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남녀가 결혼을 준비하기 시작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있다.
프러포즈? 웨딩박람회 방문? 아니다.
양가 부모님의 허락이다.
사실 양가 부모님의 반대만 없어도 괜찮다.
만약, 어느 쪽이라도 반대가 있다면 그 결혼의 시작은 남들보다 꽤나 난이도가 올라갈 것이다.
내 주위에서도 식을 얼마 남기지 않고 양가의 종교 차이로 파혼한 경우가 있었다. 두 사람이 사귀는 동안에는 전혀 문제 되지 않았던 점이 결혼에 있어서는 꽤나 큰 문제로 다가오나 보다.
결혼식 준비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들었다.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늘 따라오는 추가금은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나는 결혼식 로망이 없는 편이었는데, 과시욕이 없다기보다는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주목받는 게 불편했기 때문이다.
종종 본인들의 판단에 따라 스튜디오를 생략하거나, 신혼여행을 생략하거나 심지어는 결혼식 자체를 생략하는 진취적인 부부들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결혼식을 안 올리고 그냥 살기엔 양가 부모님, 남의 눈치가 너무 보였다. 단지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결혼식을 안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평범하게 결혼식을 하되 남들 하는 만큼만 하자고 마음먹었다. 나에게 결혼식은 어쩔 수 없는 관문이다. 이제 다 컸으니 이정도는 이겨내야지.
독한 마음으로 추가금을 방어하며 결혼식 준비를 진행했다. 신상 드레스가 있어도 입어보지 않았고 웨딩앨범은 기본 20 페이지에서 끝냈다.
그 와중에 신혼집을 구하러 다니고, 대출을 받으러 은행을 왔다 갔다 하고, 신혼집을 채울 가전과 가구를 샀다.
신혼집을 구할 때에는 정말 가진 돈과의 타협이 필요했는데, 은행 대출을 받아 어렵게 작은 투룸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엔 생소했던 스드메, 가봉 같은 단어가 익숙해질 때쯤 되니 어느새 결혼 준비의 끝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약 1년간의 결혼준비가 끝나가고 있었다.