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당신이 옳다 / 정혜신

읽은 책 문장 채집 no.66

2021년. 카카오프로젝트 100. [문장채집] 100일 간 진행합니다.
1) 새로운 책이 아닌, 읽은 책 중에서 한 권을 뽑습니다.
2) 밑줄이나 모서리를 접은 부분을 중심을 읽고, 그 대목을 채집합니다.
3) 1일 / 읽은 책 1권 / 1개의 문장이 목표입니다(만 하다보면 조금은 바뀔 수 있겠죠).


당신이 옳다 / 정혜신


1. 삐뽀삐뽀 119소아과 처럼 상비치유 지침서를 예상했다.(p. 8)

2. 이 책을 읽고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만 안 할 수 있어도 공감의 절반은 시작된 거다. 그걸 빼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 의문만 풀 수 있어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p. 9)

3. 세심하고 과감한 지지를 받은 후 홀가분한 표정으로 했다는 말. 엄마 고마워, 나는 이제 자유야.(p. 10)

4. 집에만 앉아 있을 수 없어서 무작정 왔다는 자원활동가들의 숫자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그들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며 울면서 무슨 일이든 했다. 피해자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했으며 한없이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자신의 슬픔과 분노, 무력감을 호소하면서도 유가족들 손을 잡고 함께 울었다. 그들의 행동과 눈빛은 트라우마를 받은 이후 세상과 사람을 통째로 불신하게 된 피해자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결정적인 위로다.(p. 14)

5. 자원활동가들의 한결같은 일상적 활동과 그들의 공통 정서인 슬픔과 무기력이 만들어낸 슬픔과 무기력의 거대한 연대는 피해자들을 구하는 동아줄이 되었다.(p. 14)

6. 트라우마 피해자들은 자신을 환자가 아닌 고통받는 사람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p. 16)

7. '나'가 흐려지면 사람은 반드시 병든다. 공황발작은 자기 소멸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 버둥거리며 보내는 모르스 부호 같은 급전이다. 내가 희미해지고 있어요. 거의 다 지워진 것 같아요 라는 단말마다.(p. 39)

8. 스타가 아니더라도 부모나 배우자의 강력한 기대에 부응하는 것 자체를 자기 삶으로 받아들임며 사는 사람들, 주어진 역할에 헌신하는 것이 자기 삶이라고 의심치 않고 살아가는 사람의 삶은 스타들이 겪는 공황장애 삶의 원리와 닮아 있다.. 누구든 내 삶이 나와 멀어질수록 위험해진다.(p. 40)

9. 자기 존재가 집중받고 주목받은 사람은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을 확보한다. (p. 45)

10.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도 예외 없이 변하게 하는 그 지점이 바로 '자기'다. 사람은 자기에 공감해 주는 사람에게 반드시 반응한다.(p. 47)

11. 젊든 늙든 우리가 왜 이렇게 아픈지 이젠 알 것 같다. 자기 존재에 주목을 받은 이후터가 제대로 된 내 삶의 시작이다. 거기서부터 건강한 일상이 시작된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p. 47)

12. 네가 그럴 때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말은 '너는 항상 옳다'는 말의 본뜻이다. 그것은 확실한 '내 편 인증'이다. (p. 49)

13. 집을 나가겠다. 일을 때려치우겠다. 죽겠다. 죽이겠다 는 말에 네가 그러면 되느냐, 그러면 안 된다 는 류의 말들은 절박한 사람의 말귀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의 반응이다. 나는 그런 때 언제나 '그렇구나. 다 때려치우고 싶을 만큼 지쳤구나, 다 태워버리고 싶을 만큼 화가 나는구나, 그럴 만한 일이 있었나 보구나'라고 온 체중을 실어 말한다. 그 다음에 그런 마음을 들게했던 그 일이 구체적으로 뭔데? 라고 묻는다.(p. 53)

14. 어쨋든 큰소리를 내면 민폐일까 봐, 웃으면 실력 없어 보일까 봐 전전긍긍하는 삶 속에서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희노애락의 감정을 거세한다고 삶이 구질구질하지 않고 스마트한 삶이 될까. 삶이 구겨지지 않을까. 물론 아니다.(p. 56-57)

15. 나는 일상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곤 한다. 이 질문을 던지면 의외의 상황이 벌어진다. 별만 아닌 것 같지만 존재 자체에 대한 주목이어서 그렇다.(p. 58)

16. 어떤 것을 묻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죽고 싶다는 마음을 비쳤는데도 그 고통이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외면되지 않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심각한 내 고통을 드러냈을 때 바로 그 마음과 바로 그 상황에 깊이 주목하고 물어봐 준다면 위로와 치유는 이미 시작된다. 무엇을 묻느냐가 아니고 나에게 집중하고 나의 마음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치유이기 때문이다.(p. 80)

17. 존재 자체만으로 자신에게 주목해 주는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사람은 살 수 있다.(p. 93)

18. 내 존재가 희미하게 사라져가고 있다고 느끼면 자기 존재 증명을 위해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일, 심지어는 폭력적 행동도 불사한다.. 일베 회원들 몇 명을 붙잡고 보니 고립된 처지의 유약하고 위축된 개인들이었다. 일상에선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하는 허약한 존재들이었다. (p. 95)

19. 벼랑 끝에 선 사람에게 나는 어떤 말을 해줘야 하는가. 결론적으로 해줄 말이 별로 필요치 않다. 그때 필요한 건 내 말이 아니라 그의 말이다. 그의 존재 그의 고통에 눈을 포개고 그의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내가 그에게 물어줘야 한다. (p. 107)

20. 내 고통에 진심으로 눈을 포개고 듣고 또 듣는 사람, 내 존재에 집중해서 묻고 또 물어주는 사람, 대답을 채근하지 않고 먹먹하게 기다려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상관없다.(p. 109)

21. 공감은 누군가의 불어난 재산, 올라간 직급, 새로 딴 학위나 상장처럼 그의 외형적 변화에 대한 인정이나 언급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한 그 사람 자체, 그의 애쓴 시간이나 마음씀에 대한 반응이다.(p. 142)




매거진의 이전글 위즈덤 2.0 / 소렌 고드해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