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참 많이 안타깝습니다. 떠들 때는 신나게 떠들다가도 '글 쓰자'는 말만 떨어지면 이내 불만과 퇴행이 쓰나미처럼 몰려옵니다. 멀쩡한 초등학생들도 어리광쟁이, 떼쟁이 아이들로
만들어버리니까요.
오래전 배우 김혜자 님께서 쓴 수필집 제목입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해외 봉사를 여러 해 다니시면서 그곳에 아이들을 보고 느낀 점을 글로 표현한 문장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문장입니다. 이 문장을 저는 이렇게 바꾸고 싶습니다.
'아이의 글, 꽃으로도 때리지 마세요'
부모님이나 교사들은 간혹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들의 글에 고칠 점을 이야기해주거나 첨삭을 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고칠 부분은 알려줘야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는 것 아니냐고요.
저의 경험치가 세상의 전부나 진리가 아니니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의견은 조금 다릅니다.
글이란 것은 참 이상합니다. 보면 솔직히 압니다. 내가 어디를 고쳐야 하고, 어디 부분이 조금은 부족한지 보면 조금은 압니다. 스스로 압니다.
일단은 최대한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쓸 수 있게 해 주고, 다양한 질문을 통해 아이가 글은 튼튼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후 어느 정도 완성된 글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더 잘 투영될 수 있도록 이리저리 옮겨보기도 하고,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써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아이의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이야기합니다.
"아이의 글, 꽃으로도 제발 때리지 마세요"
글은 한 사람의 생각을 담는 그릇입니다. 어른들인 우리야 어느 정도 세상의 세파를 견디다 보니 누가 내 글을 지적해주고, 평가하는 것에 익숙할 수도 있고, 그래~ 너 잘났다~라는 마음으로 퉁칠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른바 마상(마음의 상처)이라고 하지요.
깊이 오래 남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거부당했다고 생각하고 이내 말문을 닫는 아이들도 꽤 많습니다.
어쩌면 돌이켜보던데 우리 역시 그런 경험으로 인해서 글쓰기를 싫어하게 됐고, 어려워하고, 하기 싫어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