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책값에 대해서는 진심인 편입니다

어쩌다글쓰기-글쓰는한량

책값에 대해서는 진심인 편입니다.





책을 사는데 큰 고민을 하지 않는 편이다. 시중에 나온 책 중 관심 있어 보이는 주제나 내용,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작가의 책은 큰 고민 없이 덥석 산다. 음식도 이 음식, 저 음식 여러 음식을 먹어봐야 직접 만들 수 있듯이 책도 이 책, 저 책 다양한 분야의 여러 책을 보아야 내가 어떤 책을 좋아하고, 나에게 맞는지 혹은 도움되는지 알 수 있다. ‘많이 보아야’ 이쁘고 좋은지 알 수 있는 안목이 길러진다는 믿음에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책 읽는 것을 선호하는 나의 입장에서이다. 누군가에게는 책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사는 물건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치약과 비누처럼 삶을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생필품이 아닌 기호품이다. 철저히 그 가치를 따지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하다.


몇 해 전 한 강연에서 책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읽는 책을 다 사느냐는 질문에 도서관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필요한 책은 대부분 산다고 말했다. 이어 책값이 평균 만 오천 내외를 하니 유명 프랜차이즈의 커피 2, 3잔 안 마시면 충분히 살 수 있지 않을까 말과 더불어 다른 것은 아끼되 책값은 아끼지 말자고 말했다. 독서인구 절벽의 시대에 슬쩍 독서 부흥을 위한 다분히 내 의도가 들어간 멘트였다. 하지만 참석자 중 한 사람이 ‘책값이 아까운’ 책도 많다는 말을 전했다. 만인 저자 시대이고 누구든 글을 쓸 수 있고, 책을 내는 시대이기에 이전에 비해 질적으로 미흡한 책들도 많다는 것이 그의 추가 발언이었다.
 
 책! 엄밀히 따지면 ‘돈을 주고 사는’ 물건이다. 물건에는 모두 값이 있고, 물건 값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의 노고와 생산과정에 들어 있는 제작비가 포함된다. 하지만 책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한 사람의 오랜 기간의 연구나 생각을 집결한 것이 책이다. 더불어 글이라는 공정을 거쳐 나오기에 그 어떤 생산품보다 제작과정도 까다롭고 복잡하며 소요시간도 길다. 한 달에 몇 권씩 쓰는 작가들도 요즘 많지만 정말 예외의 경우다. SNS 상에 글을 올리는 작가들도 많고, 인터넷 상으로도 좋은 글이 차고 넘치니 굳이 책까지 읽을 필요가 없거나 책과의 차별점을 못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어쩌면 발달된 SNS 문화가 책의 판매를 오히려 저해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수많은 책이 나온다. 앞서 언급한 책값이 아까운 책도 있지만 만 오천 원도 안 되는 책값에 읽는 것마저 미안한 책도 있다.



최근 이라영 작가의 북 에세이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 줄 필요는 없다』 (문예출판사)가 바로 나에게는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은 예술사회학 연구자인 저자가 미국 체류 중 미국 여성 작가들의 출생지 혹은 주 활동지를 배경으로 한 그들의 책과 삶의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낸 책이다. 생생한 미국 여행담과 해당 지역에 미국 여성작가들의 이야기까지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의 첫 챕터를 읽자마자 나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책값을 확인했다. 최소 자료조사와 체류기간, 집필까지만 해도 족히 1년의 시간을 더 들였다는 것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만 오천 원 남짓한 책값에 괜한 미안함이 들었다. 저자의 노고를 내가 너무 가벼운 값으로 퉁치는 느낌이었다. 세상에 ‘책값이 아까운’ 책도 많지만 이렇게 ‘책값이 너무 적게 책정된’ 책도 많다. 그러니 이 책, 저 책 일단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어쩌면 당신이 수십 만원을 주고도 못 얻을 이야기가 단돈, 만 오천 원에 고스란히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파스타 한 접시 안 먹으면 그만이다.


또 민음사에서 나온 문예잡지 <릿터>의 경우도 정말 9천 원이라는 가격이 미안해지는 책이다. 특히 이번 3월호는 '유튜브'에 대한 다양한 장르의 글이 실려서 보는 내내 정말 무릎을 너무 쳐서 무릎이 닳아버렸다.

마지막으로 최근 읽은 책 중에서 마거릿 애트우드의 <글쓰기에 대해서> 역시 나에게 책값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책이다.


최근 읽은 책만 해도 벌써 3권이 넘는다.


그나저나 내가 누굴 걱정하고 있는가, 나부터 책값이 아깝지 않을 책을 써야 할 것이다. ‘책값이 아깝지 않은’ 부끄럽지 않은 책과 글쓰기, 참 어렵다.
 
글쓰는 한량, 이윤영 작가


매거진의 이전글 글 같은 걸 왜 쓰냐고 묻는 당신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