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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Feb 19. 2022

8일째

어제 저녁에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갔다.

혹시나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루퍼트를 데리고 올 수 있는 이불과 산소캔을 챙겨 갔다. 짐을 싸는데 마음이 매우...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얘를 보낼 준비를 하고, 마음을 비웠고, 또 한 편으로는 죽음이라는 두려움에 떠는, 세계에 현존하는 생명체의 솔직한 마음같은 것이 교차했기 때문이다.

이런 기분은 태어나서 처음든다.

나는 모든 마음의 준비를 해 두었다. 만약 약물과 의료시설에 의존했던 상태의 루퍼트가 그런 환경이 아닌 집에서 어떤 마지막을 보낼지도 말이다. 또 그냥 편하게 보낼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어떤 상황을 생각하든 마음이 먹먹해지는 것은 매한가지다.


병원으로 향하는 길, 몇몇의 친구들이 내게 문자를 보냈다. 그 친구들은 모두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이었다. 루퍼트는 어떻게 지내느냐면서... 내 맘을 이해한다며 위로 해 주었다.

그 때의 나는 검사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누군가에게라도 그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

대기실에 앉아 통화를 하고나니 조금 마음이 놓였다. 곧 의사가 나를 불렀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의사를 바라보았다.

루퍼트의 폐에서 물은 완전히 잘 빠지진 않는다며 이것은 심장이 정말 기능을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내가 심장병에 걸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루퍼트가 이제 음식물을 섭취하고, 전해질 보충제를 투여하여 스스로 다시 물도 마신다는 희망적인 말을 했다. 밥심이 생긴거다. 피검사를 해 보니 많이 떨어진 신장수치도 조금 내려가 있어서, 여기에 맞는 치료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였다.

희박한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의사들은 최악의 상황을 말 해준다. 희망고문을 시키지 않기 위해서이며, 그 말에 책임을 질 수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나는 이해한다. 그래서 나는 그냥 내 방식대로, 이것은 기적이며 한줄기 희망이라 생각할 것이라고 말 했다.


어제 기준으로 내일, 그러니까 오늘 또 검사를 할 것인데 만약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말 그땐 다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말을 했다. 잘 알겠다며 나는 짐을 챙겨 나왔다.


난 어제 새벽에 잠깐 졸다가 어떤 목소리를 들었다.


"처음에는 실수가 있고 두번째엔 그 실수를 만회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그렇게 전달했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듣고 깼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루퍼트의 이야기라는 것...


만약  목소리가 신의 목소리라면 나의 간절함이 신에게 닿았다는 것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 신은 어쩌면 정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형태이든, 기적은 일어난다는 생각도.


그 기적이 오늘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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