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조각 모음 7

by 로잘린송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있기에는 시간이 아까워 일분이라도 더 책을 보려고 했던 날이었습니다. 신문을 보니, 오늘이 여름의 첫날이라는 것도 알았고요. 동네 근처의 공원엘 나가보니 우리 집 수호신 강아지 친구들이 정말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점심은 메밀 소바를 해 먹고, 저녁으로는 김치에 밥, 그리고 비엔나소시지를 문어모양으로 만들어 볶아 먹었어요. 그런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보다 더 바쁜 오늘, 살아 숨 쉬고 끼니를 챙겨 먹고, 옷을 입고 문 밖엘 나가는 순간은 더없이 소중했습니다. 저 문을 열면 마치 다른 세계로 통하는 길이 보일 것 같습니다. 계단을 내려가 도로에 다다르면 또 다른 길목이 보이고 그곳으로 걷다 보면 큰 길이 나옵니다. 그 길을 따라가면 내가 좋아하는 와인가게도 나오고, 편의점도 나오고, 더 멀리 가다 보면 지하철역에 다다르죠. 같은 길을 반대로 걷다 보면 집에 도착하게 됩니다. 가다가 막히는 일도 없이, 그냥 귀에 낀 이어폰에서 들리는 음악소리 듣다 보면 내가 가고 싶은 곳엘 가게 되는 이 하루는 소중하기 그지없습니다.

더 이상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어렵게 살지 않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일까요. 마음에 맷집이 생겼는지, 이제는 그다지 사는 게 힘들지가 않습니다. 사는 게 어렵다고 생각 들어도 그걸 반복하다 보면 고통이 무뎌질 겁니다. 우리는 살아야 합니다. 삶이라는 아픔을 이겨내면 언젠가 승자가 될 겁니다. 내가 나를 이기는 싸움에서의 승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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