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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 김연수

읽은 책 문장 채집 no.20

2021년. 카카오프로젝트 100. [문장채집] 100일 간 진행합니다.
1) 새로운 책이 아닌, 읽은 책 중에서 한 권을 뽑습니다.
2) 밑줄이나 모서리를 접은 부분을 중심을 읽고, 그 대목을 채집합니다.
3) 1일 / 읽은 책 1권 / 1개의 문장이 목표입니다(만 하다보면 조금은 바뀔 수 있겠죠).


청춘의 문장들 / 김연수


1.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p. 5)


2. 내가 사랑한 시절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내 안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진 것들, 지금 내게서 빠져 있는 것들. 이 책에 나는 그 일들을 적어 놓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일들을 다 말하지 못하겠다. 내가 차마 말하지 못한 일들은 당신이 짐작하기를. 나 역시 짐작했으니까.(p. 9)


3. 내가 바다를 건너는 수고를 한 번이라도 했다면 그건 아버지가 이미 바다를 건너왔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 열무를 위해 먼저 바다를 건너는 방법을 배워야겠다.(p. 31)


4.내가 삶이라는 건 직선이 단순한 길이 아니라 곡선의 복잡한 길을 걷는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p. 33)


5. 시인들이란 모자란 것, 짧은 것, 작은 것들에 관심이 많은 자들이니 계절로는 덧없이 지나가는 봄과 가을을 지켜보는 눈이 남다르다. (p. 34)


6. 소설은 순서에 관계없이 끝까지 지켜봐야만 하는 로또복권 추첨 방송과는 다르다. 앞부분 10매 정도만 읽으면 이 소설을 계속 읽을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p. 37)


7. 우락부락한 인간들이 모여 앉은 흡연구역에서 담배 한 대 피울 정도의 시간만큼 생각해봤더니 그건 맞는 말이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은 뿐, 푸른 하늘에도 별은 떠 있듯 평온한 이 삶의 곳곳에는 죽음이라는 웅덩이가 숨어 있다.(p. 39)


8. 아래향은 구멍이 뚫린 대형 선박처럼 아주 천천히 몰락해갔다. 새천년은 그런 식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때 손바닥처럼 그 내력을 낱낱이 알던 가게들의 거리가 낯선 곤충의 껍질처럼 무감각해졌다.(p. 46)


9. 사이에 있는 것들, 쉽게 바뀌는 것들, 덧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여전히 내 마음을 잡아끈다. 내게도 꿈이라는 게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는 마음을 잡아끄는 그 절심함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 쓸데없다고 핀잔준다 해도 내 쓸모란 바로 거기에 있다는 걸 어떡하나.(p. 53)


10. 내가 누구인지 증명해주는 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 견디면서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p. 67)


11. 그 어떤 힘이 제비꽃의 가느다란 줄기를 꼿꼿하게 세우는 것일까? 어떤 힘이 있어 나는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p.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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