다.
16년이라는 숫자는 그동안 몇 번의 이직 속에서도 사회가 인정해준 제 이력의 숫자이고 실제로 ‘밥벌이’를 한 걸 따져보면 훨씬 오래 전인 것 같아요. 대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했으니까요. 요즘 부쩍 김훈 작가님의 ‘밥벌이의 지겨움’의 책 제목이 떠오르는 걸 보니 잠시 쉴 때가 되었나라는 생각도 드네요. ‘제발 이제는 좀 쉬라고 말해달라. 이미 곤죽이 되도록 열심히 했다!’라는 책 속의 구절처럼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는 것 같아요.
2. 어떤 일을 해 오셨고, 지금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하아. 일 얘기를 또 해야 하는군요. 하하. 먼저 현재 저를 부르는 호칭으로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 먼저, 팀장. 2016년 8회 영화제부터 DMZ국제다큐멘터리 홍보마케팅팀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올해 12회 영화제까지 5번의 영화제를 치렀네요. 10년이 넘게 공연예술 현장에서 경력을 쌓다가 영화제로 옮겨왔는데 공연예술과 영화라는 산업도 너무나 다르지만 영화제라는 집약적인 행사를 치르는 과정 역시 다르기 때문에 공연과 영화를 아울러 문화예술 현장을 보다 넓은 안목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2) 그리고 작가. 최 작가님이 호칭이 아직도 낯설지만 2018년 <셰익스피어처럼 걸었다>라는 첫 책을 내고 2019년 <이럴 때, 연극> 그리고 2020년 8월 <공연홍보마케팅 매뉴얼 A to Z>까지 세 권의 책을 썼습니다.
3) 또 하나는 칼럼니스트와 강사. 제 이름으로 책을 쓰고 저만의 콘텐츠가 생기고 나니 서서히 최여정이라는 브랜딩이 생기고 있어요. 조선일보에 ‘일사일언’이라는 칼럼을 4개월간 고정지면으로 쓰고, 현재는 ‘무대 위 인문학’ 칼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문학’ ‘셰익스피어’ ‘런던’ ‘연극’이라는 키워드로 다양한 기관과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어요.
4) 했던 일이라면 지난 10년간 다양한 공연예술 현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경기아트센터에서 공연계 일을 시작한 후에 화제가 되었던 ‘연극열전’ 프로젝트를 했고,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에서 창작연극을 알리는 일을 했습니다. 국립아시아전당 아시아예술극장 개관팀을 거쳐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무국에서 한불 수교 130주년 교류 사업도 함께 했어요.
3.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당신의 '시간/돈'을 어디에 쓰고 있나요(혹은 썼나요)?
저의 대부분의 시간은 ‘책’을 구경하고 읽는 일에 보내요. 그리고 ‘돈’ 역시 책을 사는 일에 쓰죠. 지금의 저를 만든 건 8할이 책.
4.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사람/모임/상황/이벤트/공간 등을 소개해 주세요.
1) 아버지, 내 인생의 방향을 안내하는 조언자
2) 씨스터즈, 친자매는 아니지만 업계에서 만나 가족보다 힘이 되는 친구들
3) 술술술 – 세상의 모든 술을 너무 사랑해요. 제가 글을 쓰게 하는 화력이랄까.
4) 혼자 있는 밤, 외롭지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들
5) 내 방, 내 책상. 커피숍에서 글 못써요, 반드시 내 방과 내 책상에서 떠오르는 영감들
6) 도서관, 절판된 책들을 발견하는 기쁨이란
7) 서점, 세상 제일 편한 공간, 책만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
8) 10년 된 소파, 독립하며 처음 산 가짜 가죽소파, 내 엉덩이 모양으로 푹 꺼져 있지만 세상 제일 편한 자리
9) 시골길, 산과 들이 보이고 소박한 흙길을 걸으며 언제 도시에서 벗어날까 생각해요
10) 김환기의 ‘우주’ – 그림 앞에 서면 인간 존재의 미약함이 느껴져요.
11) 마크 로스코의 무제 – 그림 앞에서 무아지경, 눈물이 핑 돌았어요.
12) 파리 몽파르나스 공동묘지 -어느 나라든 여행을 가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새삼 느끼는 곳
13) 런던 사우스뱅크 – 샌드위치 하나 달랑 들어 있는 가난한 가방을 메고 정처 없이 걸었던 그 길들 과 시간들, 그리워라
14) 오르한 파묵 –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그지만 글은 엄격한 성실함으로 쓰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작가. 매일 아침 정장을 갖춰 입고 2층 서재로 올라가 글을 쓴다고 하죠
15) 무라카미 하루키 – ‘작가는 군살이 붙으면 끝장’이라고 말하는 하루키 역시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쓰고 수영을 하는 자기 관리의 1인자.
16) 등산 – 일단 오르기 시작하면 정상은 찍습니다. 터질 듯한 심장 박동을 느끼며 내가 살아 있구나 새삼 느끼죠.
5. 당신 삶과 일에 영향(도움/영감 등)을 미친 책(or 영화, 음악, 미술 등)을 추천해 주세요. 추천 이유도 짧게 부탁드려요.
1) 제임스 미치너 <소설> 이 책을 읽고, 정말 미치도록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2)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 이 책의 첫 문장이야말로 세상 모든 책들의 시작을 압도할만하죠. 언제 이런 글 한 줄 쓸 수 있을까.
3) 말러 심포니 5번-Adagietto 현악기의 소리가 켜켜이 쌓여 가면 부드러운 공기가 몸을 휘감는 것처럼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운 곡
4) 고흐의 해바라기 – 세상에 없는 옐로, 태양빛도 이에 미치지 못할 걸
5) 영화 <타인의 삶> – 브레히트의 시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죠.
6. 일상에서 꾸준하게 챙기는 (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가요?
몇 가지 루틴이 있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거실 창가 화분들을 들여다봐요. 투명한 연두색으로 솟아오르는 새 잎들을 보면서 감탄하죠. 하룻밤 사이에 잎을 활짝 펼친 아이들도 있고, 또 새로운 줄기를 밀어내는 아이들도 있고, 그 생명력에 놀라워하며 오늘 하루도 이렇게 살아보자. 어제와는 조금 다르게 성장하자 생각해요.
그리고 물 한잔을 가득 따라서 각종 영양제들을 한 주먹 쥐고 정성스럽게 먹어요. 나이가 드니 매달릴 거라고는 이 영양제들(하하). 영양소들이 온몸에 잘 퍼져 나가서 건강함을 지켜주길 바라죠.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간단한 스트레칭이라도 꼭 하려고 해요. 필라테스도 1년 넘게 꾸준히 하고 있어요
7. 당신이 잘(좋아) 하는 것들 중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나요?
1) ‘책을 내도록 도와드립니다’
책을 몇 권 내고 나서 고양문화재단의 ‘시민작가 멘토’가 되어서 책을 쓰고 싶어 하는 5명 주부들과 함께 몇 달을 함께 보내며 책을 냈어요. 눈물이 찔끔 날만큼 감동적이고 보람된 시간이었어요. 책을 쓰시고 싶은 분들이라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컨텐츠로 기획부터 책을 쓰도록 채찍질하는 것 까지 도움드릴 수 있습니다!
2) 연극이 어렵다면 저를 찾으세요.
<이럴 때 연극> 책을 낸 이후에 다양한 곳에서 연극의 재미를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어요. 기분에 맞춘 연극 추천도 해드립니다!
3) 런던에 숨은 셰익스피어 이야기도 들려드려요.
<셰익스피어처럼 걸었다>가 바로 이런 이야기로 가득해요. 언젠가 제 책에 나온 코스대로 여행 프로그램을 짜 보고 싶어요.
8. 누군가와 협업/동업을 한다면, 어떤 능력이 있는(도움을 줄 수 있는) 분과 함께 하고 싶나요?
기획하고 있는 책이 몇 권 있는데 사진을 잘 찍는 분과 협업해서 책을 내보고 싶어요!
9. 평생직장은 없고, 이제 <개인의 시대>라고 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한데요, 그것을 잘하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퍼스널 브랜딩이라. 제가 참 좋아하는 서울문화재단 오진이 전문위원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다양한 일을 하면서 활동을 하면 사람들의 시기를 살 수도 있다구요. 처음엔 응원을 하던 마음도 시기로 바뀔 수 있다는 거죠. 그 경계에서 나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성장을 알리고 도움을 주면서 함께 하는 것이 퍼스널 브랜딩의 방향인 것 같아요. 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늘 그런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해요.
저를 성장하도록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고 또 그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 퍼스널이라는 말 이전에 together가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10.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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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더하기] 코로나 시국을 잘 버텨내고. 이겨내는 방법은?
코로나 블루, 아직 느껴보지는 못했지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인간은 충만해지는 것 같아요.
[질문 더하기 2] 당신을 지탱하는 '질문(들)'이 있다면?
역사에 길이 기억될 책 한 권 쓰려면?
[질문 더하기 3] 당신에게 집과 회사가 아닌, 마음 둘 곳 '제3의 장소'는 어디인가요?
책과 함께라면 그곳이 어디든
이상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최여정 님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