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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Feb 13. 2022

루퍼트 입원 3일째

오늘 새벽 세시 좀 넘어 전화가 왔다. 악 비명을 지르면서 전화를 받았다. 강아지가 고비일 것 같다며 응급조치를 하기 위한 동의를 얻기 위해 전화한 것이다. 일단 응급조치를 하라고 했고 그 후 네 시간 후 다시 연락이 왔다. 애기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다 하여 아마 품에서 보내고 싶을 수도 있어서 연락했다고.

나는 전속으로 뛰었다. 그리고 병원엘 도착했다.

잠시 루퍼트를 볼 수 있었다. 루퍼트는 나를 보고 또 흥분했다. 의사는 바로 나가 있으라고 했다.


더 지켜보고 안정만 취할 것이냐, 한번 안아볼 것이냐. 나는 그것을 정하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선생님의 배려로 문 틈으로 입원실에서 루퍼트를 지켜볼 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자기를 버렸다 생각할 수도 있고 무서워서 호흡이 가라앉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의를 구하고 안에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서 방 안에 넣어주었다. 냄새로는 만족스럽진 않았을 것이다. 가빠르게 숨을 쉬는 애기를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숨어보는 것을 루퍼트에게 들킨 것이다. 나를 보고 좀 흥분하더니,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다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의사들을 번갈아 보고, 자기 좀 꺼내서 나에게로 오게 해달라고 하는 눈치였다.


그때 나는 계속 루퍼트의 이름을 불렀고, 네가 얼만큼 보고싶고 많이 사랑한다고 했으며, 오늘도 귀엽고 예쁘다고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내가 루퍼트를 위해 지은 노래도 불러주었다.


"우리 집의 귀여운 강아지는 루퍼트 너무너무 귀여운 우리 집의 루퍼트"


아마 내 목소릴 들었겠지. 그래서 나오고 싶어 하디, 그게 안 되는 것을 자신도 아는지 이내 체념하고 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고 차분히 숨을 쉬었다.


루퍼트는 어쩐지 내 마음을 들은 것 같았다. 어딘지 편안해 보였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이 이제 영업시간이라 진료실에 있을 수 없다며 내보냈지만 다행히 강아지의 호흡수가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좀 더 지켜보자고. 나쁜 소식이 일단 아니라고 희망을 주었다.


나는 알겠다며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영업시간이라 활기찬 대시길. 클래식 음악이 울려 퍼지고.

밝은 방이 되어 아까 아침과는 다른 분위기다.


입원실에서 퇴원하고 입원하는 동물들을 바라보다가 한두 시간이 지났나, 선생님은 영상을 들고 와서는 루퍼트의 호흡수가 많이 떨어져서 안정상태로 갈 것 같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나는 뇌피셜인 거 알아요 그런데, 얘가 버려진 줄 알고 두려워서 떨고 있다가 자기가 버려지지 않았다는 걸 알고 지금 안정을 찾은 거 같아요.


선생님은 "그걸 무시할 순 없는 것 같네요. 일단 이뇨제도 잘 듣고 있고요. 좀 더 지켜봐요. 강해지셔야 해요."



그래 강해질 거야. 아까 나 봤잖아.

난 너 앞에서 울지 않았다고.

사랑하는 네가 마음 아파할까 봐.

아파도 나를 걱정하는 네가 더 아플까 봐 그게 더 슬프다.

그래서 내가 슬퍼할 수가 없어.

오늘 좀 더 견뎌보자.


좋아질 거라고 믿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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