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 문장 채집 no.29
2021년. 카카오프로젝트 100. [문장채집] 100일 간 진행합니다.
1) 새로운 책이 아닌, 읽은 책 중에서 한 권을 뽑습니다.
2) 밑줄이나 모서리를 접은 부분을 중심을 읽고, 그 대목을 채집합니다.
3) 1일 / 읽은 책 1권 / 1개의 문장이 목표입니다(만 하다보면 조금은 바뀔 수 있겠죠).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1. 누구라도 쓸 수 있다는 건 내가 보기에는 소설에게는 비방이 아니라 오히려 칭찬입니다. 누구라도 다 올라오십쇼라는 기풍이 있습니다. 개방적이라고 할까, 손쉽다고 할까, 융통성이 있다고 할까. 한마디로 '대충대충'입니다. 링에 오르기는 쉬워도 거기서 오래 버티는 건 쉽지 않습니다. '어떤 특별한 것'이 점점 필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재능은 물론 그만그만한 기개도 필요합니다. (p. 16)
2. 소설가란 불필요한 것을 일부러 필요로 하는 인종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p. 23)
3. 사회 전체에 아직 '틈새'같은 게 꽤 많았던 시절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빈틈을 잘 찾아내면 그걸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난폭하기는 해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시대였습니다.(p. 35)
4. 당시 우리는 아주 검소하게, 스파르타 사람처럼 살았습니다(p. 36)
5. 지금은 좀 힘들겠지만 나중에는 그게 결실을 맺을 일이 될 겁니다. 위로가 될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힘껏 전진해주십시오.(p. 39)
6. 방망이가 공에 맞는 상쾌한 소리가 진구 구장에 울려 퍼졌습니다. 띄엄띄엄 박수 소리가 주위에서 일었습니다. 나는 그때 아무런 맥락도 없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문득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라고.(p. 45)
7. 내가 오랜 세월에 걸쳐 가장 소중히 여겨온 것은(지금도 소중히 여기는 것은) '나는 어떤 특별한 힘에 의해 소설을 쓸 기회를 부여받은 것이다'라는 솔직한 인식입니다. 어떻게든 그 기회를 붙잡았고, 또한 적지 않은 행운의 덕도 있어서 이렇게 소설가가 됐습니다. 어디까지나 결과적인 얘기지만, 나에게는 그런 '자격'이 누구에게서인지 모르겠으나 주어진 것입니다. 솔직히 감사하고 싶습니다. 내게 주어진 자격을 - 마치 상처입은 비둘기를 지켜주듯이 - 소중히 지켜나가면서 지금도 이렇게 소설을 계속 쓸 수 있다는 것을 일단 기뻐하고 싶습니다. 그다음 일은 또 그다음 일입니다.(p.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