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마리아

by 수 진

“마리아! 어제도 당직이었다며, 오늘은 또 누구랑 바꿔준 거야? 좀 쉬엄쉬엄해”


“괜찮아요, 저도 힘들면 못한다 하죠. 무리하지는 않을게요. 감사해요”

마리아는 가톨릭병원 산부인과 수간호사다.

사람 좋기로도 소문이 자자하고

손도 빠르고 일 처리도 확실했다.

하나를 말하면 열을 제가 알아서 하기 때문에

선생님들부터 동료 간호사들도 마리아만 찾아댔다.


“나 피 뽑는 거는 이 간호사 선상님한테 할껴"


환자들도 마리아만 찾았다.

마리아는 힘들다 투정할 여유조차 없이 바빴다.

하지만

자신을 인정해 주는 이 병원 생활이 너무 좋았다.

3교대 근무에도

어린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여전히 바쁜 생활을 이어갔다.

다행히 남편도 어떠한 불평 한마디 없이

어린 아들과 2살 터울의 딸을 도맡아 키웠다.

마리아는 몸은 고단했으나

행복한 가정, 인정받는 직장 지금 자신의 이 환경들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아는 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약을 먹었는데도 머리가 계속 아팠다.

약을 바꾸어 먹어보기도 하고

병원에서 진찰도 받아보았고

모든 검사를 다 해보았다.

어디 한 곳 이상한 곳이 없다고 하는데

도대체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했다.

점점 두통이 심해지고 이젠 구토증세까지 생겼다.

분만실에 같이 들어가야 하는데

눈이 핑핑 돌고 식은땀이 나고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워낙 체구도 크고 건강했던 터라

동료들도 놀라 그녀를 입원실에 눕혔다.

상태가 심각해지고 일어날 수 없어질 지경이 될 때까지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온몸이 다 아프고 밤에는 악몽에 시달렸다.

가톨릭 신자였던 마리아는

입원실에 누워 기도만 했다.

신부님도 다녀가고 수녀님도 다녀가고

밤낮으로 기도를 해도 바뀌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 같은 입원실에 있던

어느 할머니 한 분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굿을 해보라고 했다.

아무래도 ‘신병’인 것 같다 했다.


‘뭐? 내가 신이 들렸다고?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그런데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그 악몽들이 너무 생생했다.

마리아의 몸속에서 누군가가 계속 말을 걸어온다.

꿈을 깨도 그냥 머릿속에서 계속 말을 한다.

어린아이가 마리아한테 자꾸 자기 말을 들어야 한다고

안 그러면 죽을 거라고 했다.

어느 날은 절에서나 봄직한

눈이 부리부리한 산신령이 나와서 종을 울려댔고

또 어느 날은

어린 동자들이 자기랑 놀아주라며 울어댔다.

꿈에서 깨고 나면 다시 깨질 듯이 머리가 아파왔다.


마리아는 도저히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남편과 아이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편이 느닷없이 교통사고가 나기도 했고

어린 두 아이들이 계단에서 굴러

팔다리가 부러지기도 했다.


“마리아야, 이러다 느 식구들 다 죽것다. 무당을 한번 찾아가 봐 “


그날 밤에 마리아는 꿈을 꿨다.

하얀 연기 속에서 누군가가 계속 자신을 부르며

이리 오라고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자기도 모르게 그 소리를 따라

하얀 연기 속으로 들어갔다.

연기가 걷히고 나니

그동안 자신의 머릿속에서 그렇게 불러대던

어린 동자들이며 눈이 부리부리한 할아버지들이

앉아있었다.


“올 줄 알았다. 그래야 산다”


그 순간 잠에서 깼고

주위를 둘러보니

방안이 아니었고 어느 산속이었다.

잠옷바람에 신발도 신지 않고

이 높은 산속을 맨발로 올랐던 것이다.


이 지경까지 되니

마리아에게는 더 이상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신의 사람이 되는 것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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