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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하 Iam Aug 29. 2023

와인 한 병과 돗자리를 챙겨서 센강으로 가요

프랑스 여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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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ncWU5a2ClUI?si=kIQJJYAmqfHnWGA8



D에게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 오늘도 D 씨는 바빴을까요?

저는 오늘 에펠탑 앞에 있는 센강변에 다녀왔어요. 원래 계획에는 없던 일정인데 파리 에펠탑 근처를 걷다 보니 다들 센강변에 사람들이 많았어요.

돗자리를 깔고 연인끼리, 친구끼리 앉아서 에펠탑을 보거나 또는 센강을 왔다 갔다 하는 유람선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더라고요. 꽤 멋지죠? 제주도에는 강이 없어서 그런가, 그 모습이 꽤 낭만적으로 보였어요. 그래서 우리도 맥주 하나 들고 가보자며 갑자기 정했죠.


마트에서 화이트 와인을 한 병 샀어요. 파리하면 와인이죠. 우리는 맥주 대신 와인을 샀어요. 파리는 과일이 참 가성비가 좋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체리가 18,000원 정도인데 여기는 겨우 5,000원 정도였어요. 와인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우리는 화이트 와인 한 병과 체리와 잘린 멜론을 샀어요.


같이 간 친구가 돗자리를 챙겨 왔는데 은색 돗자리를 챙겨 온 거 있죠? 어떤 건지 알겠죠? 반짝반짝 빛나는 은색 돗자리. 제가 말했던 건 감성이 느껴지는 예쁜 돗자리였는데 말이에요. 그래도 챙겨 온 게 어디예요? 감사한 마음으로 돗자리도 들고, 추워서 목도리로 쓰던 아시아나 담요도 챙겨서 숙소를 나섰어요.


7월의 파리는 해가 10시쯤 져요. 깜깜해지죠. 에펠탑이 가장 예쁘게 보이는 시간은 9시부터인 것 같아요. 노을이 지기 시작하거든요. 우리는 여유 있게 저녁 7시쯤 준비물을 챙겨서 숙소를 나섰어요. 10분 정도 걸었을까요? 친구가 '어? 왜 손이 가볍지?'라며 걸음을 멈춰 섰어요. 우리가 아침부터 파리를 구경한다고 나섰는데 물을 못 마셨거든요. 그래서 물 챙기자며 물도 챙겼는데 와인을 안 챙긴 거 있죠 ㅎㅎㅎㅎ 뭐 어떡해요. 다시 돌아갔죠.

와인을 손에 잘 들고 다시 센강변으로 향했어요. 바로 에펠탑이 보이는 곳으로 갔어요. 벌써 파리지앵들은 자리를 잡고 앉아있더라고요. 우리도 그 옆에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깔았어요. 그 위에 아시아나 담요를 깔았죠(조금이라도 감성적으로 보이려고요) 그리고 챙겨 온 와인을 오프너로 열고 와인잔에 와인을 마셨어요.


어쩜 이렇게 낭만적일까요.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에펠탑, 고요하게 찰랑이는 센강, 7월의 맑은 하늘과 적당히 있는 구름, 그리고 초록초록한 나무들,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스윙음악까지. 완벽했어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가만히 그 시간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어요. 사진으로 느껴져요?


옆에 파리지앵들이 담요에 눕는 모습을 봤어요. 오? 누워서 에펠탑을 본다고?

누울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따라서 누웠어요. 세상에! 누워서 본 에펠탑은 더 예뻤어요. 화이트 와인 한 잔에 살짝 취한 걸까요? 아니면 분위기에 취한 걸까요. 한참을 누워서 하늘도 바라보았다가, 하늘로 우거진 나뭇잎도 보다가 노을이 지는 에펠탑도 바라봤어요. 시간이 멈추길 바랐어요.


그런데 딱 하나. 이것 때문에 길게 즐기지 못했어요. 7월의 파리는 생각보다 추웠어요. 아침저녁으로 20도 정도라서 벌벌 떨면서 다녔다고 이야기했던 거 기억해요? 센강에 누워서 에펠탑을 바라볼 때도 처음엔 못 느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 너무 춥더라고요. 감성적으로 보이기 위해 깔아 두었던 아시아나 담요는 저의 이불이 되었죠. 꽁꽁 싸맸어요. 꽁꽁 사매고 누워서 덜덜 떨면서도 그 분위기를 즐겼어요. 춥다고 일어서기엔 정말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거든요.


D 씨

만약 파리에 가게 되면 꼭 돗자리 챙기세요. 조금 두툼한 담요도 챙겨요. 옆에 파리지앵들은 겨울 담요를 챙겨 왔더라고요. 이유가 다 있었어요 ㅎㅎ 그래야 조금 춥더라도 좀 더 오래 센강변에서 그 시간을 더 만끽할 수 있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피자를 챙긴 파리지앵들이 많더라고요. 근처에서 피자나 크레페를 사서 맥주와 함께 마셔보세요. 진짜 파리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거예요.


한국과 파리는 7시간 차이가 나니 지금쯤이면 새벽 5시쯤이겠어요. 2시간 뒤에는 통화할 수 있겠네요. 잘 자요. 조금 있다가 만나요.




파리 여행 위치

https://goo.gl/maps/GXybqopaKPqKEwrg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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