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매거진B 10주년 기념 전시, 피크닉

매거진B 10주년 전시(11.10~30 / 피크닉)


좁은 집, 좁은 책장에 무려 20권의 매거진B가 있다. 이사를 할 때마다, 집 정리를 할 때마다 내 자리는 좁아지고 내 것들은 사라진다. 그 자리엔 아이들 것이 자릴 잡는다. 그러니 하소연할 수도 없다. 그 와중에 살아남는 것들이 있으니. 책장 한편에 보란 듯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매거진B. 가족사진처럼 고이 모셔둔 이유가 있다(검정색 등이 가지런히 뭉태기로 있는 모습도 쫌 귀엽다). 내 일과 프로젝트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고 여전히 그러고 있다.


힙시티로 유명한 베를린에   챙겨간 책이 매거진B  <베를린>이고, 도쿄 인사이트 트립에 모셔간  중에 하나가 매거진B <츠타야>. 폴인에서 스터디를 준비하고 진행할  참고했던 것이 매거진B <인스타그램> <MINI>. <포틀랜드>, <에이스호텔>, <소호클럽> 이야기는 '커뮤니티' 대한 다양한 고민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줬다. 브랜드의 철학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 그리고 그걸 애정하는 이들을 소개하며 펼쳐놓는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고, 감동이다. 생각의 다양한 물꼬를 그야말로 콸콸 틀어준다. 이걸 읽고 이야기 나누는 독서모임 진행했다(츠타야 편을 택했다). 그때 매거진B 편집장님이 초대에 응했다(꺄아!!). 함께 이야기 나누고픈 이들을  자리에 초대했다. 이동진 트래블코드 대표님, 장영학 얼라인업 대표님, 장준우 작가님/쉐프, 조성은 로프트북스 대표님 등이 오셨다. 이런 멤버들이니, 오가는 이야기가 오죽 흥미진진했을까. 독서모임이 이런 맛이구나!  새삼 경험했다. 하지만  느낌을 오래 지속하진 못했다. 그렇게 쎄게   하니, 매번 그렇게 힘을 들이기 어렵겠단 생각이 들었다(김하나 작가의 ‘힘빼기의 기술’을 최근에서야 읽었다. 진작 봤어야했다)



올해 매거진B 10주년을 맞이했고, 이걸 기념해 전시가 진행 중이다. 당연히  전시에 다녀왔다. 더군다나 장소가 '피크닉' 아니던가. 성수에 코사이어티가 있다면, 강북엔 피크닉이 있다!  정도(물론 내 기준이다)로 그곳을 애정한다. 그곳 전시는 필참이다! 이전 '정원만들기', 이전전 전시 '명상' 너무 좋았다. 소셜에는 이미 이 전시를 다녀간 이들의 리뷰가 넘쳐 흘렀다. 그들은 하나같이 초대받은 이들이다(부럽다!).  전시 둘째  오전에 그곳을 찾았다. 그렇다 '내돈내산' 이다.


피크닉은 입장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길고  회현역 4번 출구 계단을 오른 ,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회현역에선  7~8 거리다. 그리 멀진 않다. 숨이 어느 정도  오를 , 피크닉 안내판과 차량 확인 볼록거울을 만날  있다(참고 - 포토 포인트다. 담쟁이 배경이라 사진이 잘 나온다).  안내판을 믿고 왼쪽으로 꺾으면,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싶게 숨어있던 '피크닉'   있다. 마치 오르막과 숲으로 가려져 있는 유적지를 만나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가? 매번  때마다, 입구에서 연신 사진을 찍는다. 풍경이 너무 근사하다. 입구의  나무를 지나 조금 내려가면 3 높이의 옅은 단풍색 타일이 덮인 가로로  건물이 보인다. 옥상엔 picnic 텍스트 간판이 솟아있다. 안국역 카페 어니언의 텍스트 간판처럼 뭔가 멋지다.



1층에서 예약 확인(그렇다. 예약해야 한다. 네이버나 멜론티켓을 통하면 된다) 거치고, 1 카페에 앉아 숨을 골랐다. 텀블러에 담아  커피를 조금 마셨다. , 가볼까! 기운을 차렸다. 일단 가볍게 다니기 위해  보관을 하면 좋다. 무료다. QR 체크인과 손소독을 거치고 입장 티켓을 확인받았다. 드디어 전시장에 입장한다. 문이 열리면, 층고가 높고 온통 흰색으로 둘러싸인 공간으로 들어간다. 전시의  번째 씬이다. 매거진B 촘촘하게 점처럼 붙여져 있다. 인스타 포인트. 이미 다녀온 이들이 인스타에 올릴 , 가장 앞에 올리는  바로 이곳 사진이다. 흰색 바탕에 까만 (매거진B 기본색이 블랙이다)같지만, 자세히 보면 칼라가 다양하다. 매거진B를 바탕 삼아, 여러 브랜드가 빛나고 있었다. (이곳을 다녀가는 많은 브랜드 담당자들이 언젠가  / 매거진에 자신의 브랜드도 존재하길 바라지 않았을까?)



그다음은 브랜드와 관련된 메시지를 경험하는 곳을 거친다. 마음을 흔드는 여러 문장을 만날  .


당신의 브랜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프라이드는 어떤 것인가요?
'왜'라는 질문이 브랜드의 제품에 어떻게 반영이 되고 있나요?


문장인데, 대개가 질문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니 발걸음이 느려진다. 한 질문마다, 짧지만 답을 해 보기 때문이다. 물론 깊은 고민까지 이르지 못하지만, 이런 질문들은 좀처럼 휘발되지 않는다. 아니 손에 쥐고 놓치지 않으려 한다.



이렇게 1층이 끝나고,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이동한다.

2층에선 1층 입구와 상반되는 공간을 만난다. 층고는 낮고, 온통 벽이 검은색이다. 벽 한쪽면에는 1번부터 89번까지 넘버링이 되어 있는 종이 카드가 걸려있다. 그 카드 뒷면에는 각 호마다 어떤 브랜드가 소개되었는지, 브랜드명과 설명이 빼곡하게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번호를 챙겨가란 의도인데, 글쎄 글씨가 돋보기로 봐야 할 크기였다. 마음 같아선 89장 모두를 챙겨가고 싶었지만, 눈도 몸도 무거운데 어떡하리. 그냥 내려놓았다. 대신 마음 가는 브랜드의 번호를 근접 촬영으로 사진을 찍었다(지나고 나서 보니, 이것 역시 무슨 소용이냐 싶었다).



그 숫자의 숲을 빠져나오면, 숫자가 실물이 되어 전시로 이어진다.

"우리가 10주년이라,  전시에 어마한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걸 보시면, 우리의 마음이 전해질 거예요." 하는 메시지가 공기방울처럼 묻어난 씬이다. 89 브랜드, 하나하나가 자리를 잡고 본인의 실물을 보여주고 있었다. 프라이탁부터 뉴발란스, 브롬톤 자전거  그냥 봐도 눈이 밝아지는 제품들이 윤슬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실물을 보여주기 어려운 것들은 영상 혹은 웹페이지로 대신했다. 에이스호텔은 굿즈를 전시했다. 89 브랜드를  알지 못하지만, 브랜드에 관심이 있다 보니 하나하나 챙겨봤다. 자연 견물생심이 불쑥.  가지고 싶더라. 다 가보고(도시와 공간 브랜드도 여럿 소개했다) 싶더라.




  위로 올라가면, 미디어 전시가 이어진다. 인터뷰 영상이다. 매거진B 소개된 브랜드와 관련된 분들 인터뷰다. 브랜드에 대한 그들의 철학을 엿볼  있다. 인터뷰 중간 매거진B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과 답변은  오글오글했다(굳이 그런 것까지 넣을 필요까지야). 이렇게 미디어씬을 통과하면 이번 전시의 마지막 지점에 다다르게 된다. 계단을 타고(아침에 가면 요 계단이 또 감동이다. 햇살을 질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옥상으로 이동한다. 그곳에는 매거진B 자매품인 매거진F 자릴 잡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무언가 보여주기 위해 애씀의 흔적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묻어났다. 그날은 세상에나, 너무 쾌청했다. 피크닉 로고와 남산, 그리고 타워. 너무 이쁘게 앵글이 잡혔다. 전시는 이곳이 마지막이고, 그다음은 1(겨울책방)으로 이동한다. 1층엔 매거진B 매거진B에서 만든  그리고 포스터 등을 판매한다(지하1층은 피크닉에서 운영하는 굿즈 매장이다. 요기도 아주 그냥 좋다!) 그냥 지나치려다, 'THE SHOP' 잡아 버렸다(언젠가 가게를 위해).



전시와 겨울책방을 둘러보고 난 후, 1층 카페로 갔다. 여전히 아침은 진행 중이었고, 한산했다. 사람들 대신 햇살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곳 카페는 촘촘하게 매달린 온갖 샹들리에로 유명하다. 안 그래도 반짝이는데, 햇볕까지 들어오니. 후아. 뭐라 할 말이 없어진다. 이 공간을 기획한 분은 이 풍경까지 고려했을까?



요즘은 어떤 브랜드도 브랜드고 어떤 개인도 브랜드인 시대다. 그러니까 이름 있는 것들은 모두 브랜드다. 단지 알려진 것과 그러지 않은 것이 있을 뿐이다. 알려 것들은 하나 같이 반짝거리는 것들이다(눈에 띈단 얘기다). 반짝거리는  중에는 겉만 그런 것과 속도 함께 윤기 나는 것들이 있다. 대개가 양면이 모두 반짝거리게 노력한다. 바로 '' 되기 위한 분투다. 그게 '브랜딩'이다. 한국에는 얼마나 많은 브랜드들이 있나. 하물며 세계엔? 그들은 바라는 '브랜드' 되기 위해 어떤 브랜딩을 하고 있나? 돈을 많이 번다고, 광고를 많이 한다고 찐이 되는  아닌  같다. 하나의 답은 없지만(그렇다면 다들 찐이 되었겠지), 참고할 만한 이야긴 있다. 분명한  매거진B  이야기가 수두룩 빽빽하단 . 그러니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다시 보자. '퍼스널브랜딩' 기업의 브랜딩과 크게 다를  없다.


매거진B 10주년, 축하합니다. 찐브랜드, 오래오래 많이 많이 소개해 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퍼블리 폴인 롱블랙 그리고 보마켓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