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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당신의 글쓰기가 망한 이유

오늘도메모-글쓰는한량

11월의 마지막 주다.
올 한 해 당신의 글쓰기가 망한 이유를 정리해봤다. 다음 주면 올해의 마지막 12월이니 다음에 알려드리는 것을 하지 않으면서 12월 한 달은 글쓰기에 몰입해보자. 인생의 단순한 원리이자 규칙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까짓것 알고 넘어가자. 그럼 당신의 2020년은 완벽한 한 해로 마무리될지도 모른다. 진짜다.


                                                                                                                                                                                                                                                                                                                                                     

당신의 글쓰기가 올해 망한 이유, 첫 번째는 너무 잘 쓰려는 마음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참 그렇다. 너무 잘하려고 하면 티가 나고, 그 '티'는 내 몸의 어딘가에 나도 모르게 박히게 된다. 몸이 긴장되고, 어색하면 당연히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도통 집중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처음부터 잘 쓰려는 사람은 없다. 그저 메모부터 시작해라. '어른들의 지적인 놀이터인 한량 학교'에서의 1단계 글쓰기 과정은 메모 학교다. 한 줄 메모부터 시작해서 한 편의 에세이를 쓰기까지 정말 천천히 단계별로 과정을 밟아 글을 써야 한다. 한 줄 메모부터 시작해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서평을 쓰겠어요, 내 인생을 정리한 근사한 책 한 권을 쓰겠어요 라는  결코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한 줄부터 쓰다 보면 어느새 한 줄이 두줄이 되고, 두줄이 세줄이 되고, 한 편의 글이 된다. 그렇게 하면 된다.



두 번째 자신만의 글쓰기 절대 시간을 정말 안 찾아도 너무 안 찾거나 무시한다.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다. 코로나로 방구석에 콕 처박혀 있어도 수십 개씩 카톡이 울리고, 구독과 좋아요를 누른 인스타와 유튜버들의 콘텐츠들이 우르르 '사이버 공간'에 쏟아진다. 안 보면 그만이지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또 어찌 그럴 수가 있는가. 좋은 콘텐츠를 올려주는 그들의 글과 말을 듣고 보며 또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나조차 잘 모르는 내 마음을 어찌나 잘 아시는지 우리들의 '알고리즘'님께서 또 다른 콘텐츠를 트럭으로 부어준다. 그러니 도대체 글쓰기에 집중할 수가 없다.


글쓰기는 독서와 다르다. 독서는 시간 날 때 틈틈이 읽을 수 있지만 글쓰기는 다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어야 한다. 버지니아 울프처럼 '자기만의 방'까지는 챙길 수 없지만 하루 24시간 중 최소한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글쓰기 절대 시간만큼은 확보하고 미리 챙겨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목이 터져라 1년 365일, 자신만의 절대 시간을 찾고, 알람을 맞춰놓으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을 너무 믿는 당신은 오늘도 그 말을 무시하고 '시간 날 때' 막연히 글을 써야지 라고 말한다.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시간 날 때 틈틈이 집안일을 해야 하고, 회사일을 해야 하며, 잠잠했던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일이 생긴다. 그러니 제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찾아서 알람을 맞춰놓고 그 시간에 무조건 한줄이라도 써라. 그럼 된다.

공부 못하는 사람이 꼭 남들 잘 때 공부하고, 남들 공부할 때 피곤하다고 한다. 그냥 자신이 가장 좋은 시간을 찾고 딱 10분만 메모하라.


세 번째 가족과 지인들에게만 자신의 글을 공개한다. 내 글은 내 생각의 정수다. 내 글에는 내 생각이 오로지 담긴다는 말이다.  가족이나 지인은 나의 글을 '글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내 글 안의 겉과 안에 보이는 '나'를 먼저 본다. 그들의 잘못은 없다. 그들은 보이는 대로 말할 뿐이다. 덕지덕지 밥풀떼기가 묻은 잠옷을 입고 있는 당신이 쓴 글을 오로지 '글로만' 읽어달라는 것은 어찌 보면 그들에게는 형벌과 같다. 나를 속속들이 잘 아는 가족과 지인보다는 나의 글을 글로만 볼 수 있는 글쓰기 모임이나 글쓰기 수업을 찾아가 보자. 거기서 다른 사람의 글을 읽어보기도 하고, 내 글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읽히는지 살펴보자. 전문가의 코칭과 피드백도 무척 도움이 된다. 주변에 살펴보면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좋은 글쓰기 수업이 많으니 참여하라. (*참고로 필자가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참고하시길 바란다 하하하하하)

가족과 지인들과는 서로 믿음과 소망으로 연대하고 '사랑'하자. 그러면 된다.


네 번째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조금 뻔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뻔뻔함'이 나쁠 때도 있지만 글쓰기나 영어공부에는 이 조금의 뻔뻔함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글쓰기는 내 생각의 표현이다. 내 생각을 표현함에 있어 조금은 당당하게, 조금은 뻔뻔하게 할 필요가 있다. 남의 시선 신경 쓰면서 글을 쓰기에는 우리는 쓰고 싶은 글이 너무 많다. 단, 여기서 전제조건이 있다. 반드시 남을 해치거나 불편하게 하는 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만은 명심하자.


남이 내 글을 대신 써주는 것 아니다. 내가 읽은 책을 정리하고, 내가 오늘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쓰는 것이다. 조금은 당당하게 쓰자.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들은 남에게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다.  그렇게 마음먹어라.

그리고 그런 마음이 있다면 오히려 그 마음을 담아 내 글을 한번 더, 두 번 더 수정하고 퇴고해라. 그럼 된다. 내 글에 내 생각은 어디에 담겨있는지 거기에 집중하자. 남은 그냥 '남'이다.


다섯 번째 공감과 댓글에 목을 맨다. 공개하는 글쓰기가 좋다는 말을 자주 했고, 나 역시 지금 브런치와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공감과 댓글' '조회수'에 연연하게 될 때도 있다. 얼마 전에 시작한 유튜브는 그래서 구독자수를 표시하지 않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자꾸 구독자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살펴보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공감과 댓글, 계륵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입장을 바꿔 솔직하게 생각해보자. 나는 과연 어떤 글에 공감과 댓글을 다는가? 나 역시 어느 날 우연히 시간이 나서  SNS에 접속했는데 그때 마침 글을 쓰거나 콘텐츠를 올리는 이가 있다고 우연히 그것이 내 생각에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면 공감을 누르고, 댓글을 달았을 것이다. 내 이웃의 모든 글을 다 읽고 천천히 하나하나 좋은 글과 콘텐츠에 반응을 하는 일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감과 댓글이 많이 달리고 조회수가 높은 글과 콘텐츠, 기분이 참 좋다. 내가 뭔가 대단한 것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정말  SNS 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대단한 사람이 된 듯 착각일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그냥 '여름 보너스'나 '연말 상여금' 쯤이라고 여기면 어떨까 싶다. 생각도 못했는데 주어지는 그 무엇 말이다. 딱 거기까지만 하자.

특히 조회수가 높은 글은 사람들이 많이 검색한 글이나 콘텐츠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지속적인 콘텐츠의 생산자 입장에서 매번 어떻게 그렇게 검색어에 딱딱 맞는 콘텐츠나 글을 쓸 수 있을까 나는 어렵다고 본다.
그저 내 생각과 글, 콘텐츠가 많은 이들과 우연히 잘 맞아떨어지면 그걸로 하루 기분 좋은 느낌 가지면 된다. 내 글이 그래도 많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구나라고 여기면 된다. 그것에 너무 시간과 마음을 뺏겨 내가 쓰고 싶은 글, 내가 좋아하는 주제가 아닌 알고리즘이 좋아하는 글과 주제로 일부러 글을 쓴다면 그것을 글쓰기의 진짜 목적과 행위를 잃어버리는 그것이 될 수 있다.


여섯 번째 책을 안 읽어도 너무 안 읽는다. 요즘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은 시대라는 말도 있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책 읽기는 너무 싫어요. 이게 무슨 궤변인가? 놀랍고 황당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1년에 몇백 권씩 다독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 좋은 글을 읽고 그 글과 문장을 마음에 새기고 다시 내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쓰는 것, 그것을 글쓰기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블로그나 인스타,  sns의 글들은 적당히 읽고 완결된 플랫폼인 책을 읽자.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고 메모하자. 제발!


일곱 번째 좋아하는 것을 쓰지 않는다. 글쓰기를 처음 하는 당신이라면 좋아하는 것을 쓰기를 권한다.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가수,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는 영화, 좋아하는 책 등등 이러다 밤새겠다. 좋아하는 것만 써도 1년 365일 쓸 것들이 차고 넘친다. 좋아하는 것을 쓰면 글 쓰는 시간 자체가 '행복'하다. 쓰기는 쓰기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잘 쓰고 오래 써야 지속적으로 쓰며 쓸 것, 할 말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 정말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좋아하는 것에 우리는 '할 말'이 무척 많아진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쓰면 글 쓰는 시간이 그저 행복하다. (* 참고로 나는 박보검 배우, 공유 배우에 대한 글을 쓸 때 제일 행복하다) 글 쓰는 행위는 사실 혼자 해야 하고, 고독하고, 외롭다. 그러니 글 쓰는 시간만큼은 즐거운 시간이자 노동이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쓰기보다는 남들 보기에 '근사한' 것, '멋져 보이는' 것을 먼저 쓰려고 한다. 이른바 허세 글쓰기다. 그러지 말자. 유치하고 단순헤 보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바로 나이다. 그리고 그것이 여러분의 글감이다. 잊지 마자.


본의 아니게 잔소리가 됐다. 반성 모드에 들어간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 글을 굳이 11월의 마지막 주에 이렇게 긴급하게 쓰는 이유는 우리에게 아직 12월이라는 한 달이 남았기 때문이다. 각종 송년모임도 몽땅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늦은 거니 그냥 하면 된다. 나 역시 이 글을 쓰는 내내 나 자신을 돌아봤다. 그러니 너무 자책 마라. 다들 그렇게 산다. 단, 지금부터 잘하면 된다.

아직 '신'은 우리에게 12월이라는 엄청한 한 달을 주셨다.




20년 차 프리랜서 작가, 콘텐츠 디렉터 작가 이윤영 (글 쓰는 한량)

<글쓰기가 만만 해지는 하루 10분 메모 글쓰기>, <어쩌면 잘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를 썼습니다. 글 쓰고 책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지적인 놀이터 메모 학교, 한량 학교 운영 중입니다



작가 글쓰는 한량은 20년차 프리랜서 작가이고, 초중고대학, 한겨레 교육문화센터, 클래스 101(https://class101.net/products/bcmkBxBBWG7dqfBZ9iUt)에서 연일 글쓰기 강의중이자 어른들의 지적인 놀이터 한량학교( http://blog.naver.com/rosa0509 )로 놀러오세요. 의 대표한량입니다.

지은 책으로는 <글쓰기가 만만해지는 하루 10분 메모글쓰기>와 <어쩌면 잘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가 있습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24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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