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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Jan 19. 2022

작가의 하루

내 일과는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가 없다. 아침 9시부터 일을 시작하고, 12시엔 점심을 먹고 1시에는 다시 작업을 시작한다. 하루에 해야 할 업무의 양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완성될 때까지 하나의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무조건 그것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새 곡을 썼고 내일이면 완성될 것 같다. 올 해는 이상하게도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무척이나 두려웠고 바쁘게 지내지 않으면 그 공포에 휩싸여 내가 나를 구하지 못할 지경에 이를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하루 종일 작업에 매진했고, 안 해본 것도 도전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5시가 지나고 6시가 넘으면 퇴근할 시간인데, 그냥 내겐 저녁을 먹는 시간이다. 식사를 마치고 또 작업을 한다. 직장인의 언어로 이야기하자면 야근이다. 그렇게 매일매일을 작업만 하고 산다. 나가면 돈 쓸 일만 있으니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집에서 작업이나 하고 있는 거다. 수당 없는 조건에서 출근과 야근을 밥먹듯이 하고 작업만 찍어내고 있는 나는 차라리 기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내가 기계였다면 체력이 소진되지 않은 체  24시간을 일 할 수 있기 때문이지. 게다가 기계였다면 밥을 먹지 않아도 되고, 화장실엘 가지 않아도 되어 편할 것이다. 감정이 없으니 현실에 대한 불안한 생각도 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고,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다면 정말이지 너무나 행복할 것 같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나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정말 기계로 개조하지 않는 이상 저런 삶은 살지 못할 것이다. 그저 몽상일 뿐이다. 지금 내 소박한 꿈을 밝히자면 누군가가 따뜻한 밥 한 끼 사 먹으라고 돈 오만 원 쥐여준다면 정말이지 고마워서 큰절을 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예술가는 돈걱정을 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가 돈돈 거리면 추잡스러운 것이고, 왜냐하면 그것은 사람들이 예술가를 향해 갖는 환상을 깨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가난해야 한다. 예술가는 배고파야 한다. 예술가는 경제관념이 없어야 한다. 예술가는 그럼에도 위대한 작품을 남겨야 한다. 순수한 예술은 돈으로 환산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돈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예술의 혼은 자본을 군림하는 거니까.  그래서 차라리 나는 좀 더 예술적인 고민을 하기 위해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 예술가는 삶과 죽음을  고민하고 마주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고 우울한 질퍽이는 감정을 짊어지고 내가 무너지고 고통스러워도 이것은 예술이기 때문에    희생시켜야 한다. 그런 각오 없이는 예술을   없다. 나는 슬퍼야 하고 행복해선 안될 사람이다. 모든 아픔을 자처하여 상처받고 그것을 방치시켜  곪게 하여 예술로 승화시켜야 한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그래서 죽음과  친해진 기분이다. 그래서 몇번을  생각해 보았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사는 것의 반대라는 말은... 너무 일차원 적인 해석이다. 영혼이 육체에서 분리되어 사후세계로 가는 것이다,라고 말하면 전혀 슬프지 않다. 죽음은   슬프고 아련한 그런 느낌의 것이다. 다시는 만날  없어 그리운 느낌을 남기는 것이니까. 하지만  정도의 말은 누구나   있다. 나는 예술가니까, 죽음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고민해 보아야 하는지  고민해 보다 하이쿠를 한번  보았다.


고통을 달래는 술 한잔

당연히 지갑이 텅 비어

마시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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