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개막전을 직관하다니. 그것도 역전승!을. 운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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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t에 흥미를 가진 아이들에게 lg가 을매나 잼난 팀인지, 지대로 보여 줌(아이들과 다른 편을 응원하면 여러모로 힘들다. 그러니 조기교육에 힘쓰고 있다. 야구는 LG지요)
2) 날이 너무 좋았다. 아침에 비까지 내려. 공기마져 홀가분. 원래 계획은 일찍 출발해 석천호수 벚꽃 구경하고 잠실로 가는 일정..이었는데. 차가 느무 막히는 것. 아 다들 야구보러가나 싶었다. 평일 출근길도 아니고, 주말에 서울 가는 길이 이리 막히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네비로 30분 걸리는 거리.. 한시간 반이 지났는데 서울대공원을 지나고 있었다(여기까지 평소 10~15분 거리). 알고보니 문제는 바로 이곳. 다들 그곳으로 향햐는 중. 갈림길을 지나자 속도를 올릴 수 있었다. 결국 2시간이 걸려 도착.
3) 늦게 예약을 한 터라, 1루측은 매진. 원정팀 응원석이 있는 3루측에 일부 자리가 있었다. 그런데 이곳도 17,000원. 아이들 할인도 없. 4인 68,000원. 후아! 야구장은 치킨 아니던가. 치킨을 메인으로 먹성 좋은 아이들이 몇가지 주워 담으니 5만원 훌쩍. 헉헉. 그리고 야구장 입장 전에 긴 여정에 배가 고파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3만원 폴짝.
4) 야구장 나들이는 그야말로 어리돈절했다..지만 야구장에 딱 입장했을때 보이는 초록빛 잔디가 주는 임팩트. 야구장 잔디의 초록은 공원의 초록과 사뭇 다르다(공원은 점점점 선명하고 크게 보이는데, 야구장은 주차장에서 시작해 긴긴 시멘트를 통과한 후 경험하는 급작스런 전환이다. 그래서 충격이 세다. 로비에서 야구장 입구로 들어오면 다들 ‘와~~~’한다.
5) 애국가가 울리고 있었고(자연스레 가슴에 손이... 가진 않았다). 태양은 부드럽게 구장을 밝혔다(5시 경기라 조명은 아직 켜지지 않았다). 엘지투수 이민호는 올해 21살, 첫째에게 딱 10살 많은 형이라 했더니, 아빠 나이 반 보다도 적네..라고 이민호 직구 구속 146km보다 세게 사구를 날리신 아드님. "네네. 이 아빠가 나이가 벌써 감독님들과 비슷해지고 있네요.."
6) 1회말부터 LG는 오랜만의 직관을 축하하듯, 달리고 달리고 치고 달렸다. 그렇게 쌓은 3점. 어. 이러다 역대급 점수가 나는 거 아니야? 싶었는데. 그로부터 오랜 침묵. 이민호는 씩씩하게 잘 던졌다.. 싶었는데 3회에 와르르. 지난번 첫 출격에 이어 이번에도 조기강판의 아쉬움. NC는 실력과 운(LG의 순간 엉망진창 수비실책)이 겹쳐 빅이닝을 완성했다. 무려 6점을 만들어 6-3. 다행히 뒤이은 좌완 임준형 선수의 어마한 투구(자신의 최고 삼진 기록을 세움 - 5이닝 7개)로 6점에서 그들의 점수는 묶였다.
7) 아. 이럴수가. 이러다 지는거 아니야? 싶었다(아이들이 실망하면 어쩌지. 이러다 완전 KT 팬으로 가는거 아니야?) NC는 1회를 빼고 잘도 막았다. LG는 좀처럼 기세를 올리지 못했다..가 운명의 8회. 역시나 실력과 운(역시나 실책)이 겹쳐 4점을 뽑았다(NC 팬들이 주변에 즐비했는데, 우리 가족은 얼마나 크게 환호했는지.. 돌아보니 미안하네. 남의 동네에서 잔치를 벌였으니). 케네디 스코어가 8대7인데. 한 끗 모자란 7대6. 9회초 수비에 고우석이 등판했다. 역시나 시원시원. 150Km가 쉽게 나왔다. 첫타자 삼진아웃. 하지만 불안불안한 왜지? 아니나다를까 포볼과 안타. 1사 1루와 2루. 뭐야뭐야. 이러다 동점? 다시 역전? 아니야? 마음 조리던 찰라, 순식간에 더블아웃. 경기 끝. 이겼다!!!!!!!!! (직관가서 이긴 거 처음이다. 실화다)
8) 경기 후 바로 집으로 안 가고, 오랜만에 서울 온 뽕을 뽑으려 지하철로 잠실까지 갔다(주차는 야구 관람하면 5,000원 정액제). 야구장 가기 전에 가려했던 석촌호수 벚꽃을 구경하러 갔다. 그 밤에도 벚꽃 구경 온 사람들은 야구장 만큼 빼곡했다. 석촌호수 한 바퀴 도는 건 어마한 도전이라, 벚꽃의 느낌만 받고 컴백했다. 아, 분홍 곰돌이도 보고 왔다. 다들 그거 배경으로 사진 찍더라.
9) 다시 잠실운동장. 차들은 거의 빠져 나간듯 조용했다. 네비를 찍으니. 30분이 찍혔다(이게 정상이지!). 목이 말라 옥수수수염차 하나를 사서, 벌컥 들이켰다. 구수했다. 잠실을 출발해 삼성을 지나 대치를 통과해 양재를 거쳐 갔다. 말로만 듣던 리얼 강남을 관통했다. 그 땅에 새롭고 거대한 규모의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곳에 살면 좋을까? 우리도 저 곳에 살 수 있을까? 운전하며 살짝 생각했다. 집에 도착하니, 오래된 아파트만큼 오래된 나무들이 잔바람에 살랑거리고 있었다. 니들이 우릴 반기는구나. 다음 스포츠에 들어가니, 벌써 하일라이트가 떴다(네이버 야구 하일라이트보다 다음 야구 하일라이트가 100배 잼납니다. 보시면 압니다). 그날의 승리를 다시 돌려 보며, 다시 감격에 젖었다. 눈부신 경기장, 흥미진진했던 경기, 그리고 역전승까지. 멋진 한 판 만들어 준 엘지 선수에게 감사, 열심히 응원하고 떠들고 논 우리 가족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