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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Feb 14. 2022

나는 신이 아니기에

숨을 쉴 때마다 내 폐가 타들어가는 것 같다. 분명 검사를 새로 마쳤을 시간인데 검사결과가 어떠한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그러하다.

의사와의 면담이 있기 전에 내게 전화를 한다고 했다. 그때 들으면 알겠고 면담할 때 알겠지만 공교롭게도 내겐 시간을 빨리 감는 능력이 없다. 그저 차분히 기다리는 수 밖에.

하지만 초조하고 불안하다. 최악의 결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의 존재를 가장 믿지 않는 순간이기도 하며 그 반대이기도 하다. 신은 원래 인간에게 고통을 주어 성장하게 하는 거니까.


그렇다면 신은 이 세계가 순환되는 원리라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내 생각이지만 신은 그저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전지전능함의 환상을 믿고 어려운 순간 어떠한 선한 기적을 바랄 때 신을 찾으면 사실 그 간절함이 기적이라는 믿음을 불러오는 효과를 몇 천년동안 경험해 왔고 인간은 어느 순간 부터 공식적으로 그 힘을 종교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나는 그것을 의지라고 부르고 싶다.

살아있는 존재는 살아가고 싶다는 의지로 모든 것을 해낼 수가 있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한 이 시점에서 초자연적 현상이나 영적 체험이 가장 쓸모없는 미신으로 여겨지지만, 난 여전히 과학으로 증명될 수 없는 것들을 믿고 싶다. 그것이 내 숨이 끊기지 않는 원천이기도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비과학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며 루퍼트를 도울 수 있는 일은 간절한 마음을 갖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속 오늘의 운세를 보고, 좋은 점괘가 나오면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이것을 '신앙' 이라 부르면   그럴싸하겠지만, 신을 믿지 않는 내가 적절하게   있는 말은 '사랑과 신뢰' 밖에 없는  같다. 하지만 결국 종교적 가르침도 비슷하지 않던가. 그것이 상대를 대하는 태도의 기본 요소이며 그것이 축복과 은총인 것이다.


사랑.

사랑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단순한 것이다.

사랑이라는 말 안에는 모든 것이 내포되어 있다.

배품과, 나눔과, 애정과, 미움 모두.

내가 루퍼트를 향한 마음과 루퍼트가 나를 향한 마음이 그냥 사랑인 것이다.  

이토록 간절하게 루퍼트의 생명을 포기하지 않은 것도 사랑이다. 루퍼트가 입고 있던 옷의 냄새를 맡으며 잠시 행복해하는 것도 사랑이다.

루퍼트의 병원비가 꽤 나오겠지만, 전혀 개의치 않아하는 내 마음도 사랑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시간도 사랑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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