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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Feb 19. 2022

마음 놓지 못하는 하루

루퍼트에 대해 너무 희망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사실 고문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이 든다.

희망적인 말을 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의사한테 나는 충분히 그 입장에 대해 이해하므로 괜찮다고 했다.


잠시 루퍼트를 멀리서 지켜보다,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잠에서 깼다. 아마 자극이 된 것 같았다. 호흡이 조금 빨라졌는데, 그런 연유로 면회를 멈추어야만 했다.


오늘 오후엔 잠시 눈이 왔다. 루퍼트는 눈에 관심이 딱히 없는 아이다. 하지만 소복히 쌓인 길거리의 눈을 보면 나는 루퍼트의 포실하고 귀여운 털을 떠올리곤 한다. 그래서 나는 눈이 오면 그저 반가울 뿐이다.

어쩐지 날도 춥고, 눈도 오고 하니 루퍼트가 없는 집이 더 허전하게 느껴졌다.

지금 사는 집은 춥지도 않고 좁지도 않은데, 내 방엔 아직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이 켜져 있고 그 옆엔 화분이 몇 개 있고, 내 컴퓨터가 있다. 방엔 내 이불과 혹시나 몰라 주문해 둔 강아지 산소방이 있다.

모든 것이 갖춰져 있지만 완벽하진 못하다.

그것은 루퍼트가 없기 때문이다.


내일도 검사결과를 기다려서, 어떠한 결정을 어떻게 내릴건지 고민해 봐야 한다.

나는 무엇보다, 루퍼트가 새벽에 갑자기 응급상황이 생기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이 더 앞선다.

검사결과는 사실 너무 안좋은 이야기만 들어서, 이제는 조금 무뎌졌다.


내일은 어떤 소식이 있을진 잘 모르겠다만,


내일도 오늘과 같은 기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든다.

그래서 나도 잠을 제대로 청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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