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여물지 못한 채, 2020년이 지났다. 이렇게 후다닥 지나버린 시간이 있었을까 싶게 시간은 빛의 속도로 흘렀다. 코로나가 만든 블랙홀은 세상이 무르익는데 필요한 시간을 엉망진창으로 구겨버렸고, 우리는 그렇게 찌그러진 시간을 제대로 펴지 못한 채 2020년 달력을 벽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달력은 못내 아쉬웠던지 벽에 자신의 그림자를 남겼다.
2019년 9월, 나는 (의기양양) 퇴사를 했다. 가을볕이 참 밝았고 따뜻했다. '세상이 내 편'인가 하는 어처구니없는 착각을 즐겼다(퇴직금 빨이었다). 11월부터 찬바람 슬슬 불더니, 이내 '윈터 이즈 커밍'이 되었다.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했던 겨울왕국이 끝나나 싶었던 2월, 무시무시한 코로나 혹한이 시작됐다.(바깥은 지옥이다, 란 얘기가 이거였나? 싶었다) 겨우내 '봄이 오면 꽃 피우려' 계획(계약)되었던 일들이 흔들렸고, 무너졌다. 속수무책이었다. 누구 탓도 못했다. 으이구. 내 팔자. 그래도 버텨야 했고, 뭔가 해야만 했다. 놀기도 해야 했고, 밥벌이도 이어가야만 했다(이 와중에 와이프님이 여러 이유로 휴직을 하게 되었고, 외벌이가 되었다).
아래는 독립 노동자(Independent Worker)로서 지낸, 지난 2020년의 흔적들이다. 살아 남기 위해, 살아 내기 위해 했던 것들이다. 생각보다 즐거웠던 일들도 많았다. 아마 그런 순간들이 있어, 빳빳한 2021 달력을 벽에 걸 수 있었다. 지난해 그렇게 일방적으로 당했으니, 올해는 정신 차리고 나아져야겠고, 나아가야겠다. 부디 올해도 좋아하는 분들과,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시간을 좀 더 많이 가지길 바란다.
1. 주 1일 근무 본격화
1) 프립(임팩트 디렉터 - 소셜클럽/랜선클럽 디렉팅)
2) 페이지 명동(커뮤니티 디렉터 - 공간웰컴 콘텐츠 디렉팅)
3) 플라잉 웨일(발길 닿는 곳 - 강연, 워크샵 등)
4) 연남 타운 크리에이티브(MKYU, MKTV - 이들의 스타트업으로 체질 개선 서포팅)
5) 제주(문화예술재단 - 문화예술기획자 심화과정 디렉터)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화예술기획자 심화과정.
*현재 메인은 프립이다. 올해는 이곳에 더 시간을 쏟으려 한다.
*6번의세바시 이야기가 이걸 다룬 거다.
*2021년 1월, 현재. 5) 번을 빼고 다른 건 현재 진행형. 제주 대신 다른 무언가가 준비 중이다.
365번의 밤 중에 200번을 새카맣게 태웠다. 인터뷰 프로젝트로 카카오 프로젝트 100을 두 번 한 거다. 밤마다 1~2시간을 이 프로젝트에 쏟았다. 돈은 못 벌어도, 이건 꼭 해야지! 하며 오기를 부렸다. 시력이 0.2 떨어져 갔다. 이제 밤이 되면, 세상이 조금 흐릿하다. 다행인 건, 매일 누군가의 이야길 접하다 보니 사람을 보는 '시력'은 조금 높아진 거 같다.
이걸 통해 많은 분들에게 응원을 받았다. 아마도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건 그 응원 덕분이었다. 그리고 톱클래스 인터뷰와 페이스북 컨퍼런스를 통해 이걸 외부에 소개할 수 있었다. 브런치의 도움으로 그들 플친(56만 명) 통해 이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코로나 직전,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이 3박 4일 대만 효도여행을 다녀왔다. 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다행인가. 모두가 나눌 추억이 생겼다는 것. 고마운 일이다.
4. 북크루 퇴사
안타깝게도 북크루를 퇴사했다. 공동 창업을 했고, 그 멤버들이 각자의 일을 해 왔다. 코로나가 덮치며, 랜선 전환을 했고 그렇게 나온 프로젝트가 '책장 위 고양이'다. 시즌1을 마치고, 시즌2 종료를 앞두고 퇴장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혔는데(개인적으로 풀어야 했던 이슈들), 내가 잘 풀지 못했다. 아돌(김민섭 작가)과 퇴사 면담을 했는데, 참 미안하고 슬펐다.
책장 위 고양이 시즌1, 작가와 만남 행사 중. 오은/남궁인/문보영 작가님과 함께.
5. 낯선대학M, C 그리고 낯컨
낯선대학의 새로운 버전을 런칭했다. 마케터 버전(M)과 크리에이터 버전(C). 시작하려던 찰나. 코로나의 습격이 있었다. 개강이 줄줄이 연기되었고, 수업은 어렵게 진행되었다. 기존의 방식(정기적으로 오프 장소에 모두 모여)은 쓸모가 없었고, 새로운(안전한) 방식을 급하게 준비해야 했다. 찬란했던 계획들이 뒤틀렸다.
낯대(낯대5, 낯대Y3, 낯대M과C)는 그 만만치 않은 힘에 맞서, 유연하게 진행됐다. 낯대 5기와 Y3은 2021년에도 이어진다. C는 내년에 새로운 기수 맞이를 준비하고 있고, M은 어찌 하면 좋을지 생각생각생강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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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은 서상혁님(행화탕 쥔장)과 믓진 스텝들이
C는 조준형님 & 손석호님과 역시나 믓진 스텝들이 한 해 동안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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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컨5가 지난 3월에 진행 예정이었다. 참가자들이 확정되었고, 참가비까지 다 받은 상황에서~ 무기 연기를 결정했다. 코로나가 이리 길게 이어질지 몰랐다. 내년에는 꼭 낯컨이 이어지길!
브런치 일 할 때 만난 김경욱 님이 나를 서울평생교육원 영웅님에게 소개했고, 영웅님이 세바시에 나를 추천했다.(나의 세바시 발표는 서울평생교육원 후원으로 진행됐다) 세바시 조재형 피디님은 인터뷰 프로젝트 시즌2에 시즌1 참여자였던 이승희님 소개로 등장했다.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고 이어지고 한다.
세바시 발표 동기님들( 나태주 가수님, 하경화 디에디트 에디터, 서메리 작가, 이지훈 변호사, me, 사회자)
2) 페이스북 컨퍼런스 발표
온라인으로 진행된 페이스북 마케팅 컨퍼런스에서 인터뷰 프로젝트 를 소개했다. 그걸 위해 5분 영상을 만들었다. 정확히는 페북 코리아에서 만들어줬다. 발표 영상 작업하는데, 영화 작업하는 거 같았다. 그런 고급진 인터뷰에 초대해 준 서은아 상무님에게 무한히 감사를 드린다.
코로나가 아녔다면, 오프라인으로 진행됐을 '커뮤니티' 스터디가 결국 오프 진행을 포기하고, 인터뷰로 대체되었다. 아디다스(강형근 전 부사장님), 인스타그램(서은아 상무님), MINI(박병욱 과장님), BTS와 ARMY(김영미님 & 이지행 선생님), 마이크로소프트(이소영 이사님)의 커뮤니티 전략에 대해 묻고 그에 대한 리포트를 발행했다. 내 이름으로 된 첫 번째 저작물(약소하나마 돈을 받는)이 나온 거다.
1년 동안 여러 공공기관과 협업을 했다.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 5개월, 문화예술위 3개월, 서울문화재단 2개월처럼 중장기 프로젝트도 있었고, 1일 특강도 있었다.
1) 제주문화예술재단과 5개월 작업(문화예술기획자 심화과정 디렉터)
2) 문화예술위원회와 3개월 작업(문화예술매개기획자 과정 디렉터)
3) 서울문화재단과 2개월 작업(목표달성프로젝트 디렉터)
4) 고양문화재단과 2개월 작업(기획자멘토링)
5) 지역문화진흥원과 2개월 작업(전국문화예술 기획자 과정 멘토)
6) 마포문화재단(커뮤니티 특강 강사), 경기문화재단(문화예술스타트업 이야기 강사), 인천서구문화재단(퍼스널브랜딩 특강 강사), 부천문화재단(문화예술기획자 교육과정 토론회 패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송도아트센터 명칭 심사), 예술경영지원센터(문화마케팅 특강 강사), 제주 더 큰 내일센터(멘토링),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로컬 크리에이터 행사 모더레이터 w 어반플레이), 안산시(우리가 만나는 안산 w 빌드)
7) LX 홍보자문위원
9. 100일 프로젝트 / 30일 프로젝트
1) 월간마라톤
9월부터 달리기 시작했고, 10월부터 매달 42km를 넘기고 있다. 10월부터 월간마라톤이란 프로젝트를 띄워 각자 뛰지만 함께 뛰는 걸 하고 있다. 현재 60 명 넘게 오픈 채팅방에 모여 있다. 대부분이 비기너고, 몇 분은 마라톤 완주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다. 달리기 덕분인지 근 10년 중 최저 몸무게(73kg)을 유지하고 있다.
2) 100개의 질문/100번의 생각 프로젝트 - 카카오
100개의 질문을 준비했다. 참여자들에게 하루에 한 개씩 질문을 던졌다. 모든 질문을 다 준비한 거 아니다. 이벤트를 통해, 참여한 이들이 질문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게 하고 추첨을 통해 그들 질문을 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