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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이 아니다. 모두의 이동을 위한 것이다.

범계역에 내려 집을 가려면(그러니까 퇴근) 2번출구로 나가야 하는데(출근할 땐 늘 2번을) 1번과 3번 출구를 이용한다. 이유는 계단을 피해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여기만 그럴까. 어제 선정릉역에 내려 슈피겐홀로 가는데, 아니 도대체 지하 몇 미터까지 파고 들어갔는지~ 에스컬레이터를 하염없이 타야만,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하아. 그걸 걸어 올라갔다면, 후덜덜 했을 터. 자동계단이 너무 고마웠다. 그런데 그것을 탈 때 봉 하나가 우뚝 솟아 있는데, 무언가를 막기 위함이다. 바로 휠체어와 유모차다. 아니.. 이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 이 깊은 곳에서 나갈 수 있지?? 


생각해보면 난 휠체어는 타 본적은 없지만, 유모차를 끌고 이곳저곳 많이 다녔다. 차도 이용했지만, 지하철도 곧 잘 탔다. 그런데 그냥 혼자 갈 때 보다 1.5배의 시간이 더 들었다. 왜냐면 지하철을 타려면 무수한 오르막과 내리막 계단을 지나야는데, 유모차는 오직! 엘베만 가능했다. 그런데 이걸 타면 수직이동의 기쁨이 있지만, 모든 출구에 이게 있는게 아니다. 더해 승강장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엘베도 환승을 해야한다. 그러다보니 타고 내리는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 하물며 휠체어는……. 길에 있는 작은 턱도 돌아가야 한다. 


이러니 그분들이 이렇게 나서고 있는거다. 어딘가로 가고 싶은데, 그게 너무 어렵다(시설의  기준이 일반인에 맞춰져 있기 때문). 물론 그 방법에 대해 왈가왈부하지만, 이들이 이제까지 이렇게만 주장을 해 왔을까. 단지 우리가 몰랐을 뿐. 


나는 그들의 주장을 지지한다. 그들의 방법 역시(폭력시위? 아니다. 선로를 막는다? 그것도 아니다).


왜냐면 이동권은 사지 멀쩡한 이들 뿐만아니라, 이동 약자 모두에게 적용된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서울 나들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의 싸움 덕분(처음부터 그런 시설이 있지 않았다. 있었다해도 턱없이 모자랗다. 유모차 부대(?)가 이동권을 위해 싸움을 했단 이야긴 못 들었으니.. 대중교통의 편의는 약자를 충분히 배려해 대중교통 시설을 기획한 행정가 혹은 이동권을 위한 장애우 분들의 지난한 싸움 덕분임을 우린 안다)이다.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다닌 한달간 대중 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도 그렇고. 고향에서 아들 사는 거 보러 오신 무릎 아픈 부모님이 우리집까지 편히 올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들 덕분이다. 


그들은 그들 자신만이 아니라 만인을 대신해 자신을 묶은 것이다.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그들이 만들 시스템은 결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4호선 라인에 살다보니, 이 싸움의 진동을 자주 경험한다. 그 일은 약속과 미팅과 출근에 영향을 적잖이 미쳤다. 그래서 제시간을 맞추기 위해 시간을 조금 앞당겨 출발하게 되었다. 얼마전엔 퇴근 시간에 시위가 있었다. 신사역에서 약 15분 이상 꼼짝을 못했다. 그런데 다들 평온했다(물론 마음 속은 모를 일이지만. 그래도 조금 놀람!) 어떤 분은 기다리다 못해 지하철 문을 나섰다(아마 다른 교통편을 찾아 간). 


다들 조용한 건 아니었다. 비상전화를 붙잡고 큰소리로 열차 지연을 항의하는 분도 계셨다. 역무원은 연신 미안하다..고 답했다. 다행인건 그 얘길 듣고 있던 사람들이 동요하지 않았고 그만의 외침으로 남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열차는 문을 닫고 잠원으로 향했다. 교대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을 하는데.. 아니. 2호선 줄이 승강장을 다 채우고도 모자라 3호선 통로까지 이어진게 아닌가. 그야말로 대혼란. 뭔가 삐끗하면 딱 깔리기 쉬운 ㅠㅜ 그런데 또 놀라운 경험. 왜 이렇게 조용해. 왜 이렇게 질서가 있어. 


3번의 열차를 보내니 드디어 녹색라인에 올라 탈 수 있었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서서 서서 서서 집까지 오니. 그냥 픽! 쓰러졌다. 다들 고생이 많으십니다,,



아래 기사 중 일부 내용 -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은 안전을 담보로 하는 절실한 싸움이다. 1999년과 2001년에 지하철역 휠체어 리프트 추락사고가 잇따르자 장애인들은 거리로 나와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를 외쳤다. 외침이 결실을 맺어 2006년 1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이 시행됐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 어린이와 같은 교통 약자들이 교통수단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통체계를 구축하는 일을 목표로 제정된 법이다.


https://news.v.daum.net/v/20220328175109587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 보장 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 지하철 시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위해 전동차에 탑승하고 있다. 2022.3.2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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