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님이 지터벅 강사를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지터벅이 아니라 린디 초중급이나 중급 강습을 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얼마 전 술자리에서 도우미 한 분이 내게 이렇게 말을 했다. 스윙댄스를 처음 시작하는 입문과정인 지터벅 강사를 할 줄 몰랐다고 말이다. 사실 나도 처음엔 할 생각이 없었다. 지터벅 강사를 한지도 한참 오래전이라 기억도 안 나고,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가르칠 때 중요한 건 '재미'지 '춤의 실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터벅 강사를 하게 된 이유는 그냥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큰 이유가 없었다. 내게 기회가 왔고 나는 그걸 받았을 뿐이다. 그래서 "청하야, 개리 형이랑 지터벅 강사할래?"라고 제안이 들어왔을 때 "응. 할게"라고 바로 대답했다. 사실, 그 제안이 들어왔을 땐 뒤풀이 자리라서 개리님은 없었다.
"개리 형한테 물어보고 말해줘"
"아니야- 우리 할게. 수요일에 할게"
"개리 형한테 안 물어봐도 돼?"
"응. 내가 말할게"
"개리님 우리 지터벅 강사해요"
"싫어~ 나 지터벅 안 해봤어. 기억도 안 나고 지터벅 아무것도 몰라~"
"그냥 해보자~~ 수요일에 한다고 말했어"
"ㅇ_ㅇ"
개리님이 안 하겠다고 말을 했지만......... 나는 듣지 않았고 우리는 그렇게 지터벅 강습을 하게 되었다.
도우미 해주세요
강사를 하겠다고 결정이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도우미를 구하는 일이다. 도우미의 역할은 말 그대로 도우미다. 강습생들을 도와주는 도우미. 잘 따라오지 못하는 강습생이 있으면 일대일로 붙어서 알려주기도 하고, 뒤풀이 자리를 만들기도 하고, 으쌰으쌰 동기부여도 한다.
이번 지터벅 강습은 오로지 '재미'다. 춤을 추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잘 챙겨주고,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에게 도우미를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도 3년 만에 복귀한 거라 아는 사람이 없어서 도우미를 구하는 게 어려웠다.
가끔 동호회에서 이벤트를 주선하는 리더가 계신데 스윙 활동하면서 처음으로 연락을 했다. 도우미를 해달라고. 재미있는 이벤트를 기획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지터벅들에게도 재미있는 이벤트를 많이 해줄 것 같아서. 스윙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람을 잘 챙기는 팔뤄 언니도 데려왔다. 예전부터 나와 함께했던 친구도 데려오고.
원래의 나라면 데려오지 못할 도우미들이다. 친한 사람이 아니면 도우미 해달라고 말도 안 하는데 이번엔 한 명 빼고 거의 모르는 사람들이다. 전화번호도 없고, 이제 막 말을 튼 사람들이었다. 솔직히 강습생도 낯선데 도우미까지 낯설어서 걱정했다.
도우미는 총 6명
정말 도우미를 잘 구했다. 한 명 한 명 자신의 역할을 너무나 잘해줘서 지터벅 강습을 하는데도, 이끌고 가는데도 너무 편하다. 번개모임을 주최하고, 사진과 영상을 고퀄리티로 찍어주고, 분위기를 띄워주고, 출석부도 예쁘게 만들어서 재능기부 해주시고, 뒤풀이 자리도 만들고, 정산도 알아서 해주신다. 처음 온 리더가 있으면 밀착하여 하나하나 꼼꼼하게 가르쳐주니 강습 시간에 진도 나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예전에 한 강사님이 도우미들에게 고맙다며 얼마 되지도 않은 강습비로 도우미들 선물을 준비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엔 고생은 우리가 했는데 왜 선물까지 줘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지터벅 강습을 하면서 엄청 크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시간을 내서 와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정말 애정을 가지고 함께 해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 시간이 그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재미있어, 알려주는 시간이.
요즘 정서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내가 하는 일에 집중을 못하고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민하고 기분은 축축 쳐지고 있는데 강습만 하면 에너지가 채워진다. 신기하게도. 강습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울하고, 지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데 강습을 시작하면 살아난다.
나는 알려주는 게 참 재미있다. 어떻게 가르치면 하나하나 쌓아질까를 고민하면서 강습 준비를 한다. 어떻게 커리큘럼을 구성하면 사람들이 2시간이 끝날 무렵엔 춤을 추게 만들까를 고민한다. 어떻게 설명하면 바로 이해할 수 있을까도 생각한다. 그 준비하는 시간도 재미있고 알려줄 땐 더 재미있다. 그래서 지터벅 강습 시간이 요즘 나에겐 휴식과 같다.
정말 강습이 알차요.
2시간이 지나는지도 몰랐어요.
아직 지터벅 3주 차다. 8주 차 중 겨우 3주 했지만 강습생분들이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셨다. 한 분은 예전에 강습을 받았다가 재수강으로 다시 시작하신다. 그분께서 이번에 내게 "강습이 너무 알차다. 처음에 바운스 연습하고, 복습하고, 새로운 패턴까지 만들어서 결국 춤을 추게 만든다"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내가 만들고 싶은 강습 구성을 바로 알아주셔서 얼마나 기쁘던지! 행복했다.
2시간 시간이 지나는지도 몰랐다고 재미있었다고 해주시고, 9시 30분에 가야 한다며 먼저 가겠다고 말한 강습생 분은 그날 뒤풀이까지 함께한 모습을 보면서 너무 뿌듯했다. 이거지 이거야.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
이번 지터벅 강습생은 총 6명이다. 그중 5명은 제주로 이주하신 육지분들이고 한 분만 제주도 토박이다. 예전에는 육지에서 내려온 사람이 드물었는데 요즘에 정말 많이 늘었다. 더 신기한 것은 이 중 2명이나 미국에서 20살에 한국으로 오셨다. 캠핑, 서핑, 바다, 운동 등 취미도 다양한데 모두 같은 취미를 갖고 계셨다.
제주에서 태어났고 제주에서 초중고 뿐만 아니라 대학교까지 나오고, 제주에서 회사 생활을 하는 나에겐 그저 그들이 신기하다. 그동안 정말 폐쇄적으로 살았다. 새로운 도전도 하지 않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책을 읽고 자기 계발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기 시작했고, 새로운 도전도 하기 시작했다. 요즘 나에게 '평범하게 살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하는데 지터벅에 오신 분들을 만나니 그들에 비해서 나는 너무 평범했다. 어쩌면 그래서 만나게 해 준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우리 끈끈해졌으면
우리 오래 인연이 닿았으면 좋겠다.
벌써 10년 전 이야기다. 내가 강습생 시절에는 스윙댄스 동호회 사람들끼리 참 끈끈했다. 다 같이 뒤풀이도 가고, 주말이면 놀러 가자고 서로서로 연락하고, 여름에는 이호해수욕장이나 탑동 해변가에 가서 야외 스윙댄스를 추곤 했다.
안타깝게도 많이 사라졌다. 이번 지터벅을 알려주는 8주라는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자리를 마련해보려고 한다. 끈끈해지도록, 서로서로 친해지도록 말이다. 그렇게 친해진 사람들은 3년이 지나도, 5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아직도 끈끈하고 친하게 지낸다. 우리도 그런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다.
예전 선배들이 만들어줬던 그 분위기까지는 못 만들더라도 시간을 많이 만들려고 도우미들과 노력하고 있다. 바다 수영하러 다녀왔고, 삼양 해수욕장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스윙음악을 틀고 춤을 췄다. 다음엔 캠핑 가자며 이야기를 꺼냈다. 매주 수요일 강습이 끝나면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갖는다. 지난번 태풍 오는 날에도 우리는 새벽 1시까지 놀았다. 진짜 맥주보다 무알콜 맥주를 마시는 사람이 훨씬 많은 이상한 뒤풀이....
생각보다 내가 더 재미있게 강습하고 있다. 생각보다 내가 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함께하는 사람들 모두에게도 그런 시간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