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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하 Iam Sep 18. 2023

파리에서 가장 맛있었던 건 바게트였어요.

프랑스 여행 에세이


D에게


굿모닝 :-) 잘 잤어요?



파리 에펠탑 근처 에어비앤비에서 묵고 있어요. 프랑스 노부부가 운영하는 에어비앤비 숙소인데 평점이 무려 4.9점이더라고요.


리뷰에도 친절하다는 칭찬이 가득해서 이 숙소로 선택했어요. 에어비앤비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프랑스 파리 본연의 가정의 집을 경험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해요.



한국과 너무 다른 프랑스 건물의 내부가 궁금했어요. 창문도 세로로 높고, 문의 높이도 높으니 천장도 높을까요? 집안 구조도 궁금하고요. 우리나라는 창이 가로로 넓은 편이잖아요. 겉으로도 멋진 프랑스 집은 안은 어떨까요.



에어비앤비 숙소는 좁게 복도가 있고, 문이 6개 정도 있었어요. 하나는 주방이었고요. 하나는 욕실이었어요. 좁은 복도를 따라서 가면 주방 맞은편 방이 우리 방이었어요. 바닥은 나무로 되어 있어서 걸을 때마다 삐그덕 삐그덕 하는 소리도 들려요. 밤 중에 들어올 땐 살며시 걸어야 해요. 소리가 크게 나지 않도록.



우리 방에는 이층 침대와 기다란 창이 하나 있었어요. 이층 침대의 높이의 기다란 창이 있으니 창이 정말 높은 거죠? 그 창을 딱 열면 선선한 바람이 들어와요. 에어컨이 필요 없어요. 7월이었는데도 너무 시원했어요.



그러고 보니 에어컨이 없었네요. 파리에서는 에어컨을 설치하려면 건물을 지은 건축가, 디자이너, 건물에 같이 사는 사람들의 모든 동의를 얻어야만 설치할 수 있대요. 그래서 에어컨 설치된 곳이 거의 없다고 해요.



제가 숙소 이야기를 길게 했죠?

사실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게트'였어요.


우리가 묵었던 에어비앤비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조식을 차려줘요. 전날 사온 바게트에 5가지와 갓 내린 원두커피, 오렌지 주스까지 준비되어 있어요. 프랑스의 아침식사 메뉴인가 봐요. 그들도 아침에 바게트를 먹는다던데 비슷하지 않을까요?



전날 사온 바게트인데 아침에 먹어도 말랑말랑하고 쫀득해서 맛있어요. 한국에선 아침을 먹지 않아서 많이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늘 바게트 반 이상을 먹었어요. 너무 맛있어서요. 한 두 개만 먹어야지 해놓고는 또 바게트를 썰고 있는 제 모습을 보는데 웃겼어요.



프랑스의 바게트와 내가 그동안 먹었던 바게트가 무엇이 다를까 생각해 보면 빵의 밀도인 것 같아요.



당연히 프랑스산 밀가루라서 맛있기도 하겠지만 바게트 내부에 채워진 빵의 밀도가 다르더라고요. 우리는 많이 비어있는데 프랑스 파리의 바게트는 꽉 차있었어요. 마치 식빵처럼요.



아, 바게트를 썰어먹을 수 있도록 긴 칼과 나무 도마도 준비를 해뒀더라고요. 바게트를 딱 잡고 쓱싹쓱싹 자르는데 그것조차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저는 이제까지 잘려서 나온 바게트만 먹어봤거든요. 바게트를 자르는 재미도 있었어요. 그래서 매일 아침 제가 잘랐어요.



같이 준비해 준 잼이 있는데 5가지나 준비를 해주셨더라고요. 저는 그중에 무화과잼을 좋아했어요. 달지 않은데 바게트에 발라서 먹으니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너무 맛있어서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이 잼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물어봤다니까요 :) 아쉽게도 수재로 만든 잼이래요. 어쩐지 너무 맛있더라니.



바게트는 살 수 없으니까 한국에 잼을 사 왔어요. 백화점에 가서 명품 가방은 보지도 않고 잼을 찾아 헤맸지 뭐예요.



가장 맛있는 무화과 잼을 찾아서 고르고 골랐죠. 그러다가 밤잼이 유명한 것도 알게 되었어요. 무화과가 많이 든 잼과 밤잼도 몇 개 사 왔어요.



저는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조식으로 바게트가 나온 것만으로도 맛있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침에 갓 구워서 나온 바게트가 그렇게 맛있대요. 전날 산 바게트도 맛있는데 갓 나온 바게트는 얼마나 맛있을까요?



파리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봤지만

가장 맛있었던 건 바게트였어요.

바게트에 잼을 발라먹는 것!

 따뜻한 원두커피까지 더하면 최고예요.



크루아상도 맛있다고 하던데 저는 한국의 크루아상과 별반 다른 맛을 못 느꼈어요. 크렘블레도 맛있었어요. 좀 달아서 제겐 담백한 바게트가 좋았어요.


아, 바게트라고 해서 다 맛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뛸리히 공원에 갔는데요. 공원 안에 레스토랑이 있더라고요. 딱히 어디 갈지 검색을 하지 않아서 눈에 보인 레스토랑에 들어갔어요.


파리 바게트는 어디서 먹어도 맛있겠지라는 생각에 바게트 샌드위치를 주문했는데 웬걸! 거의 돌같이 딱딱한 바게트 샌드위치가 나온 거예요. 엄청 웃었어요.


얼마나 딱딱한가 싶어서 테이블을 두들겨봤는데 '탁탁' 소리 나는 거 있죠? 주문한 친구와 나는 그걸 보고 한참을 웃었어요. 맛있는 식당을 검색했더라면 맛있는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었을 텐데 아무 데나 들어와서 이렇다며 ㅋㅋㅋ


거기다 날씨가 좋았는데 바람도 많이 불었거든요. 뛸리히 공원 바닥이 자갈, 모래인데 모래바람이 부는 그 가운데 딱딱한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은 거예요. 우리 모습이 상상이 되세요? ㅎㅎ



다음에 또 파리에 가면 갓 나온 바게트와 정말 맛있는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어보고 싶어요. 아, 내일 출근하면서 저 대신 갓 나온 바게트를 먹어줄래요?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맛있는 버터를 바르면 맛있을 거예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요.






2022 바게트 그랑프리 베이커리

https://maps.app.goo.gl/qTMMPH1YUYZqqBKN6


줄 서서 먹는 바게트 베이커리  BO&MIE

https://maps.app.goo.gl/n6EaYmPdnjrtFoT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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