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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Feb 05. 2022

잡생각 하다 삼천포에 빠져보기

입춘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바람이 차다. 아니 오히려 겨울보다 더 추운 듯하다.

그래도 절기는 못 속이는지 창 밖으로 길고양이들이 발정이 나 밤이고 낮이고 울어댄다. 어찌나 애절하게 울어대는지, 사료라도 바닥에 뿌려주어야 마음이 편하다.

그러고 보니 작년엔 길 한가운데서 짝짓기를 하는 고양이들과 눈을 마주쳤고 녀석들은 민망했던지, 짝짓기를 멈추고 얼음처럼 굳어있었다. 자동차가 다니는 곳인지라 녀석들을 안전한 곳에 옮겨놓았으면 했지만 또 그새 쏜살같이 도망가더라. 먹고 살기 빠듯한 건 동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살면서 당연한 것을 하고 사는 게 큰 일이라니...


또 당연한 것이지만 하면 곤란한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누군가에 대한 가벼운 의심과 같은. 물증과 심증이 애매하게 있는, 어쩐지 진실인 듯하고 아닌 듯 확실하지 않아 곤란한 상태의 것. 이를테면, 몇 달 전 동네 김밥집에서 김밥 한 줄을 시켰는데 사장님이 김밥을 싸기 전에 코를 푼 휴지를 들고 나오면서 나를 맞이 했었다. 또 재채기를 한번 크게 하더니 곧 김밥을 싸주마 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재채기를 했을 때 손으로 입을 가렸고 그 손이 주방으로 향할 때 나는 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다. 수도가 흐르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고 김밥을 싸는 이는 따로 있는 것 같았는데, 글쎄다. 결국 김밥을 가지고 나오는 사람은 사장님이어서, 방금 전 손에 뭍은 재채기의 잔여물과 코 푼 휴지에서 나올 법 한 눈에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들이 계속 의심스러웠다... 이럴 때 사실 뭐 가리는 거 없이 당신 코 풀고 재채기 한 다음 손을 씻었느냐 물으면 되는 거다. 하지만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그런 기본적인 것을 안 할까, 행여 묻는 것 자체가 실례일까 생각이 들어 끝내 물어보진 못했다.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내가 물러 터진 건지, 아니면 오랜 세월 장사해 온 그 사장님을 존중한 것이 맞는 건지 난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김밥은 맛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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