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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Feb 21. 2022

10 일째

살아있는 것 만으로도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그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나를 바라보는 루퍼트의 눈빛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도 말이다.



루퍼트의 치료방식이 조금 바뀌었고 어느정도 폐의 물이 잡히는 듯 하지만 사실 이뇨제의 투입 양이 많기 때문인데.

폐의 물을 잡는 이뇨제는 전해질 수치 많이 떨어뜨려서  어느 것도 안심  수가 없는 상황이다.

오늘부터  다시 치료약을 달리하여 전해질 수치를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오늘 루퍼트가  견디면 내일은 심장약을 줄여보는 방식으로.


하루하루 차근차근 조금씩의 변화를 통해 통원치료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새벽에 루퍼트의 상태가 악화된다거나 하면 정말 겉잡을 수 없이 방법이 없는 것일수도 있다.


사실 루루의 상태가 정말 지쳐보여서 걱정이 된다. 지난 주만 해도 눈빛은 초롱거려서 많이 아프긴 해도 살고 싶어하는 의지가 보였는데, 열흘동안 치료실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나와 함께 할 수도 없어서 그런지 굉장히 우울해 보였다.


혹시 삶을 포기하고 싶은걸까? 만약 그렇다면 루퍼트가 아픈 것 보다 그게 더 슬플 것 같다. 치료 해 봤자 자기는 나을 것 같지 않다면서 그냥 놔 달라고 하는 걸까봐, 그게 나는 더 무섭다.


의사는 전해질 부족으로 지금 기력이 딸려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만, 나는 의사가 아니어서 보이는 대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루퍼트는 외롭고 상처받았구나...


루퍼트가 더이상 우울해 하지 않고 삶의 의욕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정신을 단단하게 붙들어 매어 한다는 것을 잘 안다. 처음 입원 시켰을 때도 담당의사가 내게 그런 말을 했었고, 생각 할 수록 그 말에 동의하게 된다. 원래 아프면 이 아픔을 끝내기 위해 죽고싶다는 생각은 모두가 하는 것이지 않나. 동물도 매한가지인 샘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루퍼트를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루퍼트가 좋아지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좋아져서 정기적인 검사와 약물 치료을 통해 조금 더 살 수 있을 것이라 믿어야 한다. 이 아이의 수명이 다 했다고 내 감각은 말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내일 그리고 모레까진 기다려 보라고...의사들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잖나.

내가 포기하면 루퍼트도 포기할 것이며 아직은 이른 시간이다.



루퍼트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과 관심 그리고 기쁨과 행복인데, 그것은 내가 루퍼트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는 것.


다행히도 루퍼트는 지금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상황은 아니다. 장기적 입원으로 인한 우울감 그리고 외로움이 큰 상태인 것 같다.  

그래도 미안한 것은 매한가지... 조금만 더 기다려줘.


우리는 왜 애초부터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걸까? 내가 너의 언어를 알았다면 나는 너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을 텐데.

내가 왜 널 만날 수 없고, 만질 수도 없는지에 대해 설명 해 줄텐데.

그리고 내가 너 없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지, 네가 얼마나 보고싶은지도 말 해줄텐데.


사랑한다, 우리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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