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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Sep 09. 2021

그림 없는 일기

구월의 밤공기는 알싸한 게 찬듯하기도 하고 더 이상 여름 이불은 못 덮겠다. 악몽을 몇 차례 꾸었는데 번호 없는 전화를 수차례 받은 그런 꿈을. 대체 누군데 나한테 전화를 하느냐 물어보니 되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나에게 어떻게 알고 전화를 받느냐며 따졌다.

그리고 다른 꿈에서는 도둑이 집에 들었는데 책장만 쏙 가져갔고, 집 안에 나도 몰랐던 방 하나가 숨어있었다. 그런 꿈을 꾸고 뒤척였던 오늘 새벽.


추석 전엔 동네 떡집에서 떡을 예약해 놔야 한다. 그 집의 떡은 너무 유명하여 미리 사놓지 않으면 모두 매진이니까.

오늘은 몇 달만에 가서 두텁떡과 흑임자 인절미를 샀다. 두텁떡이 오늘 마지막으로 나오는 날이라는 말에 하나를 더 집어 들었다. 그 두텁떡은 전통방식 그대로 만들어서 후추향도 나고 유자향도 나고... 중얼거리면서 집으로 복귀했다.


색온도로만 보았을 땐 이미 가을이며

긴팔 입고 밖을 돌아다닐 땐 여전히 여름



시간의 문턱에서 갈팡질팡하는 계절, 오후의 햇살이 창문 유리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다.

아까 샀던 두텁떡 하나 먹고 물 한잔 얼음 띄워 마시니 졸음이 쏟아진다. 반쯤 눈을 뜨고 자고 있은 루퍼트의 얼굴을 보니 오늘은 외출하고 싶지 않다. 달콤한 시폰 케이크에 생크림을 얹은 듯 한 루퍼트는 오늘도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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