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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Jun 24. 2021

기억 조각 모음 9

잠시 바닥에 앉아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보았지요 오늘은 일을 한 듯한데 큰 성과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게 더해져서 결국 하나의 결과물로 나올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 마음이 불안하진 않습니다.


작업을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하는 이유는 쉬는 순간에 기다렸다는 듯 찾아오는 공허함 때문입니다. 그래서 쉴 틈 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지요. 그래도 나름 생산적으로 대처하는 거라, 회피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가끔 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강아지랑 산책도 가고, 맛있는 것도 해 먹지요.

오늘은 그런데 아주 오랜만에 멍 때리기를 해 보았답니다. 고독함이 몰려왔지만 나쁘진 않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존 콜트레인의 연주도 틀어놓아서 그랬을까요.


이전에는 이 공허함을 대하는 법을 몰라 고생 꽤나 했답니다. 지금도 물론 공허함이 몰려오면 마음이 좋지가 않은 것은 여전합니다만, 오히려 그 감정을 마주하고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라고 인정하고 나니 이 공허함은 더 이상 외로움이 아니라 그냥 나의 일부가 되더군요.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하기로 했으니, 그 외로운 감정마저 사랑할 수 있게 되었네요.

어렸을 때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게 헛된 시간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난 후, 아마 난 잘 살아가는 방법을 더 많이 터득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거울을 보고 더 이상 젊지 않은 나 자신을 보면 기분이 어떨지 궁금해집니다만.

확실한 건 어리석었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삶을 살면서 필요한 것은 젊음보다 지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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