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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평화

당신의 선택은?

by 로사

사랑과 평화 중 하나만 택하라면 무엇을 택할 것인가?
나는 가톨릭이지만 불교도 매우 좋아한다. 내려놓음을 통해 집착을 버린다는 것이 현대의 많은 고통 해소에 도움이 된다. 템플 스테이와 등산 겸 사찰 탐방도 종종 한다. 가끔 불교 강의도 듣는다. 내가 가진 집착을 버리고 편안해지기 위해서. 그래서 '불교'하면 떠오르는 것은 '평화'이다.

반면 그리스도하면 떠오르는 것은 '사랑'이다. 나 역시 언제나 마음 같진 않지만 사랑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예수님이 그리하셨듯, 사랑에는 희생이 따른다. 때로는 타인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고, 준 만큼 돌려받지 못하곤 한다. 언젠가부터 그런 불확실성이 피곤함으로 다가왔고, 사랑이 조금은 무겁고 불편해졌다. 사랑과 평화는 항상 같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버스 안에서 그 두 가치가 대비되게 느껴졌다. 내 앞 앞 좌석에 스님이 앉아 계셨는데, 자세부터가 꼿꼿하고 흔들림 없었다. '그래, 저런 게 고요한 평화로움이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고 생각하던 찰나, 한 어르신께서 조금 불안하게 걸음을 옮기셨다. 그러자 내 앞에 앉아 계시던 어르신께서 슥 자신의 팔을 내미시는 게 아닌가. 기우뚱하시던 어르신은 그 팔을 지지대 삼아 넘어지지 않고 걸어가셨다. 아무런 대화도 오고 가지 않은 그 장면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았다. 무턱대고 잡아준 게 아니라, 자신의 팔을 '내어주었다'는 것도 인상 깊었다. 타인을 위해 내 것을 내어준다는 게 사랑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고요하게 앉아계신 스님과 어르신, 사랑과 평화 중 어떤 게 더 내가 원하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나에게 집중하고 내면의 평화가 좋은 지금, 타인에게 내 것을 내어준다는 건 그 평화에 균열을 가게 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은, 누군가의 삶에 개입한다는 건 필연적으로 그런 것인 것 같다. 서로에게 균열을 남기며 동화되어 가는 것. 나 또한 그런 사랑을 통해 수없이 깨지고 성숙 해졌겠지.
그날 이후로 인생의 목표가 생겼다. 러브 앤 피스, 사랑을 실천하며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는 삶 말이다. 부족하지만 어차피 인생은 구도의 여정, 한 발짝씩 서툰 걸음을 떼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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