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잘린송 Jan 17. 2022

사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이미 죽었겠지

눈이 오는 1월이다. 이번 겨울의 눈은 오는 둥 마는 둥, 소리 없이 사라락 내리다가 이내 사라지는 듯 한 인상을 준다. 날이 따뜻해서인 건지, 그래서 폭설로 이어지지 않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길거리에 하얗게 쌓인 눈을 본 지가 꽤 된 것 같다. 2022년의 서울의 겨울은 곧 봄으로 이어질 것이다. 보름 후면 입춘이니까. 입춘이 오면 또 정월대보름이구나. 대보름은 명절도 아닌 것이 제법 명절 분위기가 나는 음식이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왔지.

당장이라도 먹고 싶어 진다- 각종 잡곡이 들어간 찰밥과 들기름에 볶은 묵나물, 견과류, 귀밝이 술과 같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맛은 찰밥을 크게 한술 떠서, 그것을 바삭하게 구운  위에 올리고 나물을 곁들여   먹는 것인데 그게 그렇게 고소할 수가 없다.  맛이라면 와인  병은 거뜬히 비우고도 남는다.  맛을 기다리려면  달은 기다려야 한다니.  달이라는 시간이 길지도 짧지도 않다만  시간 안에서 죽음을  번이나 떠올려야 하는 걸까? 기다리고 기다려도 죽음은 찾아오지 않아  이상 삶의 이유를  자신에게 묻지 않게 되었다.  하필        시간에 내가 태어났던가, 아니 애초부터  나여야만 했는가. 그런 생각들에 사로 잡혀  년을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보내기도 했었지만 결국 답을 얻진 못했다. 오랜 시간을 궁금해하던 질문의 답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어쩌면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오늘같이 눈이 오는데  많이 쌓이지 않는 걸까, 녹을 눈이 너무 아쉬운데 다시 눈이 오게 된다면 길거리에 쌓이게 될까- 같은 시시한 질문 같은 것일 게다. 따라서 나는 삶에 대한 관점을 조금 바꾸었다. 삶의 의미는 애초부터 없는 것이고 궁금해도 참아야 하는 것이며 그냥 사는 것이 오히려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주어진 환경에서 오늘 하루를 보람차게 보내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정확히 구분할  아는 것도 중요하지. 가학이건 유희이건 적절히  자신에게 적용시키는 행위가 바로 삶을 만드는 거니까. 눈이 깊게 쌓이는 것을 원했건만 그렇지 못하여 아쉬운 마음----> 내가 싫어하는 감정을 달래기 위해서 오렌지 껍질을   가득  듯한 향의 로제 와인   사서 귀가했다----> 내가 좋아하는 . 겨울에 먹는 오렌지가  맛있으니까(2022 1 17)

작가의 이전글 이름 없는 사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