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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 Jul 31. 2021

기독교가 아직도 덴마크의 국가 종교라고? (1)

기독교 국가의 정체성과 무슬림 이민자

(표지 사진: A Copenhagen protest against the face veil ban (Ritzau Scanpix Denmark / Reuters)


덴마크의 국가 종교 교회


덴마크는 아직도 국가 종교 State Religion가 존재한다. 복음주의 루터교 Evangelical Lutheran가 덴마크의 공식 종교로  헌법에 명시되어있다. 가까운 주변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덴마크, 아이슬란드, 핀란드가 현재까지 국가 종교를 유지하고 있다. 상반되게, 스웨덴은 2000년에, 노르웨이는 2017년에 국가 종교 교회를 폐지하고, 교회는 정부와 분리된 기관으로 독립했다.

(스웨덴 관련: https://sweden.se/life/society/religion-in-sweden,

노르웨이 관련: https://www.loc.gov/item/global-legal-monitor/2017-02-03/norway-state-and-church-separate-after-500-years/)


덴마크에 국가 교회가 있다고 해서 신앙심이 높은 국가라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교회는 역사적, 문화적 전통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 일뿐, 정치적 기능을 하지 않는다. 75%의 덴마크인들이 국가 교회 유지와 교회의 연중행사 참여를 위해 세금을 내지만, 실제 신자 수는 그 1/5에 미치지 못한다. (https://denmark.dk/people-and-culture/religion)

Kristendemokraterne (Christian Democrats)라는 불리는 기독교 정당도 존재하지만, 지지율은 1%에 미치지 못하고, 주로 가족과 관련한 사회 문제에 관여한다.


이 사회에서 현 교회의 기능은, 한국과 비교하자면 관혼상제의 행사와 크리스마스와 같은 연중행사를 치르는 곳이다. 한국의 백일잔치와 비슷하게 태어난 아기의 이름을 받는 의식, 즉 세례식을 치르고. 성인식과 유사하게, 10대 아이들이 견진성사를 치른다. 또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러진다. 내가 코펜하겐 노레브로 지역에 있는 Anna Kirke 교회와 처음 연이 닿게 되었던 것도 아들의 '이름 받는 날' (세례식) 때문이었다. (교회의 비신자 가족을 위한 활동에 대해서는 2부에서)



기독교 국가라는 정체성과 무슬림 이민자


대개의 유럽 국가들이 세속 국가 이면서 동시 기독교 종교를 자기네 전통과 문화의 상징이자 정체성으로 가지고 있다. 국제화와 이민자 및 난민의 수가 늘어나면서, 기독교 정체성의 세속 국가는 새로운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다.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이 사회에 들어올 때, 얼마만큼 다른 종교와 문화를 허용해야 하는지, 제한해야 하는 지의 문제, 또 그들의 정체성과 유럽 고유의 정체성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혹은 어떤 사회적으로 합의된 가치를 추구해 나갈 것인지 고민할 지점들이 생긴 것이다.


특히 911 테러 이후 극심해진 이슬람포비아와 증가한 무슬림 난민으로 인해, 유럽 전역에서는 ‘개인의 종교를 공공장소에서 드러내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한 이슈를 첨예하게 논쟁해왔다. 예를 들면, '회사, 학교 등에서 개인의 종교가 드러나는 히잡을 쓰는 것을 허용할 것인가?', '기독교 신자, 타 종교의 신자, 무신론자 등이 모두 다니는 학교의 교실에 십자가가 걸려있는 것이 합당하냐?' (이는 이탈리아 학교 내에서 일어난 케이스로, 핀란드 출신의 비신자 학부모가 학교에 이의를 걸었다. -참고문헌- ) 2018년 덴마크에서도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Burka를 쓰는 것이 금지되어 대중들의 비판과 반대 집회를 불러오기도 했다. (https://www.theatlantic.com/international/archive/2018/08/denmark-burqa-veil-ban/566630/ )


한국에서는 위의 이슈들이 JTBC 비정상회담, '종교적 옷차림 금지 논란'을 통해 다루어지기도 했다. https://youtu.be/TB8 NaHc7 ocM)

비정상회담에서는 독일인 닉이, 무슬림 이민자들을 가리켜 ‘자신의 문화만 고집하고 싶으면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라’라고 주장한 것에 많은 한국인들이 답글로 통쾌함을 표했다. 그 에피소드를 보며 나는 난민 보호 데모에서 보았던 한 포스터가 역으로 떠올랐다. ‘이민을 오게 할 상황을 아예 만들지 마!’ -사진-


무슬림 난민/이민자들이 자기네 땅을 떠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 역사, 세계 강국들의 자원을 둘러싼 이권 다툼은 이제 누가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코펜하겐 노레브로 도서관의 덴마크어 한국어 언어 나눔 클럽에서 만난 2세대 터키 이민자 소녀의 말도 떠오른다. ‘오스만 제국을 자기네들끼리의 조약으로 한순간에 붕괴시킨 세계 강대국들이 꼭 한 번쯤은 그에 대해 사과를 해주었으면 좋겠어.’


비정상회담 댓글창에서 많은 이들이 ‘무슬림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는 복장을 왜 무슬림 여성들과 페미니스트들이 보호하느냐’는 비판을 했다. 물론 무슬림 여성들 중에서도 종교적 복장을 스스로 거부하는 분들이 있고, 반대로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로 여겨 입기를 원하기도 한다. 각 여성의 권리를 생각했을 때, 이 결정은 각 여성들 자신이 내려할 부분이지, 정부가 간섭할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히잡, 부르카 등의 복장 착용은 그들의 출신 국가가 어느 이슬람 교파를 따르느냐에 연관이 있는데, 가장 엄격한 부르카 착용을 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가장 엄격한 이슬람 교파가 정치 세력을 잡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슬람의 여러 교파 중, 근본주의적인 교파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정권을 잡게 된 역사적 정황은 석유 이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영국의 간섭 때문이다. 또 많은 학자들이 이슬람의 종교법이 서구 식민주의에 대한 반발과 유럽식 국가법에 포함되면서 더 근본주의적 태도를 취하고, 엄격해졌다고 주장한다. (Giunchi, E. (2010) The reinvention of Shari'a under the British Raj: In search of authenticity and certainty. Journal of Asian Studies, 69(4), 1119-1142)

 

종교를 드러내는 복장, 행위에 대한 사회적 제재들이 결국은 어떤 결과를 낳느냐는 것이 각 사회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제재를 통해 유럽인들이 우려하는 유럽의 전통의 침해와 유럽의 이슬람화를 막을 수 있을까? 혹은 이민자들의 심리적 고통, 사회적 배제를 초래하여 집단 내 분리를 가져올까?


역사적 기록들은 이 질문들 마저도 무의미하게 한다. 이슬람은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전통과 같은 울타리에서 안에서 탄생한 종교이다. 이슬람이 처음 탄생했을 당시, 고대의 학자들은 이슬람교를 그리스도교의 이단으로 보았을 만큼 같은 뿌리를 지닌 종교라고 생각했다. (고대의 이슬람과 그리스도교의 교류에 관해서는 Brown, Peter, <The World of Late Antiquity>, Thames&Hudson, 2013, p. 75, Thomas, David, <Christian Theologians and New Questions>, p. 259-274, Griffith, Sidney H., <Apocalypse and the Arabs>, Princeton, 2008, p. 30, 32, 42.) 또 유럽의 전통과 중동의 전통은 고대와 중세를 거친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가 서로를 물들였다. 오스만 제국 내에 다양한 종교 그룹들이 각자의 종교법을 따를 수 있도록 했던 너른 국가 종교 법 시스템 Millet도 다문화사회의 논쟁에서 다시 상기해 볼만한 부분이다.



나는 제재가 아닌 허용하는 방식으로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제하는 것은 소외와 감춤이라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낳지만, 허용하는 것은 아픔마저도 흡수하며 다름이 어우러지게 한다. 비록 덴마크의 정치와 이민자 정책은 있어서 점차 우경화되고 제도적으로 이민자들을 계속 배제하는 장치들이 만들어내고 있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만난 지자체 단체 내에서 일하는 덴마크인들은 정부의 배제적 태도와 달리 포용의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이곳에 있는 나, 외국인 엄마의 마음 상태와 존재방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실제 경험으로 느꼈다. 이에 대해서는 ‘가족 재결합 비자’와  ‘이민자 게토 지역의 어머니의 카페’ 에피소드를 쓸 때 비교하며 자세히 소개하려 한다.


이중언어 사용 가족 Biligual Family을 포용하는 교육의 필요성


교육 인류학자, 라우라(Laura, AAU오르후스 대학, 덴마크)는 덴마크의 공교육이 기독교 우선적 환경 Christian Initiative Environment 속에서 타 종교인 학생들을 세속화 Secularize 시킨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참고문헌 Making European Muslims) 공립학교의 7-9학년(한국의 중등) 아래 학년들은 기독교의 축일들, 부활절,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행사나 크리스천 성가를 부르는 행사를 한다. 무슬림 학생들은 그 부모와 학생의 의사에 따라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교실에 모여있거나 집으로 돌려보내 진다.


또 다른 문제점은 공교육 교과목에서 '크리스차니티'라는 과목을 기독교를 위주로 공부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한국 공교육 내 도덕, 윤리 과목에서 다양한 철학과 종교를 모두 다루는 양상과 매우 다르다.

비교하자면, 프랑스 교육은 완전히 세속적 교육을 추구하며, 종교 관련 교육은 일절 하지 않는다. 핀란드와 독일의 경우, 각 학생들이 자신이 믿는 종교를 선택하여 공부한다.


( 글의 요지와 별개로, 궁금증이 하나 생긴다. 한국 학생들이 공교육 내내 반복해서 배우는 불교와 유교의 덕목들을 유럽 학생들은 학창시절 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윤리는 기독교 신학에서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의 수평함과 공생의 관계를,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칠까? )


라우라는 기독교 외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들을 학교 교육 커리큘럼 안에 포용하기 위한 교육 제도의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각 학교의 대표와 선생님들의 개인적 역량에만 의존하여 타 종교를 가진 학생들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덴마크 정권의 변동과 정부의 성향에 따라서 교과서 내 이슬람이 그려지는 이미지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에 신문사 폴리티큰 Politiken은 이슬람 종교를 중립적으로 소개하는 교과서를 따로 제작하여 배포하기도 했다.  


세속화에서 탈식민주의, 다문화주의로. 그리고 그 속의 식민주의적 성격 다시 보기


위의 예들에서 본 것처럼, 근대 국가의 세속화 과정이 특정 종교의 전통에 우선순위를 주어, 세속 국가 내 종교의 서열이 만들어진 상황에 대해 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Early modern political transformation in Europe did not result in secular ‘democratic’ states, but it led to the creation of different confessional absolutist states. …Secularization was not a separation between religion and politics, but it redefined the relationship between national political identities and religion identities. (Martin Oosterbaan, Public religion and urban space in Europe, 2014, p. 592-3)

유럽에서 초기 근대 국가로의 전환은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이기보다는,  오히려 신앙적 절대주의 국가로의 탄생이었다... 세속화는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국가의 정치적 아이덴티티와 종교적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정의하였다.


근대국가로 전환될 때, 정치와 종교를 완전히 분리하는 대신, ‘국가 교회’라는 개념을 만들어 북유럽의 경우는 근대 정치와 프로테스탄트 국가 교회, 남부 유럽의 경우는 근대 정치와 가톨릭 국가 교회가 만들어졌다. 특정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지 않지만, 국가의 보편적 정체성으로 획일화되었다.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종교가 국가와 시민의 공통된 정체성으로, 문화로, 전통으로 더 공고해졌다. 이 획일화가 현 유럽 내 종교 갈등을 낳고, 기독교 외 종교 그룹들이 유럽 내의 공공장소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프로테스탄트 혹은 크리스천이라는 문화를 앞세운 국가와 그와 연관된 제도, 기관, 행사에서, 그 종교에 속하지 않은 문화권에서 온 이들은 소외된다. 특히 이슬람의 경우는 언제나 기독교의 ‘가까운 적’이었기에 이슬람적 전통, 행위, 특성은 기독교 유럽으로 획일화된 무의식 내에서 부정적 인식된다. (Maurits S. Berger, A Brief History of Islam in Europe: Thirteen Centuries of Creed, Conflict and Coexistence, Leiden)


종교적 표현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규제나 국가의 다문화주의 정책에 대해서 많은 학자들은 새로운 국가주의의 등장, 극우적 'Integralism', '민주화된 버전의 전체주의'의 우려를 표한다. (Tariq Modood, Jan Dobbernack, A left communitarianism? What about multiculturalism, 2011, p. 62,  Armando Salvatore, Islam and the Quest for a European Secular Identity, 2013)

국가 개입의 다문화주의는 공동체주의와 연대라는 모습으로 타자를 일반화하는 것을 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state’s multicultural policy and its intervention on interpreting ‘religious symbol’ as a revival of democratized version of Absolutism or Totalitarian of a nation. This national intervention on multiculturalism disguise generalization of others by the guise of solidarity and communitarian'. ( Armando Salvatore, 2013)


덴마크의 교육 제도가 다른 종교와 전통을 지닌 학생들을 포용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은 아마도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등에 비해 다문화 사회가 되는 과정을 느리게 겪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 언급된 나라들은 인종 차별 문제와 식민주의 문제를 지난 세기에 활발히 논의된 반면, 덴마크는 그들의 식민주의 역사에 대한 재고찰이 최근에서야 전시와 연구를 통해 이루어졌다. (관련 전시:Voices from the Colonies https://en.natmus.dk/museums-and-palaces/the-national-museum-of-denmark/exhibitions/voices-from-the-colonies/, Blind Spots: Images of the Danish West Indies Colony  )


(가장 활발하게 식민주의에 대한 반성을 논의해야 했던 1950년대, 덴마크는 그린란드에 식민정책, 덴마크화 정책을 시행했다. 그린란드의 아이들은 부모와 가족 곁을 떠라 덴마크인 가정에 보내져 덴마크인처럼 생활해야 했다. 약 70년 이후, 덴마크는 그에 대해 사과를 표했다.

Denmark apologize to children taken from Greenland in a 1950s social experiment, 2020, )


이번 글에서는 덴마크 국가 종교 제도에서 시작해서, 무슬림 이민자와 관련한 사회적 논쟁, 그러한 논쟁의 사회적 철학적 배경 '세속화' 개념과 문제점에 대해서 썼다.

다음 글에서는 실질적인, 실제로 경험한, 덴마크 국가 교회의 신자/비신자 가족들을 위한 활동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한국의 다문화주의, 이민자, 비신자 가족에 대한 정부와 교회의 태도와 비교해서 생각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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